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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빈 "저한테 치료 받으실래요?"


입력 2016.07.03 07:57 수정 2016.07.06 08:57        부수정 기자

'우리 연애의 이력'서 여배우 우연이 역

"영화 통해 상처 치유…성장한 작품"

배우 전혜빈은 영화 '우리 연애의 이력'으로 11년 만에 스크린에 복귀했다.ⓒ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마음이 아픈 사람이 자신을 간호해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는 것, 그리고 내가 누군가를 치료해준다는 거 정말 괜찮지 않나요? '내 편'이 돼 준다는 의미잖아요. 슬픔은 쌓아둘 필요가 없어요. 어렵게만 사랑하지 말고 단순하게 사랑하세요."

'우리 연애의 이력'(감독 조성은)으로 11년 만에 스크린에 돌아온 전혜빈은 영화 속 선재(신민철)와 우연이(전혜빈)의 대사를 언급하며 사랑의 소중함을 강조했다.

지난달 30일 개봉한 '우리 연애의 이력'은 이혼했지만 한 집에서 시나리오를 작업하는 우연이와 선재의 현실 로맨스를 담담하게 담았다. 전혜빈의 자연스러운 연기력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전혜빈은 극 중 카메라 공포증과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한물간 여배우 우연이로 분했다. 어린 나이에 흥행 작품을 만나 주목을 받은 우연이는 상처 때문에 신경이 쇠약해진다. 그러던 어느 날 사랑했던 사람이자 공동 집필 파트너인 선재의 영화로 화려한 재기를 꿈꾼다.

언론시사회 당시 전혜빈은 "같은 여배우로서 연이를 만났을 때 공감했다. 어릴 때 데뷔해서 여러 고비를 넘겼는데 연이의 감정을 비슷하게 느꼈다. 불안함 속에서 살고 있고, 끝이 보이지도 않는 안갯속을 걷는 시간을 연이를 통해 보여드리고 싶었다"고 밝힌 바 있다.

배우 전혜빈은 영화 '우리 연애의 이력'에서 여배우 우연이 역을 맡아 신민철과 호흡했다.ⓒ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2002년 그룹 러브(Luv)의 멤버로 데뷔한 그는 MBC '강호동의 천생연분'에서 '이사돈'(24시간 돈다)이라는 별칭을 얻으며 전성기를 누렸다. 이후 '온리유'(2005), '마녀유희'(2007), '신의 저울'(2008), '직장의 신'(2013), '조선총잡이'(2014) 등에 출연했으나 연기자로 별다른 활약을 펼치지 못했다.

그녀를 알린 작품은 드라마보다 예능이었다. 2012년 SBS '일요일이 좋다-김병만 정글의 법칙 in 마다가스카르'에 출연해 씩씩한 모습으로 호응을 얻었고, 이듬해 SBS '심장이 뛴다'(2013)로 존재감을 알렸다.

어렸을 때부터 연예계 활동을 시작한 고충, 연기자로서 활동하며 겪은 시행착오들이 말에 묻어났다.

최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상처투성이 우연이에 대해 "그녀를 깊게 알 수 있는 사람이 나"라고 했다.

"비주류 취급을 받는 사람인데 사랑마저도 불안하고...앞이 안 보이는 상황에 놓인 거죠. 세상을 살아가면서 이 길이 맞는 건가 싶을 때가 있잖아요. 한 치 앞도 안 보이니까. 탄탄대로를 걷는 사람도 있고, 험한 길을 걷는 사람도 있는데 자기 자신을 믿는 게 가장 중요해요. 내가 선택한 길에 대한 의심이 없어야 합니다."

배우 전혜빈은 영화 '우리 연애의 이력'과 tvN '또 오해영'으로 비슷한 시기에 대중을 만났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우리 연애의 이력'은 전혜빈의 영화다. 스크린에 나온 그는 꽤 예쁘다. "클로즈업이 예쁘다"고 했더니 환하게 웃었다. "여성 감독님이라서 여배우의 예쁜 부분을 잘 찾아내셨어요."

조 감독은 전혜빈에게 "눈이 참 호수 같다"고 말했단다. 처음엔 무슨 소린지 몰랐지만, 마음이 답답할 때 호수에 가는 우연이를 통해 그 의미를 알아냈다고 했다.

"호수는 우연이의 눈물이자 슬픔이에요. 다 퍼내고 싶죠. 우연이 눈 속엔 슬픔이 있는데 한 번도 퍼낸 적 없어요. 그러다 슈퍼 아주머니가 '행복하세요' 했을 때 마음이 들킨 것처럼 펑펑 울어요. 그때 감독님 말씀의 뜻을 알았죠."

영화는 지난해 초 촬영을 마쳤다. 개봉 시기와 '또 오해영' 종영 시기와 맞물렸다. 전혜빈은 "'또 오해영' 예쁜 해영이로 사랑받고, 영화까지 개봉해서 감사하다"고 미소 지었다.

특히 여성 캐릭터가 주축이 된 영화를 만난 건 큰 행운이다.

"예전엔 '8월의 크리스마스', '봄날의 간다' 등 감성을 자극하는 영화가 많았는데 이젠 별로 없어요. 이번 영화를 통해 많은 관객이 말랑말랑한 감성을 느낄 수 있을 거예요. 저예산이고 작은 영화지만 제게 주는 의미는 남달라요. 날 투영시킬 수 있고, 잘할 수 있는 캐릭터였죠. 배우로서 자신감도 생겼고요."

