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개헌론’ 카드 다시 꺼낸 이유는?
‘대형 이슈’ 선점해 당 지지 세력·여론 결집
총선서 타격 입은 대권주자 입지 다지려는 의도
‘대형 이슈’ 선점해 당 지지 세력·여론 결집
총선서 타격 입은 대권주자 입지 다지려는 의도
총선 이후 리더십에 내상을 입었지만 여전히 여당의 차기 대권 주자로 거론되고 있는 김무성 새누리당 전 대표가 ‘개헌론’을 또 다시 꺼내들었다. 그동안 개헌에 대해 찬성하는 입장을 보이면서도 청와대와의 마찰 이후 극도로 말을 아꼈던 김 전 대표가 20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이 같은 행보를 보이는 것은 내년 대선이라는 목표가 작용됐다는 분석이다.
김 전 대표는 13일 한반도선진화재단 등 6개 사회단체의 연합체인 국가전략포럼이 주최한 ‘개헌, 우리 시대의 과제’ 세미나에 참석했다. 인명진 목사가 “대통령 5년 단임제를 30년간 시행하면서 6명의 대통령을 배출했지만 이들 중 성공했다고 평가할 만한 대통령은 없었다”고 말하며 개헌론을 재점화한 자리였다. 김 전 대표뿐 아니라 차기 당권주자로 거론되는 친박계 이주영 의원, 비주류인 나경원 의원, 야당에서는 박재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 참석했다.
“이원집정부든 내각제든 법률적으로 열린 내각을 구성해야 한다”고 말한 이 의원, “87년 체제에서 5년 단임은 불가피했지만 이제는 단순히 승자가 독식하는 대통령제에 대한 근본적 검토가 필요한 게 국민의 마음”이라고 말한 나 의원과는 달리 김 전 대표는 발언에 귀 기울일 뿐 입은 굳게 닫았다.
그동안 김 전 대표는 개헌에 대해 적극적인 입장이었다. 그는 2014년 10월 중국 순방 당시 “오스트리아식 이원집정부제 개헌도 검토해야 한다”며 개헌론을 제기했다. 하지만 청와대가 ‘경제 블랙홀론’을 들며 즉각 반발하면서 김 전 대표와 마찰을 빚는 모양새가 연출됐고, 김 전 대표는 그 이후로 개헌론에 대해 언급을 자제해왔다. 하지만 그의 세미나 ‘참석’ 만으로도 ‘87년 체제’를 극복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분석되고 있다.
다만 개헌은 야당보다 여당에 ‘블랙홀’이 될 가능성이 크다. 박근혜 대통령의 집권 후반기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해 정권 재창출을 이뤄내야 하지만, 개헌 논의가 가시화될 경우 국정 운영 동력은 물론 정치적 이슈까지 모두 빨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과 친박계가 개헌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는 이유다.
친박계 일부 의원들이 지난해 말 이원집정부제를 언급했으나, “나라가 한 치 앞을 못 보는 상황에서 개헌이란 건 입에 떨어지지 않는 얘기”라는 박 대통령의 발언 이후 개헌론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바 있다. 김용철 부산대 교수는 14일 ‘데일리안’과 통화에서 “정치적 이슈가 많아지면 현 대통령에 대한 관심이 분산될 수밖에 없다. 레임덕은 물론이고 국정 운영·추진 동력이 떨어지고, 여당에 대한 결집력이 떨어지게 되는 효과가 나타난다”며 “개헌론 같이 여러 가지 정치적으로 큰 이슈가 많이 제기될수록 야당에 유리하게 국면이 조성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도 김 전 대표가 20대 개원 직후, 특히 대선을 1년 6개월 남겨둔 시점에서 개헌론을 꺼내든 것은 대권 주자로서의 입지를 다시 한 번 각인시키려는 의도가 깔려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총선 막바지 공천 파동 이후 리더십에 상처를 입은 김 전 대표가 총선 참패로 인해 사실상 대권 주자 자리에서 위태롭게 되자 개헌이라는 대형 이슈를 선점해 개헌을 추구하는 당 내 세력은 물론 여론을 결집시키기 위한 수단이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현 정권과의 차별화를 통해 ‘민주주의 확립 의지’를 부각하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라며 “특히 개헌이라는 대형 이슈를 선점하면 개헌을 지지하는 새누리당 소속 의원들과 여론을 결집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여러 가지 포석이 깔린 행보”라고 말했다.
다만, 내년 대선 전 개헌이 이뤄질 가능성은 적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대통령 중임제나 의원내각제 등 구체적 내용과 관련해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여야 차기 대권주자의 이해득실에 따라 한 목소리를 내기 힘들 것이라는 해석도 이를 뒷받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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