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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 비판' 유승민에 학생들 "그럼 왜 보수라 자칭하나"


입력 2016.05.31 18:08 수정 2016.05.31 18:16        장수연 기자

성대 강연서 "보수당에 있으면서도 보수 개념 고민"

"대구 다 보수라 보지마라 수구보수 버려라" 논란 예상

유승민 무소속 의원이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학교 법학관에서 열린 '경제위기와 정치의 역할' 강의를 위해 들어서며 학생들과 인사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유승민 무소속 의원이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학교 법학관에서 '경제위기와 정치의 역할' 강의를 앞두고 자리에 앉아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경제 불황의 원인에 새누리당이 기여한 부분이 크다고 생각하는데 복당을 신청한 상황에서 '유시민 의원님'이 당의 기조를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무소속 유승민 의원이 본인에 대해 소개를 받을 때 가장 당혹스러운 경우는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이름이 불리는 것이다. 정확하게 소개해주기를 부탁한다는 당부가 무색하게도 '경제위기와 정치의 역할'이라는 주제로 한 편의 강연을 들은 대학생에게는 '유승민 의원님'이 아닌 '유시민 의원님'이 더 입에 붙는 모양이었다. 유 의원은 강연에서 지금의 경제위기에 보수정당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하는 내용을 다루며 '보수'임을 드러내려 했지만 아무리 덧칠하더라도 그가 쏟아낸 발언들은 보수보다는 진보의 개념에 가까웠다.

유 의원은 31일 오후 성균관대학교에서 대학생들을 상대로 특강을 진행했다. 당초 '제정학의 이해'라는 학과 수업에서 마련된 자리였음에도 출석을 부른 학생 수보다 외부인들의 참석이 압도적이었다. 250석 가량 준비된 좌석이 가득 메워질 정도였다. 그간 복당을 기다리며 쉽사리 언론에 모습을 내비치지 않던 유 의원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모두가 관심을 기울이고 있었다는 방증이었다. 약 1시간 30분동안 이어진 강연에서 그는 어떤 말보다 '보수'라는 단어를 자주 사용했다.

"저는 맨날 정치를 하면서도 내가 왜 정치를 하고, 보수당에 있으면서 보수가 뭔지 고민했습니다."

16년간 보수 정당에 몸 담아왔음에도 유승민 의원에게는 아직도 '보수'의 개념이 고민스러운 듯했다. 처지는 당의 부름을 기다리는 무소속 신세지만 속 깊은 곳에는 그가 생각하는 '보수'에 대해 하고자 하는 말들이 너무나 많았다. 이를테면 "따뜻하고 정의로운 보수를 지향하는 보수 혁명이 필요하다" "수구보수같은 생각을 이제는 버려야 된다"와 같은 것이다. 유 의원은 이를 뒷받침하는 이념으로 '공화주의'를 꺼내들었다.

특히 유 의원은 총선 참패의 풍파에서 도무지 헤어날 생각을 못하는 새누리당의 상황을 겨냥한 듯 '보수의 개혁'을 주장했다. 그는 "이 시대의 저성장과 양극화, 불평등, 불공정과 같은 문제를 해결하려면 제가 보기엔 최소한 20년 이상은 용감한 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정치 리더십이 필요하다"며 "이제까지 우리가 괜히 쓸데없이 쌓아온 '보수는 성장, 진보는 분배'의 이분법은 낡아빠진 진영논리에 불과하고, 저성장과 양극화 등의 문제는 보수와 진보를 따질 필요가 없는 공통적인 문제가 되었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들은 보수에 대해 재벌과 대기업, 기득권 편을 들고 불공정을 봐도 못 본척 내버려두는 이런 이미지를 떠올리는데 이런 보수가 계속되면 이번 총선보다 더 나쁜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유 의원은 "그동안 보수는 반공, 친미관계, 시장경제를 지켰다고 얘기하는데 그것만으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며 "이 부분에서 다시 생각해야 하고 그것이 늘 제가 이야기하는 따뜻한 보수, 정의로운 보수로 개혁하자는 것이다. 지금 시점에서 앞으로의 보수는 헌법가치를 지키고, 공동체의 붕괴 문제를 지키는 그런 보수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따뜻한 보수, 정의로운 보수'는 유 의원의 트레이드마크였다. 원내대표직을 사퇴할 때, 새누리당에서 탈당 후 무소속으로 출마할 때 등 당의 노선과 그가 외친 보수의 개념이 충돌했던 상황마다 꺼내들었던 기치다. 하지만 그 추상적인 형용사들을 뒷받침할만한 개념에 대해서는 '그래서 뭐?'라는 식의 의문들이 따랐다. 유 의원은 이날 그의 '보수'를 뒷받침할 큰 이념으로 '공화주의'를 끄집어냈다.

그는 헌법 제1조에 포함된 '민주공화국'이라는 단어를 언급하며 "민주는 조금 해봤지만, 공화는 별로 못했다. 우리 시대가 처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가장 필요한 개념이 바로 '공화'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절망의 시대에 공화주의 이념을 기초해 '따뜻한 보수, 정의로운 보수'를 지향하는 보수 혁명이 필요하다"면서 "그것을 하려면 공화주의 가치를 실현하는 가치 중심의 보수정치 세력이 필요하다. 투표해서 이기면 자기 멋대로 하는 민주주의를 벗어나 공화주의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연을 듣는 학생들의 얼굴에서는 난해함이 느껴졌다. '의원님이 말씀하시는 보수가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왜 스스로를 보수라고 칭하시나'라고 묻는 한 학생의 질문에 유 의원은 "학생이 생각하는 그런 보수라는 고정관념 안에 저나, 동료 의원들 중 변화를 바라는 정치인들을 가둬두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그는 "학생이 얘기한대로 '보수당은 성장'이고 기득권의 부정부패를 보고서도 못본 채 하는 그런 게 보수라면 하루라도 여기 있을 필요가 없다. 지금 새누리당의 많은 의원들도 이런 생각에 동의할 것"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지금 이 시대의 보수는 변해야 한다. 우리나라 국민들 중에서도 스스로를 보수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30% 정도될 정도로 큰 파이를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보수가 변하면 대한민국이 변화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당이 온갖 난리통 속에 있지만 유 의원은 꿋꿋이 가치와 노선을 말하며 행보해왔다. 탈당의 변을 통해 어찌됐건 '보수개혁'을 말했고, 헌법 조항을 언급하면서 권력이 자신을 버려도 국민을 믿고 가겠다는 원칙을 이야기했다. 이제는 본인이 말한 보수의 개념까지 구체화해나가고 있다. 하지만 난해함이 묻어났던 학생들의 표정처럼 다수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보수인듯 보수 아닌 보수 같은' 유승민 의원의 행보에 국민들과 정치권은 여전히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장수연 기자 (tellit@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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