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들지 않는 공항, 정치권 '계파벽' 대신 '지역벽' 부상
신공항 이슈엔 계파도 무색, 군공항 이전 두고 당내서도 '민감'
‘공항’이 정치권의 계파논리에 균열을 내고 있다. 대신 ‘지역주의’가 새로운 대립구도의 핵으로 부상했다. 20대 국회 초반부터 핫이슈로 떠오른 영남권 신공한 건설사업을 시작으로 불거진 지역갈등이 군 공항 이전문제로도 확산되는 모습이다. 정치권에선 각종 선거 국면에서 해당 공약들을 내걸었지만, 타 지역과의 조율이 만만치 않아 벌써부터 ‘다음 임기’를 거론하는 실정이다.
현재 군 공항 이전 문제가 걸린 지역은 대구·광주·수원 세 군데다. 그 중에서도 밀양 신공항 무산으로 직격탄을 맞은 건 대구다. 영남권 신공한 건설을 약속했던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면서, 대구시는 K2(대구 군공항) 이전을 본격 추진했다. 앞서 비용 부담 문제로 당국과 갈등을 빚었지만, 정부가 공약한 밀양 신공항 건설을 전제로 폐쇄될 대구공항 부지를 개발해 그 수익으로 K2 기지 이전 비용을 충당하는 ‘기부 대 양여’ 방식을 꾀했다.
하지만 김해공항 확장 발표로 당초 계획이 전면 불투명해지자, 권영진 대구시장과 대구지역 국회의원들은 지난 1일 조찬간담회를 열고 “신공항 용역에 대한 검증이 끝나기 전에는 김해공항 확장안에 대해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특히 이날 간담회에는 공천 문제로 감정의 골이 깊어진 친박계 정종섭·조원진 의원 등과 비박계 유승민 의원이 동석해 한 목소리를 내는 ‘이례적인’ 장면도 펼쳐졌다. 아울러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무소속 홍의락 의원도 참석했다.
앞서 새누리당 대구 지역 의원들은 신공항 부지 발표 당일이었던 지난달 21일에도 친박계 인사이자 시당위원장인 윤재옥 의원실에 모여 방송을 함께 지켜보는 등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총선 공천과정에서 대규모 탈당사태까지 불거지며 계파 간 내홍을 겪은 새누리당이지만, 지역 이익 앞에선 계파를 초월한 채 머리를 맞댄 셈이다. 다만 김해공항 확장으로 결론이 난 상황에서, 군공항 이전 문제를 이번 회기 내 손대기는 쉽지 않을 거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지난 총선에서 전석을 석권한 수원 지역도 골치가 아프긴 마찬가지다. 수원비행장에서 나오는 소음피해는 물론 고도제한으로 인한 재산권까지 박탈까지 더해져 이 문제는 이미 10여 년 전부터 지역 주민의 숙원 사업이었다. 이를 위해 김진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19대 국회 첫 법안으로 ‘군공항 이전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대표발의, 2013년 3월 국방부에 이전 건의서를 제출해 1년여 협의 끝에 2015년 최초로 승인을 받았다.
이후 국방부가 예비후보지 검토를 위해 경기 남부 10개 시군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진행했지만, 해당 지자체들이 일제히 반기를 들면서 협의조차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 특히 화성은 지도상 수원과 위도가 유사하고 인구밀집도가 낮아 유력한 후보지로 거론됐지만, 화성시는 이미 매향리사격장과 오산비행장 등으로 많은 피해를 입은 만큼 난색을 표했다. 여주와 안성시 등도 군공항으로 인한 규제가 경제적 피해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당내에서도 민감한 문제다. 앞서 총선을 앞두고 화성YMCA 등 지역 시민단체들이 수원 군공항 이전에 대한 정책질의서를 보낸 결과, 권칠승 더민주 의원(화성시병)은 반대 의사를, 같은 당 이원욱 의원(화성시을)은 무응답 한 바 있다. 아울러 서청원 새누리당 의원(화성시갑) 역시 응답하지 않았다. 당론이나 계파적 논리보다는 본인의 지역구를 우선 고려해야하는 만큼, 당내에서도 해당 지역 의원들 간 예민한 사안일 수밖에 없다.
수원을 지역구로 둔 더민주 의원실 관계자는 “비행장에서 통화하면 아예 소리를 못 든는다. 문제가 심각해서 해결하긴 해야 하는데, 지금 당장은 정부의 지방재정개편안 문제가 시급해서…”라며 말꼬리를 흐렸다. 이어 “임기 내에는 이전할 지역이라도 정해지면 제일 좋지만 이게 워낙 오래된 문제고 다른 지역구와의 협상이 쉽지가 않아서 당장 손을 대기가 어렵다. 세 군데가 정해진 걸로 아는데 공군이 아직 국방부에 보고도 안한 상태”라고 토로했다.
한편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측 핵심 관계자는 “하루에도 몇 번씩 의원들이 국토위에 찾아와서 지역 현안 해결을 호소하는데, 같은 당 의원들끼리도 부딪치는 부분이 많다. 같은 지역이라도 갑과 을이 또 다르다”며 “대안이 있어야 이전을 하는데, 지역 문제는 의원들도 포기할 수 없는 부분 아닌가. 정당이나 계파가 아니라 이제는 각 지역과 세대 갈등이 점점 더 강해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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