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방송으로 몰카를 즐기는 마리텔은 퇴행!
<김헌식의 문화 꼬기>원래 장점을 살리는 방향으로 복귀해야
개그맨 이경규가 35년 필살기를 들고 나온 마리텔이라고 했다. 그 필살기 덕분에 마리텔 전반 1위를 차지했다. 그 필살기는 다름 아닌 몰래 카메라였다. 일밤 이경규가 간다가 마리텔에 등장한 것이다. 세계 최초라고 했다. 생방송 몰래 카메라에다가 네티즌들의 도움을 받기 때문이다. 네티즌들의 도움을 받아 딴짓을 하거나 불성실한 이들을 지적하는 장면이 그대로 방송되기도 했다. 물론 여기에서 불성실하거나 딴짓을 하는 것은 사람을 속이는 일에 충실하지 않다는 말이다. 과연 이러한 생방송 몰카는 바람직한 것일까.
마리텔은 방송의 새로운 전환을 가져왔기 때문에 호평을 받은 바가 있다. 특히 그 형식이 독특했다. 대안적인 방송 포맷이라고 호평이 내려지기도 했다. 1인 방송의 디지털 인터렉션과 대중 미디어인 지상파 방송을 융합했기 때문이다. 어떻게 보면 MCN을 텔레비전 방송에 결합시켜 내고 있다는 점도 평가를 좋게 해줄 수 있는 점이었다. 그동안 소재도 다양하게 시도 되었고, 나름대로 출연자들은 열심히 자기만의 색깔을 보여주려 노력했다. 그 소재들은 주로 마이너 차원의 문화 코드를 많이 보이기도 했다. 그만큼 텔레비전 방송에서는 잘 볼 수 없었던 소재도 많았다. 때문에 차별성이 있었다.
그런 면에서 몰카의 등장은 익숙하면서도 낯설었다. 복고 코드의 부활이라고 볼 수 있을 지 모른다. 그동안 지상파 방송사는 물론이고 케이블, 종편에서도 몰카 방식의 프로그램은 사라졌기 때문이다. 선행을 유도하는 '젠틀맨'이라고 하는 종편 프로그램이 방송되기는 했지만, 기대 이하의 평가를 받고 사라졌다. 그만큼 형식 자체가 이제는 대중적인 호응과 공감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한편으로 가장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이 몰카라고 할 수 있다. 마리텔에서 다른 팀들이 연기지도나, 수석이야기, 중국어 학습 그리고 요리를 할 때 다른 쪽에서 생방송 몰카를 시도한다면 누가 1등을 할까.
그것은 너무나 자명한 결과가 예측된다고 볼 수 있다. 비단 반드시 천하의 이경규가 진행을 하지 않고 다른 이들이 진행을 해도 점유율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몰카는 그만큼 손쉬운 소재이다. 이날 방송에서도 별로 한 것이 없었다. 데프콘을 속이기 위해서 카페 공간을 지도하고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제 생방송으로까지 몰카를 텔레비전을 통해 즐겨야 하는 시대가 된 셈이다. 몰카는 올드한 소재이기 때문에 사라져 간 것이 아니라 그것이 가지고 있는 부정적인 가치 때문에 많은 비판을 받았다. 그렇기 때문에 오랜만에 복고 코드가 부활했다는 점을 부각시킬 수만은 없을 것이다.
당연히 몰카는 관음증적 쾌락을 자극한다. 숨어서 다른 이들의 행동을 즐기기 때문이다. 또한 출연자의 사생활을 침해한다. 출연자에게 사전에 알리지 않고 속이기 때문이다. 리얼 상황이라고 생각했는데 가짜라고 인지 했을 때 드러나는 반전 상황 속 표정은 즐기는 대상에 대한 포인트가 된다. 자신이 그런 대상이 된다면 기분이 좋을 리 없다.
우리는 24시간 CCTV의 감시 속에서 살고 있다. 모든 이들이 마치 범죄자처럼 감시당하고 있다. 언제 어디서나 관찰의 대상이 되고, 자신의 의사와 관계없이 기록되고 있다. 사람들은 이러한 감시속에서 자신을 스스로 검열해야 한다. 자유는 제약되고, 사생활을 존립할 수가 없다. 연예인들이라고 비단 우리와 다른 존재들일까. 정말 속이는 것이라면 엄청난 스트레스 속에서 생업 활동을 해야할 것이다.
방송 프로그램에서 몰래 카메라는 한 때 주로 연예인들을 속이는 데 많이 사용된 바 있다. 특히, 자신의 보여지는 모습에 관한 감정 노동을 많이 해야 하는 이들이 당황하거나 분노하는 상황을 즐기는 데 초점을 맞췄다. 겉모습과 속모습이 다를 수 있는 점을 파고 들어 상당히 성공을 하기도 했다. 마리텔의 몰래 카메라도 이러한 방식에서 벗어나지는 않는다. 데프콘을 어떻게 속일 지가 궁금해질 뿐이다.
결국 이경규가 데프콘이라는 연예인을 속여먹는 것을 즐기기 위해 다들 지켜 보고 있는 셈이다. 참여자들은 공부를 따로 할 필요도 없고 차별화된 노하우나 지식 정보를 제공할 필요가 없다. 남을 속여 놀려먹는 장면을 잘 보여주면 1등을 하는 셈이다. 이러한 면은 마리텔이 그간 보여준 남다른 특화 포인트와 달랐다. 단적으로 말하면 예전 코드들을 다시 부활시킨 것이 아니라 퇴행이라고 할 수 있다. 새로운 결합이라기보다는 쉽게 점유율을 높일 수 있는 소재를 마리텔에도 시도한 것이다.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사실 마리텔의 근본적인 속성과 한계 때문이다. 마리텔은 점유율로 모든 것을 평가하기 때문이다. 인터넷 공간에서 점유율이 과연 실질적인 평가기준인지 알 수 없다. 특히 관음증적인 속성이 강할수록 좋은 판단을 갖지 않아도 본능적으로 시선을 두기 쉽기 때문이고, 그 대표적인 것이 몰카방식이기 때문이다. 몰카는 시선을 주거나 붙잡고 있어도 그렇게 충성도가 높은 방송 포맷은 아니다. 마리텔의 본래 장점을 다시 살릴 수 방향성을 찾아야 할 것이다. 몰래 카메라를 생방송으로 즐기는 사회는 그렇게 바람직해 보이지도 않는다.
글/김헌식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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