그룹재건 앞둔 박삼구 회장, 발목 잡은 '형제갈등'
금호석화, 터미널-금호기업 합병 중단 요구
내달 금호타이어 매각작업 본격화…금호석화 '돌발변수'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그룹재건의 마지막 퍼즐인 금호타이어 인수에 사활을 걸고 있는 가운데 동생인 박찬구 금호석유화학(이하 금호석화)회장이 제동을 걸면서 ‘형제의 난’이 또다시 불거지고 있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금호타이어 채권단은 다음달 안으로 공고를 내고 매각 작업에 착수한다. 금호타이어 유력 인수후보는 우선매수청구권을 쥔 박 회장과 박세창 부사장 등 오너가일가다.
인수에 가장 큰 변수는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우선매수청구권을 가진 박 회장에게 제3자 지정권한을 인정하느냐다.
만약 채권단이 박 회장의 제3자 지정권한을 인정하지 않으면 금호기업과 금호터미널 합병은 인수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 경우 박 회장은 자력으로 인수자금을 조달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금호타이어의 매각가는 약 7000억원에서 1조원대 추정된다. 문제는 박 회장이 지난해 금호산업을 인수하면서 5000억원 규모의 빚을 떠안으며 자금 사정이 녹록지 않은 점이다.
◇박삼구 회장, 실탄 모으며 지배력 강화
산업은행 등 채권단은 금호타이어를 매각 주관사로 선정하고 지난 3월부터 본격적인 실사에 돌입했다. 이르면 6월 매각 공고가 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지만, 해외법인 실사에 시간이 걸리면서 상반기 중 매각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다.
박 회장은 금호타이어가 본격 매각 절차에 돌입하자 계열사 합병 등 지내구조 개편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이 일환으로 지난달 29일 아시아나항공이 보유중인 금호터미널 지분 100%(100만4771주)를 금호기업에 매각한 데 이어, 지난 4일에는 금호터미널과 금호기업의 합병을 결정했다.
합병 지주사로 귀속되는 금호터미널의 3000억원 가량의 현금과 전국에 있는 터미널 부지 등 수익 부동산과 금호고속에 대한 콜옵션 등을 금호타이어 인수에 활용하겠다는 복안이다.
◇또 다시 불거진 ‘형제의 난’…금호타이어 인수 ‘가시밭길’
이처럼 박 회장이 그룹 재건을 위해 사활을 거는 상황에서 ‘걸림돌’이 등장했다. 동생 박찬구 회장이 이끌고 있는 금호석화가 아시아나항공이 금호터미널 지분 매각 및 금호터미널과 금호기업 합병에 위법소지가 있다며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금호석화는 지난 9일 아시아나항공에 금호터미널 주식 매각과 관련한 자료제공을 요청하며, 아시아나항공와 금호터미널 주식의 ‘헐값’ 매각 의혹을 제기하며 법적 대응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금호석화는 금호터미널에도 금호기업과 합병 중단 요구 공문을 발송하며, 합병을 강행할 경우 업무상 배임죄를 포함한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고 주장했다.
반면 금호터미널 지분을 매각한 아시아나항공과 금호아시아나그룹 측은 이번 지분매각 및 합병이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어서 향후 갈등이 예상된다.
재계 관계자는 “계열분리 이후 수면 아래로 내려갔던 형제간 갈등이 이번 금호터미널 지분 매각 및 합병 건으로 다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양측은 갈등은 지난 2006년과 2008년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시작됐다. 이후 2009년 워크아웃에 돌입한 이후 이른바 ‘형제의 난’으로 등을 돌렸다. 이후 지난해 말 금호석유화학그룹이 지배하는 8개 계열사를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같은 그룹으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의 최종 판결로 계열분리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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