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준 낙마하면...박근혜 정부 '총리 후보자 잔혹사'
초라한 뒷모습 보인 김용준·안대희·문창극·이완구
국회추천 총리는 현 정부 총리 징크스 깰 수 있을까
박근혜 대통령이 8일 국회에 국무총리 추천을 요청하면서 '김병준 카드'를 집어든 지 6일 만에 내려놓게 됐다. 김병준 국무총리 후보자가 사실상 낙마하면서 박근혜 정부에서 총리로 살아남기란 쉬운 일이 아님을 다시 한 번 보여줬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정세균 국회의장을 만나 "국회가 총리를 추천해 준다면 총리로 임명해 내각을 통할하도록 하겠다"며 사실상 김병준 총리 후보자 지명 철회의사를 밝혔다. 총리실 등에 따르면 김 후보자는 이날 강의를 위해 교수로 재직 중인 국민대로 향했다. 통의동 금융감독원 연수원에 마련된 후보자 사무실로 출근하지 않았다는 것은 사실상 '낙마'한 것으로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참여정부 정책실장을 지냈던 김 후보자는 지난 2일 박 대통령에 의해 막강한 권한을 부여 받으며 '책임총리' 개념으로 지명됐다. 그러자 야당은 물론 여당 일각에서까지 청와대를 비판하며 김 후보자가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고 종용했다. 국회와 사전 논의도 없었던 것에 대해 절차상 문제를 지적한 것이다.
시간이 갈수록 여론은 악화됐고 결국 박 대통령은 8일 직접 국회를 찾아 국회추천 총리를 수용하겠다는 뜻을 표하며 '김병준 카드'를 내려놓게 됐다.
김용준·안대희·문창극·이완구, 박근혜 정부 총리 잔혹사
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거치지도 못하고 낙마하자 2013년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발생한 '국무총리 잔혹사'에 다시 한 번 눈길이 모아지고 있다. 김용준·안대희·문창극 후보자는 인사청문회를 거치지 못하고 자진사퇴했으며 이완구 전 총리는 '성완종 리스트'에 연루돼 쓸쓸하게 자리를 뜬 바 있다.
박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김용준 전 헌법재판소장을 첫 총리 후보자로 지명했으나 두 아들의 병역면제 논란과 부동산 투기 의혹 논란이 확산되며 닷새 만에 자진사퇴했다. 이후 지명된 정홍원 전 법무연수원장은 일부 의혹이 있었음에도 총리로 취임했다. 정 총리는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이후 사퇴 의사를 표명했으나 그 뒤에 지명된 후보자들이 줄줄이 낙마하며 '본의 아니게' 직을 계속 수행해야만 했다.
참사 직후 지명된 안대희 전 대법관은 '전관 예우' 논란에 엿새 밖에 버티지 못하고 자진사퇴했고, 뒤이어 지명된 문창극 전 중앙일보 주필도 친일 논란 및 역사인식 논란에 휩싸여 험로를 걷다 2주 만에 자진사퇴를 발표했다.
계속해서 유임되던 정 총리는 지난 해 1월 이완구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총리로 지명되고 인사청문회를 통과하며 직을 내려놓을 수 있었다. 이완구 총리의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불법정치자금 리스트에 이 총리가 거론되면서 그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기 시작했다. 결국 그는 같은 해 4월 사의를 표명해 '역대 최단 총리'라는 오명을 쓴 채 쓸쓸하게 자리에서 내려왔다.
이 총리에 이어서는 황교안 전 법무부 장관이 총리 후보자로 지명돼 인사청문회를 통과했고 지난해 6월 18일 임명동의안이 가결, 현재까지 직을 갖고 있다. 황 총리는 최근 사퇴 의사를 표명했으나 '김병준 카드'가 무산되며 정 전 총리의 경우와 비슷하게 난처한 상황을 맞고 있다.
일각에선 박근혜 정부에서 총리 자리는 '독이 든 성배'라는 말까지 있는 가운데 국회가 추천하게 될 새 인물은 정상적으로 자리에 올라 지긋지긋한 총리 징크스를 깰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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