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외교관' 여자 '미용사' 교과서가 편견 조장
인권위보고서 ‘초·중등 인권교육 교재개발을 위한 기초 연구’
국가인권위보고서 ‘초·중등 인권교육 교재개발을 위한 기초 연구’
우리 초·중·고등 교과서가 학생들에게 남녀 편견을 심어주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지난 6월 국가인권위원회는 초·중·고등학교 사회·도덕·국어·기술·가정 등 교과서 90종을 분석한 결과 현행 교과서에 남성은 상대적으로 영향력 있는 인물로 묘사되고, 여성은 그렇지 않게 그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 ‘초·중등 인권교육 교재개발을 위한 기초 연구’에 따르면 초등학교 사회 교과서의 ‘민주주의’ 단원에 등장하는 지방선거출마 후보자 15명 가운데 여성은 단 다섯 명에 불과했다. 국회의원 당선자는 모두 남성으로 묘사됐다.
일부 중학교 사회 교과서는 대통령, 외교관, 의사 등 사회적으로 영향력이 있는 직업을 묘사할 때는 남성으로 그린 반면 여성은 애견미용사, 요양보호사 등으로 그려 남성을 사회적으로 좀 더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묘사했다.
고등학교 ‘생활과 윤리’ A 교과서는 어머니를 환경오염의 원인인 합성세제로 세탁하는 인물로 등장시킨 반면 아들은 환경호르몬의 유해성을 설명하는 인물로 그렸다. 이러한 내용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면 학생들로 하여금 남녀에 대한 잘못된 편견을 심어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생활과 윤리’ B 교과서에서는 공정무역커피를 언급하는 남동생과 달리 누나를 화려하게 치장을 하고 값 비싼 테이크아웃 컵을 든 이른바 ‘된장녀’의 모습으로 묘사하고 있다. 이는 여성은 타인에게 과시하기 위한 소비를 하거나 윤리 의식이 부족하다는 인상을 줄 우려가 있다는 분석이다.
남성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하는 내용도 있었다. 정리정돈을 잘하거나 예의가 바른 학생은 대체로 여학생으로, 지저분하거나 도서관에서 책을 찢는 학생은 대체로 남학생으로 묘사되는 경우가 많았다. 도덕적인 문제를 넘어 학교 폭력이나 게임 중독, 교도소 수감자의 모습도 대부분 남자로 묘사됐다.
보고서는 이런 부분이 특정 성별에 대한 부정적 고정관념을 갖게 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여성이 타인의 의견을 귀담아듣고, 순종적으로 묘사되는 것 또한 긍정적으로 볼 수는 없다. 이에 비해 악성 댓글을 다는 사람의 성을 알 수 없도록 묘사한 삽화도 있는데, 이와 같은 방식이 특정 성별에 대한 고정관념 형성을 막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권위는 “교과서는 전반적으로 남녀 등장인물의 양적 균형을 이루고자 하는 노력이 보이지만 상대적으로 영향력이 있는 분야에서는 남성의 등장 빈도가 높다”며 “여자보다는 남자가 등장해야 더 정확하거나 적절한 의미 전달이 되는 상황이 아니라면 특정 인물이나 직업 등을 묘사할 때 그 사람이 반드시 남자로 등장해야할 이유는 없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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