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드' 말고 외교로 풀자고? 의원중엔 외교전문가 있나
20대 총선서 외교전문가 다수 낙선·비례도 전문가 부재
외통위엔 선수 높은 중진들만 "정부만 뭐라 할 수도..."
여야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반도 배치를 놓고 연일 "국익과 국민의 안전이 걸려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국회 본회의를 열고 황교안 국무총리 등 정부를 상대로 이틀째 긴급 현안질문을 이어가고 있지만 사드배치 결정 이후 분열과 갈등상에서 조금도 더 나아가지 못하는 모습이다. 사드 문제를 다루는 핵심 상임위인 외교통일위원회의 '전문가 부재'가 그 원인으로 꼽힌다.
20대 총선에서는 외교전문가 다수가 낙선했다. 외교부 출신이자 19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새누리당 간사를 맡은 심윤조 전 의원은 공천 과정에서 탈락했다. 또 외교부 통상교섭본부장 출신의 김종훈 전 의원은 서울 강남갑에서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패해 재선에 실패했다. 외무고시 22회 출신인 박민식 전 의원은 3선에 성공할 경우 외통위원장이 될 가능성이 있었으나 낙선했다.
이밖에도 현 정부 주중 대사를 지낸 권영세 전 의원, 주상하이 총영사를 역임한 구상찬 전 의원까지 줄줄이 낙선했다. 16대부터 19대 국회까지는 외교관 출신 인사들이 꼭 2~3명씩 포함됐다. 18대 때 한나라당의 박진 전 의원과 통합민주당의 송민순 전 의원이 있었고, 17대 국회에서는 열린우리당 정의용 전 의원과 한나라당 박진 전 의원이, 16대 때는 새천년민주당의 김운용 전 의원과 한나라당의 조웅규 전 의원이 있었다.
대신 20대 국회 외통위에는 거물들이 총집결한 상태다. 여당에서는 6선의 김무성 전 대표, 4선의 최경환·이주영·홍문종 의원 등 대권 또는 당권을 염두에 두고 있거나 더 큰 정치적 성장을 꿈꾸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이들의 선수(選數)를 모두 더하면 32선이나 될 정도다. 더민주의 외통위 소속 위원도 6선의 문희상·이석현 의원에 5선의 박병석·원혜영 의원 등이다.
중진들이 대거 포진됐다고 해서 운영이 제대로 되는 것도 아니다. 지난 14일 국회에서는 외통위 전체회의가 열렸지만 서청원·이주영·최경환 의원 등 여당 중진들이 줄줄이 불참해 외교안보 상황이 급박한데 너무 한가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김 전 대표는 약 10분 가량 회의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대북정책이나 FTA 체결 문제를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던 때처럼 '핫'한 이슈가 없다는 점에서 외통위가 중진들의 몫이 됐다는 분석도 나왔지만 현재로선 사드 배치 결정 이후 대중, 대러 외교 대책에 대한 논의가 시급하다. 고유한 동국대학교 북한학과 교수는 "지역구에서도 외교전문가들이 거의 낙선했고 비례대표 상황도 외교전문가들이 거의 발탁이 안 됐다는 문제가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대통령중심제에서 행정부 주도로 현안이 결정돼버리면 사실상 국회가 견제할 수 있는 부분이 예산심의 정도 밖에 없다"고 짚었다.
심윤조 전 의원은 20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사드배치는) 안보 상의 문제이기 때문에 안보적 고려를 우선시하고 이에 필요한 외교적 조치를 취하는 것이 맞다. 외교적으로 중국이나 러시아의 반대가 있다고 해서 우리가 해야 될 안보적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심 전 의원은 "안보상의 이유에서 사드배치가 필요하다면 배치를 전제로 한 외교적인 보안 조치를 펼처하가는 것이 맞기 때문에 배치를 결정한 만큼 거기에 따른 외교적 보안 조치를 취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절차 상의 문제점에 대해선 "사전에 논의를 충분히 하지 못했기 때문에 안보 상의 필요성 여부보다도 전자파와 건강 문제가 전면 대두했는데 미리 대책을 마련해 불필요한 불안이 없도록 하는 과정이 없었던 것은 아쉬운 부분"이라고 평가했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