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병우로 3번째 시험에 든 정진석, 이번에는...
김용태 혁신위원장, 유승민 복당 이어 3R
당청 불협화음 지속되면 타협점 찾을수도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사퇴를 놓고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청와대와 엇박자를 내고 있다. 지난 5월 취임 이후 벌써 세번째 마찰이다. 이정현 대표가 이 문제에 대해 침묵을 지키고 있는 가운데 향후 당청 관계가 어떤 식으로 정립될 지 관심이 모아진다.
정 원내대표는 우 수석의 사퇴를 사실상 공식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그는 18일 자신의 SNS에 "우 수석은 대통령과 정부에 주는 부담감을 고려해, 자연인 상태에서 자신의 결백을 다투는 것이 옳은 것이다. 우 수석이 결심해야 할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원외 당협위원장 회의 자리에서 우 수석 문제와 관련 "(대통령이) 결단을 내릴 수 있도록 지도부, 원외위원장들이 건의해줘야 한다"고 말한 이후다.
정 원내대표는 19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서도 "민정수석 신분을 갖고 어떻게 검찰에 가서 조사를 받느냐"면서 "지극히 상식적인 이야기를 한 것이고 나 혼자만의 생각이 아니고 새누리당 대다수 의원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청와대는 19일 우병우 민정수석 의혹과 관련, 검찰에 수사를 의뢰한 이석수 특별감찰관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은 "언론의 보도내용처럼 특별감찰관이 감찰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감찰 내용을 특정언론에 유출하고, 특정언론과 서로 의견을 교환한 것은 특별감찰관의 본분을 져버린 중대한 위법행위"라며 "묵과할 수 없는 사항으로 국기를 흔드는 이런 일이 반복돼서는 안되기 때문에 어떤 감찰 내용이 특정언론에 왜 어떻게 유출됐는지 밝혀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이 감찰관이 한 언론사 기자에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우 수석 아들과 (우 수석의) 가족회사 정강이 감찰 대상'이라고 알려줬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에 대한 반응으로 사실상 우 수석의 사퇴를 부정하는 뉘앙스가 담겼다. 결국 여당의 원내사령탑과 청와대의 관계가 삐그덕대고 있음이 드러났다고 볼 수 있다.
'김용태 혁신위' '유승민 복당', 정진석 취임 이후 바람 잘 날 없던 당청
친박계의 지원에 힘 입어 당선된 정 원내대표는 취임 직후부터 친박계 의견에 정면으로 배치되는 행보를 보였다. 그는 소장파 3선 김용태 의원을 혁신위원장으로 내정했으나 친박계의 강한 반대에 부딪혔고 결국 5월 17일 '김용태 혁신위' 추인을 위한 상임전국위원회와 전국위원회가 친박의 집단 불참으로 무산됐다.
이후 정 원내대표는 한동안 잠적을 했고 24일 비박의 김무성 전 대표와 친박의 최경환 의원과 3자 회동을 갖고 나서야 당의 정상화가 이뤄졌다. 이 때 혁신비대위를 구성하고 위원장은 친박계와 비박계가 모두 동의하는 인사로 하기로 했는데 이는 사실상 친박계의 의견이 관철된 결과였다. 청와대에 반기를 들었던 정 원내대표가 결국 뜻을 굽힌 셈이다.
그리하여 김희옥 동국대 교수가 혁신비대위원장에 올랐고 비대위원 사이 계파 간 비율이 적절하게 맞춰지며 한동안 당은 무탈하게 운영되는 듯 했다. 그러다 다시 당이 시끌벅적해진 것은 '김용태 혁신위' 파동이 있고 나서 한 달 여 지난 6월 16일이었다.
혁신비대위는 이 날 유승민·윤상현 의원 등 지난 20대 총선을 앞두고 탈당한 의원들의 일괄 복당을 결정했다. 공천 과정에서 누구보다 치열하게 청와대와 대립했던 유 의원의 전격적인 복당 결정 소식은 놀랄 만한 일이었고 특히 친박계로선 불쾌감을 가질 수 있는 일이었다.
