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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근영X박정민, 뒷맛이 허전한 '로미오와 줄리엣'


입력 2016.12.16 08:26 수정 2016.12.16 08:27        이한철 기자

원작 느낌 살리면서도 대중성 고려한 설정 눈길

1막 지나치게 가벼운 설정, 2막 감동 반감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이 연극 무대에 올랐다. ⓒ 샘컴퍼니

쉽고 편안하게 다가왔지만, '로미오와 줄리엣'의 불꽃같은 사랑의 감정은 반감됐다.

박정민, 문근영 주연으로 개막 전부터 팬들의 뜨거운 관심과 기대를 모았던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이 지난 9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막을 올렸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공연을 관람한 관객들에겐 어딘가 모를 허전한 뒷맛이 전해졌다.

원작의 느낌과 현대적인 감각, 그리고 대중성을 모두 잡으려는 과욕이 문제였다. 양정웅 연출은 그간 많은 변용을 통해 새로운 시각으로 연출에 초점을 맞춰왔던 것과 달리 원작 느낌을 많이 살렸다.

하지만 작품은 비교적 가볍게 전개된다. 특히 1막은 관객들의 고정관념을 깨기라도 하듯 두 사람의 사랑이 유쾌하고 발랄하게 그려진다. 덕분에 '로미오와 줄리엣'은 전혀 지루하지 않았다. 오히려 간간히 웃음을 선사하며 쉽고 재밌게 다가왔다.

문제는 두 사람의 죽음이 그려지는 2막은 가슴을 때리는 슬픔과 감동을 전해주거나 공연 후 긴 여운을 남기지 못했다는 점이다. 1막에서 지나치게 가볍게 그려진 '로미오와 줄리엣'의 사랑이 관객들을 혼란스럽게 하진 않았는지, 아쉬움이 남는다.

동갑내기 배우 문근영과 박정민이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열연을 펼친다. ⓒ 샘컴퍼니

'로미오와 줄리엣'이 오늘날까지 약 400년간 꾸준히 사랑 받고 있는 이유는 두 남녀가 보여 준 열병 같은 사랑과 그 사랑을 지키기 위해 죽음까지 불사하는 불꽃같은 열정 때문이다.

서로 원수인 가문에서 태어난 로미오와 줄리엣이 사랑을 하게 되고, 그들의 비극적인 죽음이 가문을 화해하게 만든다는 슬프고도 아름다운 이야기 속 비극적 사랑의 두 주인공은 젊은 연인의 전형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이 사랑을 만들어가는 과정 속에서의 간절함이 관객들 마음에 썩 와 닿지 않았다.

동갑내기 박정민과 문근영의 연기는 무난했다. '클로저' 이후 6년 만에 무대로 돌아온 문근영이 혼신의 힘을 다해 눈물 연기를 펼쳐 보이는 것을 눈앞에서 지켜본다는 것은 이 작품을 보는 관객들만의 특권이다. 박정민 또한 특유의 호소력 짙은 목소리의 매력이 두드러졌다. 두 배우 모두 우려했던 문어체 대사의 어색함도 잘 극복한 듯 보였다.

하지만 작품의 설정 탓인지는 몰라도 내면 연기가 세밀하게 두드러지진 않았다. 아직 공연 초반이기 때문에 더 다듬어질 것으로 기대되지만, 작품 자체의 한계를 함께 극복하는 것은 만만치 않은 숙제다.

의외로 조연들의 비중과 무게감이 상당한 작품이다. 손병호(로렌스 신부), 서이숙, 배해선(이상 유모 역), 김호영(머큐쇼 역) 등 영화, 뮤지컬, 드라마, 연극 무대를 주름잡는 실력파 배우들이 함께 했기 때문이다. 기라성 같은 배우들을 포진시킨 건 어느 정도 연출 과정에서 전체적인 분위기를 위해 연출이 의도한 것으로 보인다.

공간 활용과 아트를 접목시킨 섬세한 무대디자인으로 정평이 난 정승호 무대 디자이너가 양정웅 연출과 호흡을 맞췄다. 내년 1월 15일까지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공연된다.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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