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행진곡' 제창이면 추모이고 합창이면 폄훼인가
<류여해의 명명백백>산자들의 싸움으로 훼손하지 말아야
의견대립 해소해주는게 정치…국민투표라도 부쳐 결정을
올해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 합창을 할 것인가 제창을 할 것인가에 대한 의제로 시끄럽다.
국가보훈처는 16일 다음과 같이 입장을 밝혔다.
"올 행사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은 합창단이 합창하고 부르고 싶은 사람은 따라 부르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부르지 않을 수 있도록 했다. 참석자 자율 의사를 존중하면서 노래에 대한 찬반 논란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하겠다."
그렇다면 도대체 합창과 제창은 어떠한 차이가 있길래 이토록 많은 논란이 계속되는 것일까?
사전적의미를 살펴보자.
합창(合唱)은 여러 사람이 화성을 이루면서 다른 선율로 노래를 부르는 것이고, 제창(齊唱)은 여러 사람이 다 같이 큰소리로 동시에 노래를 하는 것이다. 아마 이 설명을 들어도 무슨 말인지 와 닿지 않을 것이고 이런 문제로 서로 간에 의견대립이 있는 것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국민도 상당수 있을 것이다. 다시 말하면 공식행사에서 합창은 합창단이 부르는 것이고, 제창은 행사에 참석한 모든 사람이 부르는 것이다. 즉 노래를 부른다는 것은 변함이 없다.
논란의 중심에 서있는 임을 위한 행진곡은 1980년 5월 27일 계엄군의 총탄에 목ㅡ숨을 잃은 시민군 대변인 윤상원(당시 30세)과 그 무렵 노동현장에서 산화한 박기순(당시 21세·여)의 영혼결혼식을 담은 노래굿 테이프(넋풀이-빛의 결혼식)를 통해 처음으로 알려지게 되었고, 투쟁 분위기를 북돋운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1980~90년대 초반 대학가와 각종 집회·시위현장에서 민중가요의 대명사로 애창됐다.
1997년 5·18 기념일이 지정된 이후 이명박 정부 첫해인 2008년까지 5·18 기념식에서는 모든 참석자들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는 방식이 유지됐지만,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인 2009년 행사 때부터 본 행사에서 제외해 왔고, 2011년부터는 합창단의 합창으로 불러왔다.
보훈처는 "현재까지도 '임을 위한 행진곡' 기념곡 지정과 제창에 대한 찬성과 반대 논란이 해소되지 않고 있어 정부 입장을 정하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확히 법적으로 한번 따져보자.
'임을 위한 행진곡' 은 기념곡 지정이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곡이다. 그렇다면 애국가는 어떤 규정이 있을까? 우리나라는 국민의례규정(대통령훈령 제272호)에서 국민의례 시 애국가를 부르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애국가는 국가이며 제창의 근거가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의 이름이 있고 국가적 행사에는 항상 국민의례와 애국가를 제창하여야 한다. 우리는 애국가를 배우고 태극기를 배웠으며 가슴에 애국심을 키우며 자랐다.
그런데 애국가는 그냥 단순한 노래가 아니다. 대한민국의 국가이며 애국가 외에 어떤 곡을 제창하라고 들어본 기억이 나지 않는다.
5·18 민주화운동 기념곡으로 ‘님을 위한 행진곡’을 요구하는 5·18 민주화운동관련 단체나 유가족들의 주장하고자 하는 마음은 백번 이해한다. 하지만 이 곡은 국민의 논의에 의해서 국가 기념곡으로 지정될 수는 있어도 절대로 애국가를 대신할 수는 없다. 대한민국이 있고 나는 그 안의 국민이며 대한민국의 존립과 가치는 바로 나의 존립인 것이다.
5월18일이 다가왔다.
매년 논란이 되던 합창과 제창 누구는 부르고 누구는 부르지 않고 그것을 앞다투어 영상에 담고 또 돌아서서 비난을 하는 것은 어쩌면 더 큰 것을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합창을 해도 부르고 싶은 사람 따라 부르면 된다. 제창을 해도 부르기 싫을 때는 부르지 않는 사람도 있다.
우리의 민주주의 정치체계에서는 어떠한 사안에 대해서도 서로 간의 여러 가치관과 견해가 있고 치열한 이해관계의 대립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여러 집단 및 국민간의 의견대립이나 견해의 차를 정치적으로 해소하는게 바로 국회의 가장 중요한 임무중의 하나이고 존재의 이유이며 정치를 하는 정치인의 역할인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국회에서 이 의제에 대한 제대로 된 논의가 된 적이 없으며 또한 그 논의의 결과로 어떤 공식적인 결과물을 생산하지 못하였다. 진정 한번이라도 이 논제를 가지고 진지하게 논의한 적이 있었을까? 국민의 감정에 호소하고, 오히려 야당은 정부에게만 해달라고 떼를 쓰는 격이며 여당은 공식적인 어떠한 의견표출도 없다. 이 사안에는 여당은 보이지 않고 오로지 제창과 합창이라는 단어만 계속 몇 년째 맴돌고 있다.
행정적인 업무는 정부가 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이런 대립이 첨예한 의제에 대해서는 국회에서 어떤 공식적인 의견이 반드시 있어야 하고 정부와 국민에게 알려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의 국회는 어떠한 논의도 없이 의견대립과 국론분열을 해소하려는 노력조차 보이지 않고 있다. 이것은 직무유기인 것이다. 국민들의 여론도 세가지 목소리로 나누어지고 있다.
애국가 외엔 절대로 안된다는 것과, 아니 한번 부르면 될 걸 왜 그리 싸우는지 이해가 안 된다는 입장 그리고 마지막으로 무조건 제창이라는 입장이다.
한 가지 해결책을 제안하고자 한다. 국회에서 논의되어 기념곡으로 지정되든 안되든 간에 애국가 다음에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기념곡지정시) 또는 합창(기념곡 지정이 안될시)하는게 어떨까? 국가를 먼저 부르고 기념곡을 부르는 것은 형식에도 오히려 더 맞다고 보인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제창이냐 합창이냐를 따지지는 것보다 그들의 희생과 아픔을 가슴깊이 기억하는게 더 중요할 것이다.
물론 기념곡 지정 문제 역시 이제는 해결해야할 과제다. 더 이상 미루지 말고 국회는 진지하게 이 부분을 논의해야 한다. 국회에서 중요안건을 결정하듯이 이를 표결에 부쳐서 해결해주길 바란다. 이제는 더 이상 죽은 자들의 아픔과 희생을 산자들의 싸움으로 훼손하지 말자.
글/류여해 수원대 겸임교수·형사법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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