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탕'으로 시작해 '맹탕'으로 끝난 서별관청문회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 책임 요구에도 사재출연 '회피'
계속된 대우조선해양 '낙하산' 논쟁…홍기택은 오늘도 불참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 책임 요구에도 사재출연 '회피'
계속된 대우조선해양 '낙하산' 논쟁…홍기택은 오늘도 불참
'맹탕'으로 시작해 '맹탕'으로 끝났다. 조선·해운산업 구조조정 연석청문회(일명 서별관 청문회) 이튿날인 9일, 여야는 대우조선해양 지원 문제와 아울러 한진해운 사태에 대한 책임 소재를 집중 추궁했다. 전날 열린 청문회에서 '맹탕 청문회'라는 비판을 받았음에도 진전된 사안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날 증인으로 출석한 최은영 전 한진해운 회장(현 유수홀딩스 회장)은 도덕적 해이에 질타를 받았으나 알맹이 빠진 대답을 반복하기만 했으며, 정치권과 청와대가 대우조선해양 인사를 좌지우지한 정황에 대해 서로 자신의 주장이 사실이라고 우긴 증인들의 증언은 엇갈렸다.
◇ 박용진, 울먹인 최은영에 "울지 마시라. 국민은 피눈물 난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조선·해운 구조조정 연석청문회에 핵심 증인으로 출석한 최 전 회장은 검은색 상의에 회색 가디건을 걸친 무채색 옷차림으로 청문회장에 나타났다. 청문회 시작 전 기획재정위원회와 정무위원회 위원들과 인사를 주고 받을 때만 해도 화기애애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그러나 본격적인 심문이 시작되자 분위기는 급격하게 반전됐다. 최 전 회장은 한진해운 부실에 대한 책임을 묻는 대목이 나올 때마다 목소리가 흔들렸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최 전 회장은 한진해운에 사재를 출연하라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일관되게 "경영자로서 도의적인 책임을 무겁게 느끼고 있으며 제가 앞으로 사회에 기여할 방안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2007년 3월부터 2014년 4월 사임할 때까지 2584일간 임직원과 함께했던 나날들을..."이라고 답변하며 또다시 눈물을 보였지만 여야 의원들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했다.
첫 질의에 나선 김관영 국민의당 의원은 최 전 회장을 향해 "가라앉는 세월호를 버리고 떠난 선장에 비유된다"며 "퇴직하며 퇴직금 52억원을 받고, 자율협약 직전에 잔여주식 97만주를 매각했다. 재임기간 보수만 253억원을 챙겨갔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최 전 회장은 "계열분리와 공정거래위원회 권고에 따라 (지분을) 매각했으나 자율협약을 알고 판 것은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엄용수 새누리당 의원은 최 전 회장을 향해 "특별히 감정을 실지 마시고 솔직하게 답해줬으면 좋겠다"며 "한진해운 지원에 대한 갈등을 국민들과 정책당국이 굉장히 고심하고 있는데 냉철한 판단으로 답변해달라"고 요구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울지 마시라. 국민들은 피눈물을 흘린다"며 "한진해운 사태는 전문성이나 경험이 없어도 경영을 맡는 재벌일가의 기업에 대한 천박한 사적지배라고도 말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꼬집었다.
최 전 회장은 한진해운을 침몰시킨 책임자로 지목받고 있는 인물이다. 남편인 조수호 전 회장이 작고한 뒤 2007년 3월부터 2014년 4월까지 7년간 한진해운 최고경영자를 맡았다. 그는 2006년부터 재임 기간 7년 동안 한진해운 부채 비율을 405%에서 1460%대로 폭등시켰고 알짜 자회사를 따로 챙겨나와 2000억원대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최 전 회장은 지난 4월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가기 직전 한진해운 보유 주식 전량을 매각했다.
그는 한진해운 회생 가능성에 대해선 "경영에서 물러난 지 2년9개월이 흘렀고 지금은 어떤 힘도 없기 때문에 회생 가능성을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도 "앞으로 30~40년이 걸려야 이런 회사가 하나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진해운이 살아갈 수 있는 길을 찾을 수 있도록 (도움을) 부탁드린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최 전 회장의 눈물에도 민병두·윤호중 더민주 의원은 유수홀딩스가 보유한 사옥의 연간 임대료가 140억원에 달하는 점을 들어 사재 출연 의사를 집중적으로 물었다. 이에 대해 최 전 회장은 "6개층을 쓰는 한진해운 임대료가 몇 달째 밀려 있어 고통 분담을 같이하고 있다"면서 "유수홀딩스는 증권거래소에 상장돼 있어 제 개인 자산이 아니다. 가족 간에 나눠가진 것이 아니라 2009년 지주회사 설립 때 적법한 과정으로 분할한 것"이라고 항변했다. 사재 출연 의사가 있다고 밝혔을 뿐 구체적인 방안은 끝까지 밝히지 않은 셈이다.
