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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격 또는 수렴청정? 장정석 향한 두 가지 시선


입력 2016.10.28 21:24 수정 2016.10.29 12:34        데일리안 스포츠 = 임정혁 객원칼럼니스트

염경엽 이어 또 한 번 실험적인 감독 선임

메이저리그식 프런트 야구 펼칠지 관심

넥센은 장정석이라는 파격적인 카드를 꺼내들었다. ⓒ 넥센 히어로즈

넥센 히어로즈가 다시 한 번 파격적인 행보를 펼쳤다. 넥센은 27일 장정석 신임 감독을 새 사령탑으로 선임했다. 계약기간 3년에 계약금과 연봉 포함 총 8억 원이 조건이다.

장정석 신임 감독을 향한 시선은 실험과 우려로 나뉜다. 먼저 우려는 이장석 대표에 대한 물음이다. 이장석 히어로즈 대표이사가 내걸고 있는 '프런트 야구'를 위한 포석 아니냐는 해석이다.

1973년생인 장정석 신임 감독은 프로야구 사령탑 중 가장 어리다. 감독 발표 하루 전까지 공식 직함이 운영팀장이었을 정도로 현장 경험은 전무하다. 이 때문에 이장석 대표이사가 감독 뒤에서 '수렴청정'하는 것 아니냐는 섣부른 예측까지 나온다. 과거 이장석 대표이사와 염경엽 전임 감독 사이의 불화설이 나오기도 했기에 근거 없는 예상은 아니라는 게 중론이다. 다만 히어로즈는 4년 전에도 검증되지 않은 염 전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겼다.

히어로즈가 장정석 감독을 선임했다는 것은 프런트를 구단 중심에 두고 감독을 현장과의 조율자로 활용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날 보도자료 전문을 보더라도 그러한 메시지가 담겨있다. 때에 따라 이는 메이저리그식 운영으로 정의될 수도 있다. 하지만 프런트 중심의 감독 선임과 단순히 프런트 친화적인 감독을 자리에 앉히는 것은 다르다. 그래서 이번 선임이 새로운 실험을 하는 것인지, 그저 구단을 손쉽게 주무르기 위한 감독 선임인지는 향후 행보에서 나타날 게 분명하다.

이장석 대표이사는 "우리는 각 파트에서 권한과 역할만 주어진다면 제대로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코치진과 프런트를 구성하고 있다"면서 "각 파트의 이해관계를 가장 슬기롭게 풀어내고 조율할 수 있는 필드매니저가 필요했다. 장정석 신임감독이 적임자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장정석 신임 감독 역시 "현대 야구의 트렌드는 현장 야구와 프런트 야구의 개념적 구분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감독 1인 중심의 야구가 아닌 팀 내 각 파트가 역량을 갖추고 여기에서 나온 힘들이 하나로 결집될 때 최고의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면서 "구단 구성원 전체의 힘을 바탕으로 선수들을 경기에 나서게 할 것"이라고 호응했다.

과거를 곱씹어보자. 히어로즈와 이장석 대표이사의 출현은 신선함 그 자체였다. 이번 장정석 감독 선임 역시 히어로즈와 이장석 대표이사라는 인물에 비춰보면 충분히 가능한 결정으로 보인다.

히어로즈는 국내 프로야구 사상 처음으로 네이밍 스폰서 방식을 도입했다. 자생력 있는 구단 운영이라는 프로스포츠의 산업적 측면을 부각했다. 국내 기업들과 후원 계약을 맺어 구단 이름을 팔았으며 유니폼과 헬멧 등 광고에서 적극적으로 구단 운영 자금을 확보했다.

히어로즈 구단 탄생 역시 이장석 대표이사가 2007년에 자본금 5000만원으로 세운 센테니얼 인베스트먼트라는 창업 투자사를 설립하면서 시작됐다. 이장석 대표이사는 이 회사로 이듬해 현대 유니콘스 선수단을 받아들이면서 히어로즈 구단을 재창단했다. 당시 현대 유니콘스는 자금난으로 해체했다. 개인이 프로스포츠 구단을 손에 넣은 건 최초다.

결국 이런 흐름에서 보면 히어로즈가 장정석 감독을 선임했다는 것은 프런트를 구단 중심에 두고 감독을 현장과의 조율자로 활용하겠다는 뜻이다. 새로운 실험인 셈이다.

이는 때에 따라 메이저리그식 운영으로 볼 수도 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현장과 프런트의 분리를 원칙으로 삼는 문화가 존재한다. 하지만 현장과 프런트를 분리하는 것과 단순히 프런트 친화적인 감독을 자리에 앉히는 것은 다르다. 새로운 실험을 하는 것인지 그저 구단 운영을 손쉽게 하기 위한 감독 선임인지는 향후 행보에서 나타날 게 분명하다. 지금 야구계 안팎에서 흘러나오는 우려는 이와 다르지 않다.

넓게 보면 이번 사안은 '프로스포츠가 공공재인가? 사유재인가?'하는 논쟁에 재차 불을 지필 수도 있는 이슈다. 히어로즈의 탄생과 네이밍 스폰서 도입 등은 스포츠 산업과 맞닿아 있다. 이는 해당 토론에서 벗어날 수 없는 주제다. 외국이 아닌 국내 환경에서 특히 그렇다.

중요한 건 히어로즈가 2012년 10월 염경엽 전 감독을 선임했을 당시에도 검증되지 않은 감독이란 평가를 들었다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염 감독은 '염갈량'이 되어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히어로즈와 결별했다. 장정석 감독의 앞일도 아직은 알 수 없다.

임정혁 기자 (bohemian120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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