예상했던대로 잡음이 새어 나왔다. 친박의 지지를 받는 김희옥 위원장은 복당 결정 과정에서 일부 의원들의 강한 태도를 지적하며 칩거를 선택하면서 정 원내대표가 김 위원장 집에 찾아가 사과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사흘 간 당무를 거부하던 김 위원장은 주위의 계속되는 읍소에 다시 복귀했다. 이 과정에서 비박의 권성동 사무총장이 자리에서 물러나긴 했지만 유 의원의 복당을 지켰다는 점에서 정 원내대표의 승리로 읽혀졌다.
김재원까지 나선 3R, 정진석 끝 까지 갈까
'김용태 혁신위'가 정 원내대표와 청와대와의 전쟁 1라운드였다면 '유승민 복당'이 2라운드이고 '우병우 사퇴'가 3라운드라 할 수 있다. 이전까지 정 원내대표와 청와대가 각각 1승 1패를 가져갔다고 볼 때 이번 라운드의 승자는 누가 될 지 관심이 모아진다. 정 원내대표는 현재의 뜻을 굽힐까. 아니면 고수할까.
정 원내대표는 19일에도 우 수석의 사퇴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재확인하며 이런 견해를 이 대표, 김재원 청와대 정무수석에게도 전달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김 수석은 "어제와 오늘 정 원내대표와 만나거나 전화통화한 사실이 없고 물론 우병우 수석의 거취문제를 상의한 사실이 없다"고 전면 부인했다.
김 수석은 이날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어제 오후 8시 11분 정진석 원내대표로부터 '우 수석 사퇴하는게 옳다는 뜻을 밝혔습니다'라는 문자메시지가 왔다"며 "이에 저는 곧바로 '언론에 말씀하신 것인지?'를 묻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보냈다"고 밝혔다.
이어 "잠시 후 정 대표께서 '네.. 김도읍 수석이 먼저 언론에 밝혔고 저는 방금 전 페북에 글 올렸고, 당 대표에게도 알렸습니다'라는 메시지가 왔다"며, 사전 상의가 없었음을 강조했다. 김 수석이 직접 입장을 표했다는 것은 청와대에서도 이 문제를 가볍게 여기지 않고 있음을 뜻한다. 한 정치 평론가는 "정무수석이 나선 것은 당청 관계 갈등이 불거지지 않게 하기 위해 덮으려는 것이고 그만큼 상황을 긴박하게 보고 있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당장 정 원내대표가 뜻을 굽히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당 지도부가 대부분 친박계로 채워진 상황에서 자칫 당이 청와대에 끌려가는 것처럼 비쳐진다면 여론의 역풍을 맞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당의 한 관계자는 '데일리안'에 "지금은 정 원내대표는 이 대표가 취임한 지 얼마 안 되기도 해서 잡음을 최소화하려 하지만 향후 정 원내대표를 포함한 비박계 목소리가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어 "다음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나 의원총회에서 비박계가 분위기를 이끌어주고 (우 수석에 대한) 국민 여론이 점점 안 좋아지면 정 원내대표가 나서서 본격적으로 흔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의하면 다음주 공식 회의 석상에서 나오는 발언들에 촉각을 곤두세울 이유가 생기게 됐다.
한편 정 원내대표가 청와대와 타협책을 마련할 수도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한 재선 의원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우 수석을 일단 직무정지만 시킨 상태에서 검찰 조사를 받게 해 혐의가 나오면 사퇴를 시키고 안 나오면 다시 활동하게 하는 정도의 타협점이 나올 수도 있다"며 "대통령 입장에선 레임덕을 막기 위해 강경하게 나올 가능성이 크다. 정 원내대표가 계속 평행선을 달리기 보다 이런 류의 타협점에 응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취임한 지 얼마 안 된 이 대표의 역할도 중요하다"며 "그가 정치력이 있으면 적절한 타협책으로 양 측을 설득시킬 것이다. 그렇게 되면 본인 위상도 올라가게 된다"며 "단 그렇지 못 할 경우 계속 이렇게 당청이 불협화음을 내게 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