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설 연휴 앞둔 유통가 키워드는 '기승전 5만원'
김영란법 시행 후 첫 명절, 5만원 미만 선물세트에 사활
수입산 선물세트 비중 높아…저렴한 가공식품·와인 '인기'
김영란법 시행 후 첫 명절, 5만원 미만 선물세트에 사활
수입산 선물세트 비중 높아…저렴한 가공식품·와인 '인기'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 시행 이후 첫 명절인 설을 앞둔 유통가는 이른바 '5만원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들은 김영란법에 맞춰 5만원 미만 실속파 선물의 비중을 대폭 늘렸다. 최근 오른 물가에 맞춰 선물세트 사전 예약 할인행사를 예년보다 앞당기고 카드 할인행사도 늘려 소비자 잡기에 나섰다.
지난 주말 오후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식품 코너에는 설 선물세트를 준비하려는 소비자들로 북적였다.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판매원들은 고객의 시선을 조금이라도 끌기 위해 목청을 높였다. 설 대목을 앞두고 각 업체에서 파견나온 직원들이 평일 주말보다 크게 늘어난 데다가 시식, 시음행사까지 앞다퉈 진행하다 보니 매장은 코너 곳곳을 돌아보기 힘들 정도로 번잡스러웠다.
대다수의 주부들은 고가의 선물을 눈여겨봤지만 선뜻 구매로 이어지지 못하는 눈치였다. 주부 박모 씨(43)는 "남편이 공무원인데 5만원 내에 선물을 구매하려다 보니 마음에 드는 물건을 고르는 게 쉽지 않다"면서 "오늘은 둘러보기만 하고 구매는 몇군데 더 둘러본 후 결정해야할 것 같다"며 혀를 찼다.
몸값을 낮춘 한우와 굴비, 인삼 등 특산품도 판매가 되고 있었지만 내용물이 부실해져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지 못했다. 5만원 미만의 구성에 치중한 선물세트는 수입산으로 가득해 별 다른 관심을 끌지 못했다.
판매직원은 김영란법에 맞춰 특별히 제작된 4만9900원 랍스터세트를 들고 "3000개 한정으로 판매하는데 무료 배송까지 진행하고 있다"며 "전복 8마리, 캐나다산 랍스터 2마리로 가격 대비 실속있게 구성됐다"고 소개했다.
인근 회현동에 위치한 신세계백화점도 상황은 비슷했다. 지하 1층 식품 코너에는 소형 부스를 설치하고 한복을 차려입은 판매원들이 고객들의 발길 돌리기에 나섰으나 돌아오는 반응은 싸늘했다. 선물세트 코너 판매대에는 3만원, 4만9900원 등 5만원 이하 가격대의 선물세트가 눈에 띄게 많았다.
특히 가격이 2~3만원대의 김세트나 가공류, 3~5만원대 와인·주류 코너는 시간대를 막론하고 붐볐다. 3~5만원대 와인을 보고 있다는 주부 이모 씨(34)는 "선물을 생략할 수도 없고 비교적 부담이 적은 와인을 둘러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우 매장의 한 직원은 "지금까지 상황을 볼 때 작년보다도 3분의 1가량은 판매가 감소한 것 같다"면서 "경기가 좋지 않다 보니 치약, 비누, 샴푸보다 당장 먹을 수 있는 김, 스팸 등 식음료로 구성된 실용적인 선물을 선택하는 경향이 높은 것 같다"고 귀뜸했다.
대형마트는 이색적인 선물세트와 배송 서비스 강화로 손님몰이에 나섰다.
서울 구로동 이마트 앞은 임시 택배 접수처를 따로 마련해 무료 택배 서비스를 강화했다. 마트 곳곳엔 설 사전예약 광고도 붙어있었다. 식품 매장으로 들어서면 저렴한 민어, 긴가이석태, 부세 등으로 구성된 '499 기프트 세트'와 '한우 미니세트'가 메인을 장식했다.
육류판매 직원은 "지난해에는 30만원대 한우 세트도 전시해놨는데 이번에는 10만원대가 주를 이룬다"면서 "김영란법 이후 맞춤세트 제작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롯데마트는 올해 5만원짜리 미국산 냉동 찜갈비 세트와 4만9800원짜리 민어 굴비 세트를 내놨다. 통조림 선물세트 등 5만원 미만 주력 선물세트의 물량을 지난해보다 30% 이상 더 확보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수입산 명절 선물에 대한 인식이 바뀌면서 찾는 고객들도 많이 늘었다"면서 "설 선물세트 사전 예약률 중 가공식품이나 통조림이 50~60%를 차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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