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수시접수 이후 한 고비를 넘겼다고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수시 합격을 위해서는 논술, 면접과 같은 대학별고사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아야만 한다. 일생의 중요한 시험으로 꼽히는 수능도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학생들은 각자의 시험에 나름의 최선을 다해 임해야 할 것이고, 학부모들은 자녀가 최선의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조력해야 할 것이다. 진짜 입시는 지금부터 시작임을 명심하자.
◆10월, 고3 수험생·학부모를 위한 조언
수험생, 수능 정복을 위해 수시는 잊자
학부모, 수험생 강박감 덜어주기
수험생, 수능 정복을 위해 수시는 잊자
저마다 합격의 꿈을 안고 수시 지원을 마쳤을 것이다. 수시는 1인당 지원횟수가 평균 4회를 넘지만 상향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합격률이 매우 낮게 나타난다. 서울시교육청 산하기관인 서울진로진학정보센터에서 180개교 수험생 12만 2천여 명의 합격 사례 수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수험생들의 지원 대비 합격률은 10.9%로 나타났다. 이중 인문계 48%, 자연계 53% 수준인 절반가량은 논술전형에 지원했는데, 논술전형의 합격률은 인문계는 3.3%, 자연계는 3.9%수준으로 매우 낮게 나타나 수시 합격이 쉽지 않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타 전형도 상황은 여의치 않다. 학생부종합전형의 경우에도 인문·자연계 각각 14.2%, 15.5% 수준을 나타내며 수시 합격이 쉽지 않음을 증명하고 있고, 보통 적정지원을 선택하는 교과전형의 경우 그나마 상황은 나은 편이지만, 이마저도 인문계는 24.5%, 자연계는 22.3%의 합격률을 나타낸 정도에 그쳤다. 이러한 사실을 참고하여 지난 수시지원 결과에 막연한 기대를 품기 보다는 마음을 다잡고, 이제부터 펼쳐질 ‘진짜 입시’에 효율적으로 대비하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정시접수 이전에 치르게 되는 주요 시험으로는 대학별고사와 수능을 꼽을 수 있다. 점수에 따라 수시 수능최저학력기준의 달성여부와 더불어 정시 진학 대학의 간판과 직결되는 수능의 중요성은 너무나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한 달 정도 남은 수능 시험의 최종 점검을 위해 잠자는 시간마저도 아껴야 할 판국이지만 실상은 집중이 쉽지 않다.
수능 당일 컨디션이나 출제 난이도, 그리고 실수에 따라 시험을 망칠 수 있다는 불안감은 극도의 긴장을 유발하는 수험생의 주적(主敵)이다. 이를 잘 컨트롤하며 수능에서 최선의 결과를 만들어야 하지만, 최근 수험생들은 오히려 수시에 ‘올인’하며 수능을 회피하려 한다. 지원 대학에 따라서는 수능 이전에 수시 논술시험과 면접시험이 진행되기 때문에 수능 이전에 대학별고사를 치른 수험생이라면 결과에 대한 기대심리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물론 수시에서 합격한다면 수능 때문에 더 이상 고민할 필요는 없겠지만 상당수의 대학은 수능 이후 합격자를 발표한다는 점을 명심하자.
또한 수시 1단계 합격은 대부분 3배수 내외를 선발하므로 최종합격자는 3명 중 1명꼴이라는 점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특히 학생부종합전형 지원자들의 경우 일부 대학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수능최저학력기준을 적용하지 않는 전형의 특성 때문에 수능 대비를 소홀히 하는 경향을 나타낸다. 대부분의 학생부종합전형 지원자들은 자신의 학생부와 자기소개서만 확인하는 상황에서 선생님과 전문가들의 조언을 참고하여 소신 것 지원대학과 학과를 선정하는데, 모두가 고교시절 동안 최선을 다해 준비해 왔고, 입시 경험이 없기 때문에 자신의 입시 결과를 낙관하게 된다. 위험을 줄이기 위해 6회의 수시 지원 횟수 내에서 합격가능성이 높다고 판단되는 적정 및 안정지원 대학(전형)도 선택하지만 경험상 비추어보면, 이마저도 상향으로 느껴지는 경우가 압도적으로 많다.
이런 이유에서 인지 앞서 합격률 통계가 보여주듯이 학생부종합전형의 합격률은 15% 내외 수준으로 낮게 나타난다. 따라서 균형적인 관점으로 올바른 지원 전략을 수립할 수 있도록 조언해 주는 주변의 역할이 중요하다. 하지만 정성적으로 평가되는 학생부종합전형은 구조상 당락을 정확히 예측하기란 불가능하다. 그러다보니 주변의 조언자들은 긍정적인 방향으로 조언을 하게 되고, 결과적으로 학생의 낙관과 방심을 부추기는 요인이 된다. 함께 면접에서 경쟁하는 3배수의 인원은 나름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된 우수한 학생들이다. 서류평가에서 나보다 낮은 평가를 받은 학생도 면접에서는 ‘특별한’ 자신만의 강점을 발휘할 수 있을지 모를 일이다. 따라서 최선을 다해 면접에 대비할 필요가 있겠지만, 그 시점이 1단계 합격자 발표 이전부터일지, 그리고 수능을 배제한 채 면접에 ‘올인’할만한 가치가 있는지는 객관적인 태도로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봐야 할 것이다.
현 시점에서 “수시로 대학 갈 거야”, “논술(또는 면접)을 잘 보고 왔으니 합격할 것 같아”라는 발언을 했다면 이는 “수능은 대충 볼래”와 비슷한 발언으로 간주해도 무방하다. 같은 맥락으로 입시 커뮤니티에서 친목 및 정보수집에 시간을 할애하는 것은 입시결과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마음을 다잡기 위해 수능 전까지 수시는 잠시 잊고 마무리 학습을 위해 해야 할 것들을 찾아보자. 자신이 필기한 노트를 활용하거나 시간에 맞춰 기출문제를 풀며 문제해결 감각을 키우는 것은 효과적인 마무리 전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학부모, 수험생 강박감 덜어주기
10월은 예민한 시기다. 학부모 입장에서는 격려를 위한 따뜻한 말을 해주고 싶어도 이마저도 또 다른 부담과 잔소리로 이어지지 않을까 조심스럽다. 지난해 수능 직전 한 언론사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수험생들은 “믿는다”, “긴장하지마”라는 말을 가장 듣기 싫어했다고 한다. 기대에 부응하고 싶지만 기대치에 못 미치는 성적 앞에서, 평소와 다름없이 시험에 임하고 싶지만 불안감이 드는 현실 앞에서 이러한 말들은 수험생에게는 또 다른 압박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반면 “고생 많았다”, “걱정하지 마라”와 같은 말이 부담을 덜어주었다고 하니 참고해 보자.
사실 지원한 대학의 당락과는 별개로 수능이나 대학별고사와 같은 큰 시험에서 긴장감을 덜고 평소 실력 정도만 충분히 발휘할 수 있다면 후회나 아쉬움은 덜할 것이며, 결과를 덤덤하게 받아들이고 이후 대학생활과 학업에 보다 충실히 참여하게 될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다. 수험생의 긴장과 압박감을 덜어주고 싶다면 학부모들은 상당한 인내심을 발휘해야 한다. 때로는 울화가 치밀어도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는 고도의 연기력이 필요하다. 평소와 다름없는 대화와 태도, 먹는 것 입는 것 등을 제공해 주어 편안한 마음으로 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배려해 보자.
글/김형일 거인의어깨 교육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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