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친박, '당권-대권 통합론' 반대하는 이유


입력 2016.06.08 10:53 수정 2016.06.08 10:58        고수정 기자

'잠재적 대권 주자' 반기문 방한 이후 기류 변화

불공정 경선 우려 및 유엔 사무총장 임기 고려

친박계가 '당권-대권 분리 규정 개정'에 반발하고 있다. 반기문(사진) 유엔 사무총장 방한 이후 반 총장 대선 후보 옹립 시나리오와 관련해 당권과 대권이 분리된 현행을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해지고 있다. 사진은 5월 29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16 국제로타리 세계대회 개막식에서 기조연설을 마친 뒤 손을 흔들고 있는 반 총장.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새누리당에서 화두가 된 ‘당권-대권 분리 규정 개정’을 두고 친박계의 속내가 복잡하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방한 이후 짜여진 친박계의 반 총장 대선 후보 옹립 시나리오가 뒤집힐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친박계, 특히 주류 측에서 현행을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강해지고 있다.

새누리당의 당헌 93조에 따르면 대선 후보 경선에 출마하고자 하는 자는 상임고문을 제외한 모든 선출직 당직으로부터 대통령선거일 1년 6개월 전에 사퇴해야 한다. 해당 규정은 2005년 홍준표 혁신위원회 체제에서 당 대표가 대선 후보 경선을 공정하게 관리하기 위해 마련했다. 이 규정으로 박근혜 대통령은 한나라당 대표를 맡았던 2006년 6월 직위에서 물러났다.

19대 대선이 내년 12월 20일에 치러지는 걸 감안하면 대권에 도전하려는 자는 오는 6월 말까지 당 대표를 포함한 선출직 당직에서 물러나야한다. 현재 새누리당에는 대권 도전을 앞두고 사퇴할 선출직 당직자가 전무한 상태다. 차기 유력 대권 주자로 거론되던 김무성 전 대표는 총선 전에는 사퇴 시한인 6월에 물러난 것으로 예상됐으나, 총선 결과가 예상보다 좋지 않자 결과에 책임을 지고 일찍이 직위를 내려놨다. 정진석 원내대표와 김광림 정책위의장을 제외하고는 선출직 당직자가 없다.

새누리당 일각에서는 현행 당권-대권 분리 제도가 총선 참패의 원인 중 하나라고 주장한다. 당 대표가 대권 도전을 염두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 제대로 직위를 수행하기 힘들 것이라는 의견과 함께 당 대표에 힘이 실리기 힘든 현 체제로는 계파 갈등이 또 다시 재현될 거라는 목소리다. 결국 대선도 총선과 같은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우려다. 또한 총선 과정에서 여권 내 차기 주자가 내상을 입은 만큼 당권-대권을 통합해 대선 주자 기근 분위기에 숨통을 틔우자는 것이다.

친박 주류에서는 이 같은 주장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당초 통합론이 현실화되면 새누리당의 다수를 차지하는 친박계가 옹립한 인물이 당권과 대권 모두를 장악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실제 친박계 대부분도 이러한 이유로 통합론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 왔다. 하지만 반 총장의 방한 이후 기류가 바뀐 것으로 전해진다. 당권과 대권을 통합할 경우 불공정 경선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이유다. 이 때문에 외부 인사의 대권 도전 기회를 원천봉쇄한다는 것이다.

친박계 한 중진 의원은 7일 본보와 통화에서 “2005년에는 당이 지나치게 한 컬러로 가게 되면 오히려 선거에서는 불리해 다양한 스펙트럼을 갖자는 취지에서 당권·대권을 분리하는 게 옳다는 판단을 한 것”이라고 운을 뗐다. 그는 “당권-대권이 분리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 우리 당이 유능한 외부 인사를 모셔오는 것은 상당히 어렵다”며 “경선이라는 버거운 과정을 치르는 것도 모자라 당 대표, 당권 주자와 경쟁하는 불공정한 경선에 누가 뛰어들려고 하겠느냐”고 지적했다. 이장우 의원도 통화에서 “‘현행 유지’ 의견이 나오는 것은 불공정 경선 때문에 그런 것으로 보인다”며 “충분히 당 내 구성원들과 논의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친박계의 가장 큰 반발 이유는 반 총장을 ‘차기 옹립 후보’로 점찍어 놓은 상태에서 그의 임기와 전당대회 시기가 물리적으로 맞아 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전당대회는 오는 8월 초 혹은 9월 초 치러지지만, 반 총장의 유엔 사무총장 임기는 올해 12월까지다.

익명의 중진 의원은 “반 총장 같이 바깥에서 모셔오고 싶은 분들이 지금와서 당권을 잡는 게 난망하지 않겠느냐”며 “유엔 사무총장 임기를 7개월 남기고 당권하겠다고 할 수도 없는 일”이라고 했다. 이어 “반 총장이 새누리당 후보로 나설지는 모르지만 최소한 반 총장이 느끼기에는 공정한 경선을 통해 ‘나한테도 기회가 충분히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한다”며 “들러리 서다가 끝나는 경선에 어떤 사람이 바보같이 나서겠느냐”고 재차 강조했다.

한편 당 혁신위는 1분과에서 당권-대권 분리 문제 등 지도체제 변경과 관련해 논의할 예정이다.

고수정 기자 (ko0726@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