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카카오톡
블로그
페이스북
X
주소복사

[르포]달걀 한판 5000원에도 한산한 재래시장, 7000원대에 동나는 마트


입력 2016.12.30 11:07 수정 2016.12.30 11:23        김유연 기자

한판 가격 차 3000원 육박해도 '달갈대란' 접근성에 온도 차 커

재래시장, 저렴한 가격에 '1인 1판' 구매 제한 없어도 수북히 쌓여

연일 가격판 바꾸는 마트는 나오기 무섭게 품절…연초 1만원 찍을판

29일 서울 중구 남대문 시장의 한 상점에 달걀이 진열돼 있는 모습. ⓒ데일리안

"왕란은 5000원이고, 특란은 5500원이에요. 남는 거 없이 판매하는 거라서 이 가격이 가능한데 사러 오는 사람이 생각보다 없네요."

지난 29일 오후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 깊숙한 곳에 자리잡아 식료품을 판매하는 한 상인은 '달걀대란'을 체감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달걀 값이 대형마트보다 3000원 가까이 저렴하지만 시장안 골목은 한산했다. 접근성이 떨어지는데다 가뜩이나 추워진 날씨까지 겹쳐 더욱 스산했다.

상인들은 저마다 한파를 피해 중무장하고 손님맞이에 나섰지만, 정작 손님들은 발길을 돌리기 일쑤였다. 이따금 구경하는 손님은 있어도 선뜻 지갑을 열지는 않았다.

어렵게 달걀을 판매하는 곳을 발견했다. 달걀의 종류는 단촐하다. 회색 계란판에 싸여진 한 판(30개)달걀뿐. 왕란과 특란만 선택하면 된다.

달걀이 놓여 있는 곳에 멈춰 서자 상인이 다가와 "몇 판 드릴까요?"라고 묻는다. 1인 1판 제한은 없었다. 가격도 이전 가게와 비슷했다.

남대문 시장 주변에는 백화점만 세 곳, 대형마트도 집중적으로 분포해있다. 저렴한 가격이라는 초강수를 뒀지만 소비자들의 발길은 이어지지 않고 있었다.

이 상인은 "똑같은 달걀을 대형마트나 백화점에 내놓으면 고품질이라고 인식하기 때문에 가격이 훨씬 비싸도 금방 팔리는데 재래시장에서 판다는 이유로 가격이 저렴해도 구매로 이어지질 않는다"고 토로했다.

이어 "조금만 발품을 팔면 합리적인 가격으로 구매가 가능할텐데"라며 한숨을 쉬었다.

29일 롯데마트 서울역점에서 판매직원이 계란 가격표를 끼우고 있다. ⓒ데일리안

같은 날 롯데마트 서울역점은 매일 올라가는 달걀 가격에 판매직원은 가격표를 하루에도 몇 번씩 바꿔 끼우는 풍경이 벌어지고 있었다.

롯데마트에서 팔고 있는 달걀 한 판 가격은 7290원으로, 대형마트 달걀값이 7000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달 들어서만 달걀값이 무려 20% 가까이 급등한 것. 치솟는 달걀 값에 자칫 공급에 차질이 생길 것을 우려해 이마트와 롯데마트는 '1인 1판'이라는 판매제한을 두기도 했다. 그나마 물량이 부족해 오후에는 달걀이 동나기 일쑤다.

가격표를 갈아 끼우던 판매원은 "이전에는 가격을 일주일에 한 번만 체크했는데 지금은 불안정한 상황이라 하루에도 몇 번씩 체크하고 있다"면서 "매일같이 가격이 달라지고 있는데, 달걀값이 더 이상 내려가진 않을 것 같고 계속해서 오를 것인데 지금 같은 추세라면 8000원을 돌파하는 건 시간문제"라고 전했다.

이어 "상품 희소성 때문인지 오전이면 한판 달걀은 날개 돋친 듯 팔려버린다"며 "한 판 달걀은 언제 들어올 지 모른다. 아직 대형마트라 비축해 놓은 물량이 남아 있어 들어오고 있긴 하지만 앞으로는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달걀값을 확인하고 한참을 서성이던 이 모 씨(50)는 "달걀값이 너무 올라서 구매가 망설여진다"면서 "내년 초에는 1만원을 넘는다는데 지금 사둬야 하는 건지 고민이다"고 탄식을 쏟아냈다.

이날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이날 전국 소매점에서 달걀 한 판이 평균 8155원에 팔렸다. 한 달 전에 비해 48.9% 올랐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업계에서는 명절 음식 장만 등으로 계란 소비가 많아지는 설 연휴를 전후해 '달걀 대란'이 큰 고비를 맞을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산지 가격이 오르고 있어 가격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면서 "AI 사태 수습 여하에 따라 추가 인상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내다봤다.

'르포'를 네이버에서 지금 바로 구독해보세요!
김유연 기자 (yy9088@dailian.co.kr)
기사 모아 보기 >
0
0
김유연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댓글 0

0 / 150
  • 최신순
  • 찬성순
  • 반대순
0 개의 댓글 전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