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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치·승진 누락에 육아휴직 '벌벌'…애끓는 근로자들


입력 2016.07.13 05:48 수정 2016.07.13 05:50        하윤아 기자

일반 기업 근로자 육아휴직 사용률 공무원의 절반도 못 미쳐

첫 아이 출산 이후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데 있어 직장 유형별로 큰 차이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자료사진) ⓒ연합뉴스

일·가정양립 지원을 위해 육아휴직제도가 정책적으로 추진되고 있지만, 여전히 직장 유형별로 육아휴직 사용에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회사 근로자가 첫 아이를 출산한 이후 육아휴직을 사용한 비율이 공무원·국공립 교사의 절반 수준에 그쳐 사회적 인식 개선의 필요성이 다시금 제기되고 있다.

전업주부인 서정은(가명, 29) 씨는 임신 후 만삭이 될 때까지 직장에서 일하다 출산휴가, 육아휴직을 사용해보지도 못하고 퇴직했다. 다니던 직장이 워낙 업무량이 많아 마음 편히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가 없어 결국 출산 직전까지 일하다 회사를 그만두게 된 것이다.

특히 그는 만삭에 몸이 힘들어지면서 근무시간을 조정해야할 필요를 느꼈지만, 상사와 동료 등 '주변 눈치' 때문에 막바지 3개월은 자발적으로 비정규직으로 전환해 근무시간을 조정하기까지 했다. 2015년 1월까지 정규직으로 일하던 그는 그해 4월까지 비정규직으로 근무하다 퇴사해 5월말에 첫 아이를 출산했다.

서 씨는 12일 '데일리안'에 "회사에서는 (출산휴가나 육아휴직을) 써도 된다고 했지만 업무량이 많아 만삭 때까지 근무할 수밖에 없었다. 회사에서 육아휴직을 쓰게 할 바에 새 직원을 구하는 게 빠르고 편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알고 있으니 마음 놓고 사용하지 못 한다"며 "눈치 없이 육아휴직을 쓸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처럼 일반 민간 기업의 근로자들은 공공기관 근로자들에 비해 사내 눈치나 승진 누락 우려 등으로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12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공개한 '취업여성의 일·가정양립 실태와 정책적 함의'(박종서 부연구위원)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 이후 첫 아이를 출산한 15~49세 직장인 여성 78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41.1%만이 육아휴직을 사용했다고 답했다.

무엇보다 육아휴직 사용률은 직장유형별로 큰 차이를 보였다. '공무원·국공립 교사'와 '정부 투자·출연기관 종사자'의 육아휴직 사용률은 각각 75%, 66.7%으로 집계된 반면, 일반 회사에 다니는 근로자는 34.5%만이 육아휴직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회사에 다니는 민간 기업 근로자들의 육아휴직 사용률은 공무원·국공립 교사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민간기업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그만두고 현재는 무직 상태인 강하나 씨(가명, 37)는 이 같은 상황에 크게 공감했다. 강 씨는 본보에 "회사에서 권장은 하고 있지만, 내 일을 다른 직원에게 넘겨야 하고 그렇게 되면 함께 일하는 직원들의 눈치가 보여 육아휴직을 쓰기가 쉽지 않다"며 "임신과 육아가 정말 힘들고 귀한 일이라는 회사와 직원, 직원과 직원 간의 의식 공유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일부 근로자들의 경우에는 육아휴직을 쓰더라도 역시 직장 내 눈치나 승진 누락 우려에 법정 보장 기간(1년)을 채우지 못하고 서둘러 복귀하는 경우도 상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 과천 소재 IT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는 직장인 윤모 씨(34)는 지난 2013년 첫 아이를 낳은 뒤 출산휴가(3개월)가 끝나자마자 곧바로 육아휴직(6개월)을 사용했다. 법적으로 육아휴직이 보장된 기간은 1년이지만, 윤 씨는 직장 내 눈치에 고민 끝에 6개월만 사용하기로 결정하고 9개월 만에 회사로 복귀했다.

윤 씨는 12일 "공무원인 주변 친구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공무원들은 육아휴직을 1년 꽉 채워 쓰는 경우도 꽤 많다고 하던데, 일반 기업에 다니고 있는 입장에서는 꿈같은 이야기"라며 "출산휴가로 3개월간 업무에 공백이 생기는 것도 상사나 동료에게 괜스레 눈치가 보이는데 육아휴직까지 길게 보내고 오면 마음이 더 불편해 절반(6개월)만 쓰고 출근했다. 그런데 어떤 사람들은 절반도 오래 쓴 거라고들 말하더라"라고 씁쓸한 마음을 내비쳤다.

9년차 직장인 차현정 씨(36)는 3년 터울의 자녀 둘을 키우며 각각 3개월, 6개월 간 육아휴직을 썼다. 차 씨는 자신의 육아휴직 기간에 대해 "인력이 부족하니 서둘러 나오라는 회사의 압박에 계획했던 복귀 일정을 3개월씩 반납한 결과"라며 "행여나 임금협상이나 승진대상에서 제외될까 염려돼 육아휴직 기간을 최대로 쓸 수 있는 직장맘은 드물다. 눈치가 보여 자녀가 아파도 육아를 핑계하지 못하는 것도 그런 이유"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 측은 육아휴직 제도상의 문제라기보다 근로자의 임신·출산·육아에 대한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인식을 개선해나가야 할 부분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상대적으로 고용불안이 덜한 공무원이 민간기업 근로자보다 육아휴직 사용률이 높을 수 있지만, 과거에 비해 민간부분의 육아휴직이 활성화된 측면이 있고 사용률도 꾸준히 증가 추세에 있다"며 "제도의 문제보다는 사업주와 근로자 사이의 관계나 사회적 인식을 개선해야 하는 부분이 많아 저희도 지속적으로 홍보나 계도를 강화하고 있고, 육아휴직을 허용하는 사업주에게 지원금을 늘리는 방안을 마련하는 등 독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사내 눈치 때문에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못하는 문제와 관련해서는 건강보험과 고용보험 정보를 연계해 임신·출산한 근로자가 있는 사업장을 파악하고 실태를 점검하는 '스마트 감독'을 최근 도입해 운용하면서 법 위반 소지가 발견되면 처벌하고 있다"며 "이밖에도 매월 건강보험공단에서 임신 근로자에 대한 정보를 받아 각 사업장과 근로자에 법적 의무와 권리를 안내하고 있는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하윤아 기자 (yuna1112@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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