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제도권 안착' 지역주택조합 과제 남았다
"지역주택조합 투명성 강화" 주택법 일부 개정안 국회 통과
이행력은 의문, 조합규약 준수 될 수 있도록 법령 보완돼야
규제의 명분은 공익을 도모하는 행정 목적에 부합한다는 전제하에 존재한다. 사회질서를 유지해 온 정부 역할의 중립적 권력에 대한 믿음의 바탕이기도 하다.
그런 측면에서 '지역주택조합 투명성 강화'를 골자로 한 주택법 개정안이 최근 국회 문턱을 넘어선 것은 일단 고무적이다. 주택경기 활성화 바람을 타고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는 지역주택조합 사업 폐해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강했기 때문이다.
국회는 지난 17일 사업 초기 조합원 모집시 관할 시·군·구에 신고 후 공개적으로 모집해야 하고, 조합 탈퇴 조항 및 탈퇴 시 납입금 환급 등의 내용도 조합규약으로 규정하도록 하는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하는 주택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사실 그동안 발생했던 지역주택조합의 피해는 대부분 조합설립인가를 받기 전 사업 초기 단계에 집중됐었다. 자율적인 조합결성을 통해 사업을 도모한다는 제도 취지 아래 사실상 행정력이 전혀 미치지 않아서다. 이에 실제 시장에서는 이러한 점을 악용해 무자격자의 조합원 가입, 업무대행비 횡령, 조합 탈퇴 불가 등으로 여러 금전적 피해를 가속시켰다.
그러나 이번에 개정된 법령은 아예 사업 초기 단계에서부터 지자체 관리감독하에 들어오게 만들었다. 최초 사업 추진시 관할 지자체장에게 신고하고 공개모집해야 하고, 조합 가입 신청자에게 관련 정보를 공개하도록 했다. 만약 이를 지키지 않으면 2년 이하의 징역형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도록 처벌 조항도 뒀다.
또한 선의의 피해자를 발생할 경우를 대비해 조합원 탈퇴 요건을 정하고, 탈퇴시 납입금 등의 비용환급이 가능토록 조합규약을 만들라고 법으로써 규정했다. 이에 조합원은 조합규약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자유롭게 탈퇴 의사를 알리고 탈퇴할 수 있고, 업무대행비 및 가입비 등의 환급을 청구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여전히 우려되는 부분은 ‘조합규약’이 실제 시장에서 지켜질지 여부다. 법으로써 조합규약 신설은 강제했지만 관련 내용을 모호하게 만들거나 이를 지키지 않을시 처벌 조항은 따로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인간의 계약에 국가가 개입할 수 없다는 명분에서다. 또 다시 피해가 발생하면 여전히 시간과 큰 비용이 들어가는 법적 소송에 의지할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사적생활의 영역에는 원칙적으로 정부가 개입하거나 간섭하지 않는게 근대사법의 원론이지만, 바람직한 사회질서와 제도를 구축하는 수단으로서 규제는 늘 필수 불가결하다. 특히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경우에 더욱 그렇다. 사인간의 계약이라는 명분이 우선해 법이 강제하지 못한다면 우회적인 방법으로도 이중의 안전장치를 둬야 할 것이다.
이번에 개정된 법령은 향후 정부 공포 절차를 거쳐 내년 6월부터 시행될 전망이다. 그 사이 주무부처인 국토부는 하위 법령인 시행령과 시행규칙을 손질하게 된다. 남은 6개월여 시간동안 조합규약이 사적영역에서 제대로 지켜질 수 있는 획기적이고 세세한 보완 방안 및 촘촘한 안전장치를 마련하길 기대해본다.
©(주)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