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유승민의 강연정치…이번엔 "백남기에 사과하라"


입력 2016.10.06 23:12 수정 2016.10.06 23:13        부산 = 데일리안 장수연 기자

부산대 찾은 유승민, 한국사회 위기에 보수 책임 강조

"국가가 사과해야…'부검하자'는 보수 입장도 바뀌어야"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시 관악구 서울대학교 멀티미디어강의동에서 '경제성장과 경제정의'를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데일리안 홍효식 기자

부산대 찾은 유승민, 한국사회 위기에 보수 책임 강조
"국가가 사과해야…'부검하자'는 보수 입장도 바뀌어야"


유승민 새누리당 의원은 국회가 국정감사로 한창 바쁜 6일에도 강연을 위해 부산대학교를 찾았다. 유 의원은 지난 5월을 기점으로 대학 강연에서 자신의 정치 철학과 보수 개혁의 설계도를 꾸준히 공개하고 있다. 그는 성균관대에서 '경제 개혁과 공화주의 실현'이라는 양대 기조를 밝혔고 한림대에서는 구체적인 대선 공약의 얼개를, 모교인 서울대에서는 재벌개혁을 강조했다. 이날 유 의원이 250여명의 학생들 앞에 내놓은 키워드는 '위기에 대한 보수의 책임'이었다.

유 의원은 지난 4.13 총선에서의 새누리당 참패를 거론하며 보수의 위기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는 이날 오후 부산대 국제관에서 열린 '왜 보수혁명인가'를 주제로 한 특강에서 "전국적으로 이번 총선에서 19~35세 사이의 투표율이 깜짝 놀랄 정도로 올라갔다"며 "부산에서 젊은 분들이 투표를 엄청나게 많이 해가지고 새누리당이 참패하는데 상당히 기여를 한 것 같은데..."라고 당의 선거 패인을 짚었다. 그러자 학생들 사이에서는 웃음이 터져나왔다. 유 의원은 "오늘 보수혁명이 왜 대안인지 정확히 듣고 나면 새누리당을 안 찍으신 분들도 찍어주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우선 유 의원은 보수의 실패와 그에 따른 책임을 전면에 내세웠다. 그는 “현재 대한민국이 처한 갖가지 위기는 지난 1948년부터 2016년까지 68년의 기간 중 58년간 집권한 보수의 책임이 크다”며 “이 위기를 해결하지 못하는 무능한 정치에 대해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털어놓았다. 유 의원은 이 시대의 문제로 저성장과 저출산, 양극화와 불평등, 불공정과 부정부패, 생명과 안전의 위기, 북핵과 안보 위기 등을 꼽았다.

그는 이어 "기존 보수가 지키려 했던 것은 반공과 친미, 시장경제와 성장이었으나 보수는 경제성장을 해결하지 못했다"며 "지금까지 우리가 해왔던 낡은 보수로는 시대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에 새로운 보수로 새 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보수와 새로운 진보의 교집합이 클수록 진영의 논리를 벗어난 합의의 정치가 가능해지기 때문에 중산층·서민을 위한 정책을 펼치는 따뜻한 보수, 정의로운 보수로 나아가자는 것이다.

이와 함께 영국과 독일, 미국 등 선진국의 보수 혁명 사례도 열거했다. 그러면서 "대한민국 보수도 혁명을 할 때가 왔다"면서 "혁명을 하지 않으면 보수는 자연스레 소멸하거나 도태할 거라는 위기의식을 보수당에서 정책하는 사람으로서 절감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그러나 "물리적인 힘을 동원한 그런 혁명은 아니다"라면서 자신이 주장하는 혁명이 "조용하지만 보수 자신을 완전히 개선하는 걸 말한다"고 정의했다. 그가 강조한 것은 '헌법 가치를 제대로 지키는 보수'였다.

진보 진영의 생각도 합리적이라면 얼마든지 수용할 수 있다는 뜻을 시사하기도 했다. 그는 "진보가 이야기하는 중에 국가 발전에 지혜가 있다면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면 된다"면서 "합리적 진보가 합리적 대안을 내놓을 때는 합리적으로 수용하자"고 제안했다.

이것의 연장선상에서 유 의원은 강연 끝자락에 작심한 듯 고(故) 백남기 씨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이대로 가면 건전한 보수가 도태되고 소멸할 수 있다는 위기 의식을 갖고 있다. 저희(보수)가 자세도 좀 바꿨으면 좋겠다"라며 "고 백남기 농민 사건은 공권력이 과잉 진압해서 한 시민의 목숨을 죽음에 이르게 한 사건이다. 국가가 과잉 진압에 따른 죽음에 대해 사과하고 적절한 조치를 하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는 헌법 10조를 강조했다. 그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라는 말이 헌법 10조에 나온다"면서 "존엄과 가치와 관련해, 요즘 백남기 농민 사건을 보면 더불어민주당은 특검하자고 하고 새누리당 일부는 부검을 하자고 하고 있는데 이 문제에 대해서 보수가 생각을 좀 바꿨으면 좋겠다"고 했다.

유 의원은 또 "불법 폭력 시위에 대해서 단호히 반대하고 법에 따라 엄단해야 한다. 그러나 공권력이 과잉 대응하는 것도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보수가 여러 정책뿐 아니라 평소의 자세, 정신, 인간에 대한 배려, 그런 것도 헌법 가치 안에 다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당 내에서 나와 친한 의원들이 지난 총선에서 많이 사라져 이런 노력을 하는 게 쉽지 않다”면서도 “129명 가운데 대화와 소통을 통해서 시대 문제를 해결하는 보수가 되자는 생각을 같이 하는 정치인들이 많았으면 좋겠다”라고 염원했다.

이날 강연에서 유 의원은 자리를 옮겨 학생들과의 질의응답을 1시간 30분 가량 이어갔다. 학생들과 원형으로 둘러 앉아 질문한 학생들에게 다시 질문을 해가며 친숙하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부산대에 다니다가 해군사관학교에 지원했지만 계획대로 잘 되지 않았다'고 토로한 한 학생의 말에 유 의원은 "안타깝다. 그래도 뜻이 있다면 길이 있을 것"이라고 위로하기도 했으며 국방안보와 관련해 쏟아지는 질문에 대해선 "부산대 학생들은 국방안보 문제에 대해 왜 이렇게 관심이 많아요?"라고 농을 던지면서도 성실하게 답변에 임했다.

장수연 기자 (tellit@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장수연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