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중국을 알고싶다고? 중국 최고의 부자들을 안다면...
<서평>'최고의 중국통' 강효백 교수의 ‘중국의 슈퍼리치’
문혁세대부터 소황제까지...중국에서 배우는 '시장경제'
강효백 교수의 ‘중국의 슈퍼리치’
강효백 경희대 중국법학과 교수가 쓴 ‘중국의 슈퍼리치’는 국내 최초로 중국 거상들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책이다. '중국인의 상술' 등 16권의 책을 펴내고 중국을 다양한 관점으로 분석해 온 강효백 교수는 최고의 중국통으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데일리안’에서 연재했던 중국 거상에 대한 이야기를 책으로 엮어낸 중국의 슈퍼리치는 제목에서 읽을 수 있듯 현대 중국 경제를 이끄는 10대 거상의 생각과 전략을 녹여낸 백서다. 중국 기업가들은 개혁개방 이후에 빠른 시대변화를 타고 급격히 부를 축적했다. 강 교수는 이들의 성공스토리에 국시를 ‘사회주의 시장경제’로 삼은 중국의 기업가를 위한 법과 제도가 한몫했다고 평가한다.
주 타이완 대표부, 주 상하이 총영사관, 주중 대사관 외교관 등으로 12년간 중국에서 생활한 강효백 교수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진짜 중국을 보여준다. 특히 중국거상지도, 중국거상 다이어그램, 중국거상들의 어록 100선, 중국의 글로벌 슈퍼리치 TOP110, 중국거상 세대별 특징 등의 부록을 통해 한결 쉽게 중국의 슈퍼리치들을 이해할 수 있다.
대 부호들의 성공담이 마치 소설처럼 쓰인 중국의 슈퍼리치는 488페이지에 달하는 양에도 강 교수 특유의 호쾌한 문체와 옆에서 말로 풀어주듯 익살스러운 표현 덕에 쉽게 읽히는 책이다. 특히 역사적 순간의 사진이 글 중간에 삽입돼있고, 이해하기 어려운 세계관이나 경제개념은 도표 등으로 정리되어있어 어렵지 않게 책장이 넘어간다.
책은 문화대혁명시기와 개혁개방시기를 온몸으로 겪고 중국 최초의 백만장자가 된 ‘바보호박씨 사장’ 녠광주부터 ‘홍군의 아들’이자 중국 최대 부호인 완다그룹의 왕젠린, 중국을 넘어 전 세계를 누비는 IT 업계의 거장 마윈, 화교로 SM 그룹을 일궈 필리핀의 최대 개벌이 된 시즈청 등 10여 명의 슈퍼리치를 다룬다.
그중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알리바바 그룹의 총수 마윈은 아라비안나이트를 방불케 하는 경험을 통해 ‘차이니즈나이트’를 새로 쓴 인물이다. 저자는 ‘소상공인들의 수호자’로 글로벌 전자상거래 시장의 신기원을 연 마윈의 장점을 의협심, 상상력, 리더십으로 꼽았고, 약점은 수리능력과 외모로 꼽았다.
기발한 상상력의 인터넷 회사를 구상한 마윈이 처음부터 승승장구했던 건 아니었다. 어렸을 적부터 엉뚱한 행동만 골라 하던 개구쟁이는 100점 만점의 대입 수학시험에서 1점을 받을 정도로 수학에 젬병이었다. 게다가 임시직으로 고용된 호텔의 일자리에서는 ‘너무 못생겨 고객들에게 혐오감을 준다’는 이유로 석 달을 넘기지 못하고 해고됐다.
이후 미국에서 조폭 보스에게 생명의 위협을 받고 극적으로 탈출하는 과정에서 접한 인터넷을 통해 국유기업의 중견간부가 됐다. 하지만 마윈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단돈 10만 위안과 직원 18명을 이끌고 IT 만리장성, 알리바바를 구현한다. 타오바오와 알리페이로 eBay를 중국 시장에서 철수시키고 중국 C2C 시장의 90%를 점유한 마윈은 그만의 독특한 무엇이 있었다.
강 교수는 마윈의 생애를 한 편의 소설처럼 흥미진진하게 풀어내며 성공 요소를 ‘협객’으로 꼽는다. 마윈의 힘이 평소에 자주 읽는 무협소설에서 나온다고 분석했다. 칼 대신 인터넷을 쥔 협객이 육맥신검(고객제일, 단결협력, 변화의 포용, 신의성실, 열정, 전심전력)을 사훈으로 공포하고 기업문화를 ‘협’으로 무장시켜 소상공인의 수호 협객이 된 것이다.