배우 전혜빈은 '우리 연애의 이력'에 대해 "내가 성장한 작품"이라며 "잊고 싶은 않은 순간"이라고 전했다.ⓒ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우리 연애의 이력'은 그에게 첫 주연작이다. 신경 쓸 게 많았을 것 같다고 했더니 "우연이가 되려고 했다"며 "나도 우연이 같은 사람이었으니까 내가 경험한 슬픔, 아픔을 꺼내서 그녀만의 감성을 따라갔다"고 했다.

남성 중심의 영화가 판치는 영화계에서 멜로의 여주인공이 된다는 건 행복한 일이다. 전혜빈은 "훗날 지금 이 순간을 돌아보면 정말 자랑스러울 것 같다"며 "배우로서 인생에서 참 빛나는 순간"이라고 미소 지었다.

"제게 우연이를 믿고 맡겨주셔서 의아했어요. '제가 해도 돼요?'라고 했죠. 꿈꾸던 게 이뤄진 느낌이랄까요. 실감이 안 나요. 호호. 영원히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극 중 선재와 우연이는 서로의 상처를 치유한다. 선재는 우연이에게 "사람들은 모두 투병 중이에요. 내가 간호해 줄까요?"라고 하고, 우연이는 선재에게 "나한테 치료받을래요?"라고 한다. 신선한 로맨스 장면이었다. 전혜빈도 공감했다.

"사랑에 대한 아픈 기억이 있는 사람들은 상처받을까 봐 건강한 사랑을 하지 못해요. 다음 사랑에서도 상처받지 않으려고 자신을 방어하고요. 인생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누군가를 치료하고, 누군가한테 치료받는 것도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친구들끼리 모인 단톡방에서도 '나한테 치료받을래요?'라는 말을 장난스럽게 해요. 하하."

배우 전혜빈은 영화 '우리 연애의 이력'으로 원톱 주연으로 나섰다.ⓒ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영화 이전에 '또 오해영' 속 예쁜 오해영으로 시청자와 만난 전혜빈은 처음에 욕을 많이 먹었다. 얄미운 금해영의 모습에 시청자들은 분노를 표했고, 욕이 섞인 댓글이 이어졌다. 예상치 못한 부정적인 반응에 배우는 자괴감에 휩싸였다. '난 왜 이것밖에 못하지', '내가 못해서 비중이 줄어든 건가'라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서 스트레스가 극에 달았다.

그러다 금해영의 성장 배경과 속마음이 나오면서 여론은 달라졌다. "금해영을 이해한다"는 반응이 나오기 시작한 것. 전혜빈은 "금해영은 분량은 적었지만 비중은 컸다"며 "난 금해영을 이해했다"고 강조했다.

"엄마의 부재 속에 자란 해영이는 불안정한 아이예요. 어두운 면을 감추려고 일부러 강한 척, 밝은 척하는 사람입니다. 금해영과 우연이가 비슷해서 신기했어요. 두 여자의 모습은 저한테 있는 부분이에요. 불안정한 우연이가 선재를 통해 상처를 극복하고 성장하는 것처럼 저도 이번 드라마와 작품을 통해 스스로를 치유하고, 성장했어요. '내가 축복받은 일을 하고 있구나' 싶었죠. 아파야 성장한다는 사실도 깨달았고."

일 년 중 5월 즈음은 자신감이 떨어지는 시기란다. "20대 땐 술에 의존했지만 이젠 얘기를 들어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려고 해요. 혼자 떠안으려고 하면 구덩이에만 빠집니다. 명상과 요가도 하고요. 우울함과 무력감을 빨리 빠져 나오는 방법을 터득했습니다." 전혜빈의 단단한 내면은 이렇게 다져졌다. 말을 하면 할수록, 특유의 건강한 정신이 뿜어져 나왔다.

배우 전혜빈이 출연한 '우리 연애의 이력'은 이혼했지만 한 집에서 시나리오를 작업하는 연이와 선재의 현실 로맨스를 담담하게 담았다.ⓒ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인생작을 물었더니 '또 오해영, '인수대비', '우리 연애의 이력'을 꼽았다. 연기의 맛을 느꼈다고.

전혜빈하면 딱 떠오르는 이미지는 '예쁘다', '차갑고 도도할 것 같다'는 거다. 그는 "화려하게 생기지 않았다"며 손사래를 쳤다. 단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한다는 거다.

"예쁜 오해영 수식어 탓이에요. 호호. '정글'하기 전에는 차가울 것 같는 얘기를 들었는데 '알고 보니 아니다'라는 반응이 있었죠. 오해해서 미안하다고 하면서...친구들은 저한테 립스틱이라고 바르고 다니라고 해요. 전 평범한 사람입니다."

어느덧 연기 경력 10년을 훌쩍 넘은 그는 배우로서 욕심이 많다고 했다. "하고 싶은 게 많은데 제가 잘할 수 있는 역할을 꾸준히 하고 싶어요. 자신 없는 캐릭터를 무리해서 맡고 싶지 않아요. 제 나이에 어울리는, 지금 할 수 있는 작품을 가리지 않고 도전하려고요."

이전보다 한층 성장한 그에게 지금 어떤 길을 걷고 있는지 물었다. "시골길을 적당한 속도로 걷는 기분이에요. 부담도 있지만 이 정도 길에서 이 속도면 괜찮아요."

부수정 기자 (sjboo7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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