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쪽지예산' 논란, '공익'의 범위는 어디까지?
전문가 "지역구 예산 내용 공개·해당 국회의원 이해관계 확인해야"
전문가 "지역구 예산 내용 공개·해당 국회의원 이해관계 확인해야"
기획재정부가 '쪽지예산'이 일명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에 저촉된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김영란법의 주무기관인 국민권익위원회가 공익목적 지역구 사업 등의 쪽지예산은 위법이 아니라는 유권해석을 내렸음에도 기획재정부가 이를 반박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에 '공익'의 범위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쪽지예산은 국회의원들이 예산안 심사 막판에 끼워넣는 예산을 뜻한다.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의원들이 지역구 관련 예산이나 선심성 예산을 회의 도중 쪽지에 적어 담당 공무원이나 의원에게 부탁하는 데서 유래된 것으로 국회 관행으로 굳어져 왔다. 최근에는 '카톡 예산', 'SNS 예산'으로도 불린다.
논란은 송언석 기재부 2차관이 "쪽지예산이 김영란법에 위배될 수 있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시작됐다. 송 차관은 지난 10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예산당국이 (쪽지예산의 공익성에 대해) 판단할 근거가 없다"면서 "법에는 공무원이 신고 의무를 다하지 않으면 처벌 대상이 된다. 현장에 있는 예산 담당 공무원의 입장에서는 판단할 근거나 권한이 없어 신고해야 하니 곤혹스러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여야는 11일 예산 심의·확정은 공익 목적을 수행하기 위한 국회 고유 업무라는 논리로 김영란법의 부정청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권익위도 법에서 금지되는 부정청탁행위는 김영란법에 제시된 14가지 부패 빈발 분야의 대상 직무와 관련된 행위에 한정되며 예산 심의·편성 문제는 이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밝힌 바 있다.
일각에서 기재부가 입법부의 예산에 대해 간섭을 차단하겠다는 의도 때문에 김영란법을 핑계로 쪽지예산에 반대하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 나오는 데 대해서 전문가는 "예산안을 심의하는 것 자체가 입법부의 권한인데 그 심의하는 과정에서 참여를 차단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장영수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13일 'KBS 라디오'에 출연해 "결국 기재부에서 문제로 삼고 있는 것은 처음 예산안 심의 과정이라는 것이 분과 위원회별로 먼저 하고 계수조정으로 넘어가게 되는데 분과위원회에서 얘기 못했던 것을 계수조정 위원회 단계에서 쪽지 등의 형태로 전달되는 것"이라며 "과연 내용을 따지지 않고 그런 식으로 전달하는 것 자체를 전면 차단하는 것이 타당한지가 문제가 된다"고 짚었다.
특히 권익위가 앞서 '쪽지예산은 법 위반이 아니다'라고 유권해석을 내린 배경을 강조했다. 장 교수에 따르면 김영란법 제5조 2항과 3항은 국회의원과 같은 선출직 공직자 등은 공익을 위한 제3자의 민원 전달은 가능하다고 했으며, 지역구 예산이 공익과 무관하다고는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장 교수는 지역구 예산이 공익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적어도 세 가지 요건이 갖춰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은밀하게 하지 말고 내용을 공개해야 하며, 두번째로 그것이 당해 국회의원의 다른 이해관계와 결부되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며 "마지막으로 그 예산 처리 과정이 객관적이고 심의 과정을 국민들에게 확인될 수 있도록 하면 공익성의 확인이 가능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