이와 함께 최 전 회장은 한진해운 사태에 대해 "비통하다"며 도의적 책임은 적극 인정했으나 경영 실패 원인은 주로 밖에서 찾았다. 그는 "제가 집에만 있다가 나와서 전문성은 많이 부족했다"면서도 "고유가와 운임 하락, 물동량 감소 등으로 해운산업이 60년 만에 최대 불황이었다"고 해명했다. 최 전 회장의 계속되는 '눈물의 호소'에 결국 조경태 기재위원장도 진정성을 갖고 답변해 줄 것을 당부했다.
◇ 신대식 "대우조선, 인사청탁 있었다" vs 민유성 "그런적 없다"
이날 청문회에서는 대우조선해양의 인사청탁 사실 여부를 놓고 신대식 전 대우조선해양 감사실장과 민유성 전 산업은행장이 팽팽히 맞섰다. 거짓으로 증언을 할 경우 법에 따라 조치를 받겠다는 선서를 했지만 서로 다른 답변을 내놓은 양측은 조금도 물러서지 않았다.
우선 신 전 실장은 대우조선의 대규모 부실이 정치권의 영향으로 인한 내부통제시스템의 붕괴 때문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김성식 국민의당 의원으로부터 "돌아보면 지금 대우조선이 망가진 내부적 원인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자 "내부통제시스템이 무너져 관리감독해야 하는 산업은행도 제대로 하지 못할 여건이 형성됐다"고 대답했다. 신 전 실장은 내부통제가 무너지도록 영향을 미친 주체에 대해서는 "정치권, 청와대 등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했다.
2008년 9월 퇴직한 그는 "당시 산업은행을 통해 '청와대에서 세 사람을 내려보내려 하니 대우조선에 들어와 있는 외부인사 세 사람이 나가야 한다'고 들었다"면서 "그들이 들어온 것이 2008년 10월 1일이었고, 나와 다른 두 명이 나가라고 한 날짜도 똑같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청와대 행정관인 이모씨가 민유성 당시 산은금융지주 회장과 남상태 당시 대우조선 사장에게 연락한 것으로 안다"며 "회사에서도 당시 인사담당 전무인 장모씨가 내게 그런 얘기를 했다"고 덧붙였다.
신 전 실장은 퇴직 이후 대우조선의 부실이 심화된 과정에 대해 "관리감독과 견제의 기능이 없어져서 경영자는 거리낌 없이 모든 경영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의 문제냐, 제도의 문제냐를 많이 묻는데, 나는 사람의 문제라 말씀드리고 싶다"며 "최고경영자(CEO)의 선임이 잘못됐고 연임이 잘못됐다. 감사실을 폐지하고 감사실장을 쫓아낸 것은 사장이 권한을 갖고 있지 않은 정관 위배였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민 전 회장은 이에 대해 "청와대 인사 청탁에 대해서는 전혀 아는 바가 없다"고 말해 신 전 실장의 주장을 부인했다. 그는 당시 대우조선 감사실이 폐지된 것에 대해서는 "상장회사라 감사실을 폐지하고 사외이사로 구성한 감사위원회로 제도를 바꾸겠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또 당시 대우조선 감사실이 폐지된 것에 대해서는 "상장회사라 감사실을 폐지하고 사외이사로 구성한 감사위원회로 제도를 바꾸겠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 여야, 청문회 무단불참 홍기택 검찰 고발키로
한편 핵심 증인 중 하나인 홍기택 전 산업은행 회장은 이날도 청문회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에 여야 3당은 서별관청문회에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일방 불참한 홍 전 회장을 검찰 고발키로 했다. 기획재정위원회 여야 3당 간사인 새누리당 이현재·더불어민주당 박광온·국민의당 김성식 의원은 이날 오후 기재위 전체회의를 열어 홍 전 회장에 대한 증인 고발 안건을 처리하기로 했다.
홍 전 회장은 지난해 10월 서별관회의에서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4조2000억원의 지원결정이 내려지는 과정에서 정부가 일방적인 압력을 행사했다고 폭로했다. 홍 전 회장의 폭로는 결국 서별관회의 청문회로 이어졌다. 여야는 서별관회의 청문회 합의 과정에서 최경환 전 부총리와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을 증인 명단에서 제외하면서 홍 전 회장은 증인으로 포함시켰다. 하지만 홍 전 회장은 소재조차 파악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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