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범 두 달 만에 막 내리는 혁신비대위, 성과와 한계는
출발부터 순탄치 않았던 지도부, 계파 구도와 맞물려 혁신 실패
8.9 새누리당 전당대회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혁신비상대책위원회의 활동이 사실상 종료됐다. 20대 총선 이후 무너진 당을 재건시키기 위해 출범한 비대위는 무소속 7인 복당 문제를 해결하는 성과를 냈지만 그 외에 뚜렷한 족적을 남기지 못 했다.
김희옥 전 동국대 총장을 필두로 한 비대위는 지난 6월 2일 전국위원회와 상임전국위원회의 추인을 받아 탄생했다. 출범 과정은 간단치 않았다. 당초 정진석 원내대표는 김용태 의원을 혁신위원장으로, 김영우·이혜훈 의원 등을 비대위원으로 내정했지만 친박계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고, 이를 비박계가 다시 반박하며 당은 계파 갈등에 휩싸였다.
친박계는 끝내 5월 17일 전국위와 상임전국위를 보이콧했고 김용태 내정자는 자진 사퇴했다. 비대위가 출범하기도 전에 상황은 최악으로 치달았고 친박계와 비박계를 대표하는 최경환 의원과 김무성 전 대표가 정 원내대표와 만나 의견을 모으고 나서야 가까스로 지도부가 만들어 질 수 있었다. 사상 최악의 총선 패배를 겪은 지 50여 일이나 지난 이후였다.
우여곡절 끝에 탄생한 비대위는 △계파청산 △당 지도체제 변화 △전당대회 관리 △무소속 의원 복당 문제 등의 과제를 떠안았다. 지도부는 12년 만에 현행 집단지도체제를 폐지하고 대표 1인에게 권한을 집중하는 단일지도체제로 개편했다. 전당대회의 시기를 두고서는 말이 많았지만 리우 올림픽과 겹쳐 흥행이 우려스럽다는 지적을 뚫고 8월 9일을 선택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비대위원들이 계파 별로 의견이 엇갈리며 삐그덕대는 모습을 보였고, 혁신위가 또 다른 계파 갈등을 낳고 있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쌓이던 혁신위 내 계파 갈등이 완전히 터진 것은 무소속 7인의 복당 문제를 두고서였다.
6월 16일 비대위는 오전 9시부터 약 2시간 반 가까이 한 회의에서 무기명 투표를 진행, 무소속 의원 7명을 일괄 복당시키기로 전격 결정했다. 빠른 결단을 내렸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왔지만 이후 김희옥 위원장은 정 원내대표가 '고압적인 자세'로 표결을 압박했다고 주장하며 잠적했다.
이 사태는 정 원내대표가 김 위원장을 직접 찾아가 사과하며 일단락됐지만 비박계 권성동 사무총장과 친박계 김태흠 제1사무부총장이 사퇴하는 등 상처를 남겼다. 계파 청산을 외치던 비대위가 계파 갈등의 중심에 섰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혁신보다 관리형에 가까웠던 비대위, 성과와 한계는?
비대위는 출범 당시 정무 감각이 부족한 외부위원들의 대거 합류가 실질적으로 당무 관련 혁신에 걸림돌이 될 거란 주위의 우려를 받았다. 정식으로 출범한 지 정확히 두 달이 된 현재에도 비대위는 이름만 혁신형이지 관리형에 더 가깝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문가들은 '김용태 혁신위'가 어그러지면서 탄생한 '김희옥호'는 시작부터 영이 서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2일 '데일리안'과의 통화에서 "김용태 혁신위에 대한 친박 반발로 김희옥 혁신비대위가 나왔다. 출발부터 힘이 빠져 있었다"며 "그렇다보니 제대로 된 성과를 내기가 힘들었다"고 평가했다.
엄 소장은 "성과라고 한다면 무소속 7인의 일괄 복당 정도"라며 "이것 말고는 존재감도 그다지 없었고 실제로 혁신을 위한 조치가 거의 없었다. 총선 민의를 받들어 친박계에게 책임을 묻고 당을 바꾸는 데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 했다"고 꼬집었다.
그는 총선 이후 당원협의회 정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을 언급하며 "혁신도 관리도 제대로 못 했다고 본다"고 비판했다.
김용철 부산대 교수도 "비대위원 중 개혁적 이미지의 구성원이 별로 없었다. 애초에 혁신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였다"며 "비대위에 여러 계파적 이해 관계가 맞물리면서 혁신 정책을 추진하는 데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비대위가 국민과 친화되는 근본적인 개혁을 하지 못 했다. 이제 끝났다고 봐야 한다"며 "비대위가 집행 기구의 성격을 띠고 있지 않아 혁신이 제대로 집행되지 못 했다. 전반적인 정치 문화나 규범의 쇄신, 정당 개혁 등을 해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당 지도체제개편과 대권-당권 분리와 같이 몇 가지 굵직한 제도의 변화를 이뤄내긴 했지만 아주 특별하게 개혁적이진 않았다"며 "혁신을 시도하려는 자체는 박수 받을만 하나 제도 변화에만 과도하게 집착한 경향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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