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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 합병' 주가 떨어졌다고 홍완선 배임죄?


입력 2016.12.28 06:30 수정 2016.12.28 06:50        이강미 기자

[이강미의 재계산책]해묵은 배임죄 논란...과잉정치논리 개입으로 마녀사냥식 여론재판 우려

투자판단이 배임죄로 귀결시 경영회피 결과 낳을 뿐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중인 특검이 지난 21일부터 국만연금에 대한 수사를 본격 진행하고 있다. 사진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로비 모습. ⓒ연합뉴스

해묵은 배임죄 논란...과잉정치논리 개입으로 마녀사냥식 여론재판 우려
투자판단이 배임죄로 귀결시 경영회피 결과 낳을 뿐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사건을 수사중인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홍완선 전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을 업무상 배임혐의로 연이틀 소환조사하면서 ‘배임죄’를 둘러싼 해묵은 논란이 또다시 거세지고 있다.

특검은 국민연금이 ‘삼성물산-제일모직’합병시 손해날 것을 알면서도 합병찬성을 했다는 혐의다.

이에 경제전문가들은 “투자당시 ‘경영판단의 원칙’에 입각해 단행한 결정이 이후에 손해를 봤다고 해서 배임죄로 옭아매는 것은 기업의 장기적인 투자판단을 옥죄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매우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특히 특검이 지나친 정치적 여론공세에 휩쓸려 ‘정해진 틀’에 무조건 꿰 맞추려는 것은 마녀사냥이나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합병 때문에 주가 떨어졌나?=투자자가 손실이 날 것을 뻔히 알면서 투자할 수 있을까. 대개는 투자대상의 사업규모와 미래가치, 성장성 등을 고려해 투자하는게 일반적이다. 주식이 오르고 내리는 것은 ‘신’이 아닌 이상 절대 알 수 없다. 기업의 주식가치는 기업의 경영환경을 비롯해 업황, 주식시장의 펀더멘탈 요인 등 시장논리에 의해 결정되고, 이는 주가로 나타나는 것이다. 때문에 주가는 끊임없이 등락을 반복하면서 마치 살아있는 유기체처럼 꿈틀거린다.

실제 이는 삼성물산 주가 등락을 살펴보더라도 알 수 있다. 재벌닷컴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발표 전일(지난해 5월 22일 합병가액 15만9294원)과 특정시점(올해 11월 17일)을 비교해 국민연금의 삼성물산 주식손실액이 5900억원으로, 이 기간 손실율이 27.9%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주가산정 시점을 올해 10월 25일(종가 16만9000원)로 잡을 경우, 국민연금은 1229억원의 평가이익을 낸 것으로 나타난다.

물론 이달 26일 삼성물산 종가는 12만6500원으로 합병기준 가격보다 20.6%나 떨어졌다. 최순실 사태가 불거지면서 주식이 급락한 탓이다. 그러나 같은 기간 건설업종과 유통업종의 주가지수가 각각 25.5%, 22.8% 떨어진 것을 고려하면 삼성물산 주가는 오히려 ‘선방’한 셈이라는게 업계의 중론이다.

◆합병이 무산됐다면 주가는 올랐을까?=이처럼 주가는 시장상황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한다. 이같은 사실만 보더라도 삼성물산 주가가 시장 흐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삼성물산은 합병 후 지난해 4분기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회계상 잠재부실을 무려 3조원이나 털어냈다. 그 결과, 삼성물산은 합병 후 3분기 연속 적자 끝에 올해 상반기에 흑자전환에 성공할 수 있었다. 이는 합병 후 과감한 체질개선과 미래손익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등 손익관리기준을 강화한 덕분이다.

따라서 만약 합병이 무산됐다면, 건설의 대규모 해외공사 관련 손실과 사업 불확실성 등으로 지금보다 훨씬 주가는 떨어졌을 것이란게 증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국민연금은 손해를 입었나?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에 따르면 올해 국내 주식부문 수익률은 6.2%로 잠정집계됐다. 총 투자수익은 5조9000억원에 이른다. 이는 삼성그룹에서 6조원 가량의 수익을 거둔 덕분이다.

실제 국민연금은 삼성전자 15조원을 비롯 삼성그룹 전 계열사에 투자한 주식은 23조원이나 된다. 국민연금은 전체적인 주식 포트폴리오를 고려해 삼성물산 합병에 찬성했다고 밝히고 있다.

여기에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각각 주식을 보유하고 있던 ‘바이오’사업에 대한 미래비전도 매력적인 투자요인으로 작용했다. ‘바이오사업’은 제2의 반도체로 불릴만큼 전세계적인 미래 신성장사업으로 주목받고 있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합병당시 22개 증권사 중 21개사가 합병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합병에 반대했다면 손실이 적었을까=오히려 당시 엘리엇 등 해외 투기자본의 뜻대로 국민연금이 합병을 반대해 무산됐다면, 이로인한 국민연금과 투자자들의 손실은 늘어났을 것이란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룹 지배구조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경영권 방어비용도 훨씬 커졌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합병 당시 국민적 여론은 해외투기 자본으로부터 국민기업 ‘삼성물산’을 방어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었다. 아르헨티나를 디폴트상태에 빠트린 것으로 악명높은 엘리엇이 기습적으로 삼성물산 지분을 사들이고는 삼성물산 합병에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기 때문이다. 이에 국민연금은 자산가치가 급락하고, 엘리엇이 막대한 투자과실을 챙겨가는 상황은 무조건 막아야 한다고 판단해 내린 찬성결정이었다.

◆결과 나쁘다고 배임죄?=기업경영에는 원천적으로 위험이 내재돼 있다. 경영자가 기업의 이익에 합치된다는 믿음 하에 신중하게 결정을 했다면 비록 그 예측이 빗나가 회사에 손해가 발생하더라도 배임죄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것이 전 세계적인 흐름이다. 

이에 재계와 정치권 일각에서는 최근 수년간 경영판단의 원칙을 명문화해 법적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을 끊임없이 제기해왔다. 사리사욕이 아닌 경영적 판단이 회사에 손해를 입혔다고 해서 이를 처벌한다면 기업인들이 어떻게 기업가 정신을 발휘해 신규사업을 찾고 투자에 나서겠느냐는 것이다.

홍완선 전 본부장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외압에 의해 합병에 찬성했는지, 혹은 개인적 이득을 위한 결정이었는지는 수사결과가 나와봐야 알 수 있을 것이다. 수사결과 문제가 있다면 그에따른 처벌을 받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특검이 아직 손실이 확정되지 않은 투자를 수사대상에 올려놓고 ‘배임죄 적용’을 저울질 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나친 정치논리로 마녀사냥하듯 미리 결론부터 내려놓고, 그 틀에 꿰 맞추려고 하는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

미래가치를 무시한채 현재 주가가 떨어졌다는 이유로 경영적 판단을 문제삼는다면 과연 누가 투자판단을 할 수 있겠는가. 투자판단에 대한 배임죄 적용으로 자칫 경영책임 회피라는 또다른 폐혜를 낳지는 않을까 우려된다.

이강미 기자 (kmlee5020@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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