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지역만 아니면...' 사드 논의하자더니 텅빈 본회의장
20대 국회 첫 긴급현안질의…50여명만 자리 지키기도
20대 국회 첫 긴급현안질의…50여명만 자리 지키기도
"이런 사태가 지속되면 결과적으로 피해보는 사람은 여도 야도 정부도 아닌 국민입니다. 내일은 보다 책임있는 자세로 답변해주시기를 당부드립니다"
20대 국회의 첫 긴급현안질의를 마친 19일, 정세균 국회의장은 산회 선포에 앞서 이같이 말하며 현안질의에 응하는 '정부의 책임'을 강조했다. 현안질의동안 계속된 정부측 인사들의 불성실한 답변 태도와 무책임함를 지적한 것이다.
이날 질의에 출석한 황교안 국무총리와 한민구 국방부장관, 윤병세 외교통상부장관 등 정부측 인사들은 "사드 배치가 미국의 MD체제에 속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만을 앵무새처럼 반복했다. 특히 이들은 질의에 답변하는 내내 국회를 설득시키거나 사드 배치의 졸속을 비판하는 여론에 최소한의 설명을 하려는 모습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정 의장의 지적은 그대로 국회에 되돌려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0대 국회 첫 긴급현안질의'를 하는 국회 스스로의 모습에도 해당하는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이날 질의를 위한 본회의는 예정된 오전 10시보다 조금 늦게 열렸다. 제 시각에 도착한 정 의장이 지각하는 의원들을 오히려 기다렸다. 개회가 많이 늦어지지는 않았지만 개회 후에도 지각한 의원들의 등원은 이어졌다. 첫 질의자인 윤영석 의원이 질의를 시작하자 하나둘 자리를 떠나는 모습이 보였다.
두 번째 질의자인 설훈 의원이 질의를 위해 연단에 섰을 때는 이미 절반 이상의 의원들이 자리를 비운 상태였고 개회 1시간40분여가 지난 11시40분께 본회의장에는 대부분의 의원들은 개인적인 일정 등을 이유로 자리를 떴고 70여명의 의원만 남아있었다.
사실 본회의가 열리는 중 의원들의 이석은 흔한 일이다. 하지만 보통 상임위 등의 출석이 그 이유다. 그러나 이날은 여성가족위원회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만이 회의가 예정됐고 그나마 여가위는 취소, 예결위는 결산심사를 위한 소위였다.
남아있는 의원들도 질의를 들으면서 한편으로는 핸드폰을 만지작거리거나 자리에 준비된 모니터로 인터넷을 하는 등 딴청을 보였다. 특히 이날 긴급현안질의에는 사드를 뒷산에 배치하게 된 성주군민들과 학생도 다수 참관중이었지만 본회의장 의석은 이제 막 수염이 자라기 시작한 사춘기 소년의 턱처럼 듬성듬성 찼을 뿐이다.
오후에도 '태도불량'은 계속됐다. 오후 질의에는 오전에 질의한 의원들조차 본회의장에서 보이지 않았다. 오후 첫 질의자이자 성주를 지역구로 둔 이완영 의원의 질의가 끝나자 방청중이던 성주군민중 일부가 방청석에서 육두문자를 섞어가며 욕했고 이에 경위가 퇴장시키자 성난 성주군민들은 우르르 몰려나갔다. 이 의원은 자신의 질의후 성난 성주군민을 달래기 위해 본회의장을 나선후 다시 본회의장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전희경 의원의 질의가 끝난 뒤에는 의원들의 인사치레로 회의장이 소란스럽기도 했다. 전 의원은 약 20분간 질의했고 마무리 발언이 끝나자 새누리당 의석에서는 예의 "잘했어"라는 고함이 나왔다. 이는 본회의장에서 흔하게 있는 일로 자기당 소속으로 발표한 의원의 노고를 칭찬하는 인사치레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 의석에서는 새누리당 의석의 "잘했어"에 맞춰 "잘~못했어"라는 고함이 나왔고 의원중 누군가는 "그러면 나라 망해요"라며 웃기도했다. 그러자 새누리당 의원들은 전 의원의 주변으로 몰려가 웅성거리면서 잘했다고 더 큰 목소리로 격려했다. 이미 본회의장은 전 의원의 다음 질의자인 금태섭 더민주 의원의 모두발언이 시작된 상태였다. 이런 장내 혼란을 의식했는지 금 의원의 다음 질의자였던 이용호 국민의당 의원은 자신의 발언을 마치고 별다른 인사치레 없이 재빨리 장내를 벗어나기도 했다.
자기당 의원의 차례에만 와서 자리를 채우는 모습도 보였다. 국민의당은 이날 두 명의 의원이 질의를 했다. 오후 질의내내 대여섯 명의 의원이 자리를 지켰지만 자기당 소속 이용호 의원의 차례가 되자 어느샌가 20여명의 의원이 자리를 채웠다. 국민의당 의석은 이 의원의 발언이 끝난 후 도로 10여명의 의원만 남았다.
결국 굉장히 중요한 현안을 두고 긴급하게 정부에 질의가 필요할 때 열리는 20대 국회의 첫 긴급현안질의는 전체 의원 300명중 대략 70여명이 자리를 지킨 가운데 산회했다. 물론 정부측의 성의없는 답변과 의미없는 공방에 긴급현안질의라는 자체의 의미도 심각하게 퇴색했지만, 온 나라를 뒤흔들고 있는 '사드' 문제였다는 것을 떠올린다면 국민은 실망을 금치못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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