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보험금 지급" 판결에 생보사 벼랑끝 운명
대법원 "자살해도 재해사망보험금 지급하라" 판결에 '파장'
‘자살보험금’을 둘러싼 논란에 생명보험사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보험 가입자가 자살을 했을 때도 보험금을 지급한다는 약관이 유효하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기 때문이다. 생명보험사들은 이번 판결이 1조원 규모의 자살보험금 뇌관을 건드린 것으로 보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자살보험금 지급 여부를 두고 소송 중인 생보사는 9곳으로 미지급 보험금만 2000억원이 넘는다. ING생명이 653억원으로 가장 많고, 삼성생명 563억원, 교보생명 223억원, 알리안츠생명 150억원, 동부생명 108억원, 신한생명 103억원 등이다.
여기에 향후 지급해야할 보험금까지 더한 업계 추산규모는 1조원을 웃돈다. 그동안 보험업계가 비판여론에도 소송전으로 버텨온 배경이다.
생보사 '1조원 뇌관' 건드렸다…보험산업 '신뢰' 걸린 문제
자살보험금 논란의 중심에는 약관이 있다. 2010년 표준약관 개정 이전 대부분의 생보사 보험약관에는 ‘계약의 책임개시일로부터 2년이 경과된 후에 자살한 경우 재해사망보험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2년의 무보장 기간을 둔 것은 보험금을 목적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안전장치였다. 2년 후에 자살할 목적으로 보험가입을 하긴 어렵고, 유가족을 경제적으로 보호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했다.
이에 소비자들은 보험사에 ‘보험 가입 2년 후 자살한 경우 재해사망으로 간주한다’는 약관을 지키라고 하는 반면 보험사는 자살을 재해에 포함시킬 수 없다며 재해보상금 지급을 거부하고 있다. 보험사 입장에선 재해사망 보험금이 일반사망 보다 2~3배 정도 많아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보험업계에선 ‘자살을 조장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여론은 ‘소비자와의 약속을 지키느냐 마느냐’의 문제로 보고 있다. 금융권에선 보험산업의 신뢰가 걸린 사안으로 예의주시하고 있다.
그동안 생보사에 보험금 지급을 권고하는 수준의 소극적 대응을 해온 금융당국이 뒷짐을 풀고 나설지 여부도 주목된다.
대법원 "자살해도 지급하라"…신속 판결로 소비자 손 들어줘
그동안 자살보험금 지급 여부를 두고 진행된 소송에서 법원의 판단은 사례별로 엇갈린 가운데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무엇보다 대법원의 결정이 신속하게 이뤄졌다는 점에서 소비자의 손을 들어줬다.
그동안 보험사들이 소송전으로 시간을 끄는 데에는 ‘시간은 우리편’이라는 셈법이 작용해왔다. 현행 상법에 따르면, 보험금지급 사유가 발생한 뒤 2년 안에 보험금을 청구하지 않으면 보험금을 받을 수 없다. 법정싸움이 복잡해지고 장기화될수록 금융소비자에겐 불리해지는 형국이다.
보험업계에서는 이번 판결로 지급해야할 보험금이 눈덩이처럼 커질 수 있을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이번 사안의 논점을 ‘자살은 재해가 아니다’가 아닌 ‘약관대로 지급하느냐’로 본다면 보험사가 여론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앞서 대법원 3부는 지난 13일 자살한 A씨의 부모가 B생명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재해특약 약관’에 따른 자살 사망보험금을 지급하라”며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에 돌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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