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분기 연속 흑자에도 축배들지 않는 저축은행…왜?
중금리 대출 경쟁 과열로 고객 잠식 우려
최고금리 인하로 업계 변화 예고
저축은행 업권이 7분기 연속 흑자에도 불구하고 침착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시중은행과 인터넷은행, P2P금융, 대부업체 사이에 낀 저축은행의 정체성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저축은행이 주 고객으로 삼았던 중간 신용등급(5~6등급)을 공략한 중금리대출 상품이 속속 등장하면서 시중은행과 고객 경쟁이 불가피해졌다. 아울러 27.9%로 인하된 최고금리가 2분기부터 적용되면서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인하된 금리를 내세운 대부업체 뿐만 아닌,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먹거리 찾기에 나선 신용카드사들까지 대출 경쟁에 뛰어들고 있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저축은행 79곳의 올해 1분기 잠정 순이익은 2362억 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1343억 원)보다 73.2% 증가했다.
순이익이 크게 증가한 이유는 대출이 늘어나면서 이자이익은 늘고 부실대출 비율은 10%아래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대규모 영업정지 사태를 겪은 뒤 영업 규모를 키우고 건전성 확보에 집중했던 저축은행은 2014년 7~8월을 시작으로 연속 흑자를 기록하고 있다. 저축은행 업권이 본격적으로 안전 궤도에 돌입했다는 평가다.
다만 연속 흑자 행진에도 불구하고 업계의 고민은 깊다. 경기에 따른 채무 상환 능력 변동과 업권을 가리지 않는 대출 경쟁으로 인한 영업 비용 증가로 인해서다. 특히 올해는 모바일 대출과 P2P대출 등 기존에 없었던 금융 플랫폼과의 경쟁이 불가피하다.
SBI저축은행의 경우 기존 저축은행 업권을 뛰어넘어 시중은행의 모바일 대출과 경쟁하는 중금리 모바일 대출 상품을 출시했다. 다만 우리은행의 중금리 대출 상품인 위비뱅크의 경우는 서울보증보험이 일정 부분 손실을 부담하지만 SBI저축은행의 경우 은행이 100% 손실을 부담하고 있어 연체율 관리가 까다롭다.
"중금리대출 출시 여력 안 되는 중소형저축은행 '고민'"
연체율 리스크로 인해 중소형 저축은행은 중금리대출 시장에 섣불리 뛰어들기 힘든 구조다. 한 중소형 저축은행 관계자는 "신용평가모델을 고도화하거나 보증보험을 끼고 하는 방법 등이 아니면 중소형 저축은행은 출시하기 힘들다"며 "시중은행들이 금리 사각지대에 놓인 고객들에 대한 공격적인 영업을 진행하면 손놓고 고객을 뺏길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아울러 저축은행 사태 때 인수한 부채를 아직 털어내지 못한 경우도 있다. SBI저축은행은 외형적 성장은 거뒀지만 건전성지표인 고정이하여신비율(3개월 이상 연체된 부실채권)이 여전히 높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은 SBI저축은행 17.13%, OK저축은행 10.97%, 모아저축은행 10.95%순으로 높았다. 금융감독원은 저축은행 사태 이후 부실채권 감축 계획을 발표하고 올해 말까지 부실채권 비율은 10%수준으로 정리하도록 권고했다.
저축은행의 성장이 대형저축은행에 쏠린 것도 위험으로 지적된다. 1분기 흑자폭의 대부분은 수도권에 위치한 SBI, HK,웰컴,한국투자 등 대형 저축은행에 집중됐다. HK저축은행의 경우 당기순이익이 179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79억원 늘었다. 이어 SBI저축은행이 129억원, 웰컴저축은행이 125억원 등 대형저축은행 위주로 순이익 증가폭이 컸다.
한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저축은행 업계가 이제 암흑기를 벗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 금융 시장이 워낙 급변하고 있어서 여전히 보수적으로 영업하고 있다"며 "새로운 먹거리를 찾기보다는 기존의 업무에 집중하자는 전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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