책은 열 명의 거상을 소개한 뒤 중국에서 사회적 문제가 된 재벌 2세 ‘소황제’들을 국가가 어떻게 제어하는지 보여준다. 앞부분에서 소개한 신시왕그룹 류융하오의 외동딸 류창과 완다그룹 왕젠린의 외아들 왕쓰총을 비교해 소개했다.
강 교수는 중국법학 교수답게 거상들의 성공 원인을 중국의 법과 제도에서 찾았다. 그는 “시진핑 주석, 리커창 총리, 리위안차오 부주석, 류옌둥 부총리 등 현 중국 최고 수뇌부는 모두 법학도이거나 법학박사로 채워졌다. 이러한 메가트렌드에 주목해야 한다”며 “세상을 바꾸고 싶은가? 그러면 먼저 제도를 바꾸라”고 강조했다.
사실 중국은 예로부터 법과 제도의 나라였다. 당 태종과 같이 법과 제도를 중시한 황제는 명군으로 칭송을 받고 그렇지 않은 황제는 폭군으로 욕을 먹었다. 이에 강효백 교수는 예술계의 창작품처럼 법제를 ‘창조’하는 중국식 법개념이 공산국가인데도 슈퍼자본주의를 이룬 비밀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중국은 불법사금융 시스템이던 마윈의 ‘알리페이’를 위해 전자서명법을 제정했고, 갑부 2세의 기행이 문제가 되자 기업국유자산법을 제정해 기업이 자유롭게 뛰놀게 하면서도 언제든 국가가 제동을 걸 수 있게 했다. 공산국가인데도 상속세율이 0%인 세법을 창조했다.
법과 제도 외에도 중국기업가들의 성공 요소로 지역적 특색, 역사적 사건, 기발한 아이디어 등을 꼽았다. 그 중 재미화교 천쑹슝의 성공담을 지역적 특색과 연결해 설명했다. 주로 미국 이름인 패트릭으로 불리는 천쑹슝은 “돈이 있는 자는 살고 돈이 없는 자는 죽는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도는 광동 출신이다.
남아프리카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이주한 패트릭은 재산문제로 가족과 척을 졌지만, 글로벌 슈퍼리치 81위에 올랐다. 또한 자신의 단점을 개선하려 하지도 않고 장점만을 불굴의 투지와 노력으로 키워나갔다. 돈을 최고로 여기는 광둥인의 기질대로 일단 성공을 한 후 ‘재미화교 가운데 최대 기부자’가 되는 방법 등으로 사회에 환원하는 것이 그의 비결이었다.
이렇듯 중국 현지 자료와 인터뷰를 활용해 국내에서 접하기 어려웠던 이야기를 많이 담아냈다. 중국을 사회주의 국가로만 생각하는 사람들의 고정관념에 일침을 가했다. 그리고 G2 국가로서 글로벌 경제를 쥐락펴락하는 중국의 기업가를 분석해 우리의 성공신화를 만들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서문에 따르면 지금 중국 땅에는 개인자산 190억원 이상의 억만장자가 8만명, 천만장자가 121만명이다. 2015년 500대 글로벌 기업 중 106개가 중국 기업이고 글로벌 슈퍼리치 TOP100 가운데 중국인이 15명이다. 세상의 돈을 중국이 모조리 쓸어 담고 있는데 우리는 중국 기업가보다는 중국 정부나 지도자의 손끝에 집중해왔다.
이번 강 교수의 책은 ‘거상 올스타전’이라고 봐도 좋다. 올스타전의 묘미는 승부를 넘은 이벤트에 있다. 중국의 슈퍼리치 역시 어려운 경영기술 전수 보다는 스타 10인의 기량을 분석한 강 교수의 해설과 중국이 이들의 기량을 어떻게 펼치게 했는지에 집중하면 훨씬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2016년 우리나라 자영업자 수가 563만2000명에 달하는 가운데 2014년 폐업하는 자영업자의 수는 68만604명이었다. 소매업자들이 이 책을 읽었다고 해서 누구나 녠광주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작은 식당부터 벤처기업까지 자영업을 꿈꾸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중국의 거상이 어떤 과정을 거쳐 부호가 되었는지 한 번쯤 읽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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