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두박질 수주액, 민관협력으로 끌어올리기 시동
전담기구 만들고 펀드 조성, 마중물 사업으로 견인
곤두박질 수주액, 민관협력으로 끌어올리기 시동
전담기구 만들고 펀드 조성, 마중물 사업으로 견인
해외 건설 수주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과거 땀 흘리며 개척한 해외루트로 공사를 따내거나 출혈을 감수한 저가경쟁으로도 수주의 벽을 넘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해외 건설시장 트렌드가 단순 도급사업에서 민관협력 투자개발형사업(PPP, Public-Private Partnership)으로 빠르게 변화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내 건설사의 해외건설 수주는 1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282억 달러를 수주하는 것에 그쳐 10여 년 전인 2007년 기록에도 미치지 못했으며, 2015년보다도 38.9%가 줄어들었다.
저유가 시대로 인한 중동 산유국들의 공사 발주 축소와 글로벌 저성장이라는 요인 등이 작용했지만 투자개발형 사업이 점차 늘고 공종의 다변화도 한몫했다. 중국발 경기침체와 영국의 브렉시트, 미국 금리인상도 변수가 됐다.
◇국가대항전이 된 해외건설 수주, 새 전략판 짠다…2월 전담기구 가시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외 건설시장에 눈을 돌리는 것은 국내 건설사업이 침체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수주에 성공한다면 상대적인 메리트가 크다는 점이 도전해야 할 충분조건이 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추세에 정부도 호흡을 같이하기로 했다. 투자개발형 사업 방식은 이미 개발도상국을 넘어 선진국에서도 전제되는 만큼, 맞춤형 사업 지원과 함께 전담기구를 만들어 본격적인 민관 협력에 나선다.
투자개발형 사업 방식은 민간 사업자가 기획부터 개발, 건설 등을 거쳐 운영까지 하면서 수익을 회수하는 구조로, 사업 규모와 시장이 점차 늘고 있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사업 규모가 2005년 400억 달러에서 2015년 1200억 달러로 10년 사이 3배가량 증가했다.
이에 따라 국토교통부가 관련 부처와 함께 해외건설 전담 지원기구 설립을 추진 중이다. 일본의 ‘해외교통·도시개발사업지원기구(JOIN)’가 모델이 됐다.
전담기구 설립을 위해 관련 법 개정 준비와 기구의 방향성, 운영방식에 대해 관계기관과의 협의를 거의 마친 상태로, 최종 조율을 거쳐 2월까지는 준비 작업을 모두 마치겠다는 계획이다.
업종의 특성상 정부의 신인도와 민간의 투자, 정보 네트워킹 등을 망라한 협동작전으로 접근해야 그나마 수주 성공률을 높일 수 있다는 전략인 셈이다. 마치 국가대항전이나 다름없다는 관계자의 전언이다.
전담기구 조직도 큰 그림은 그린 상태로 건설외교를 지원하는 대외직명대사를 임명키로 했다. 글로벌 네트워크를 가진 고위급 출신을 해외건설 수주 대사로 임명해 지원한다는 계획으로, 이미 국토부와 외교부가 함께 적임자를 물색해 검토에 들어간 상태다. 2월 초에는 인선을 마칠 예정이다.
◇투자개발형 사업의 마중물, 1000억 원 대 벤처펀드 만든다…산은과 협의 중
이에 건설업계에서도 반색하는 분위기다. 관련해 지난 17일 열린 ‘해외건설 수주플랫폼’ 첫 회의에서 건설사들은 전담기구 설립 조기 가시화 뿐 아니라 초기 투자비용의 부담을 덜어줄 벤처펀드 조성도 요청한 상태다.
정부도 이 같은 필요성에 1000억 원 규모의 ‘글로벌인프라벤처펀드’ 조성에 이미 시동을 건 상태다.
이상주 국토부 건설정책국 해외건설정책과장은 “산업은행, 금융위와 함께 펀드 조성에 대한 공감대가 어느 정도 협의된 상황”이라면서 “구체적인 운영사 선정과 운영방식 결정만 남은 상태”라고 전했다.
이 과장은 “정부의 역할은 G2G 사업 등 양질의 사업을 민간이 발굴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라며 “사업구조부터 자금 지원, 전문가의 사전적 사업 검토, 발주국가와 협상, 공기업의 네트워킹과 노하우 활용 등을 맞춤형으로 지원해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사업 진출의 마중물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펀드는 타당성 조사비용 등 해외 건설사업 초기에 들어가는 사업 발굴비용을 부담하면서 기업들의 과감한 사업 추진을 돕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문제는 사업을 발굴해 기획부터 투자, 시공, 운영관리 등을 전적으로 약간의 투자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는 것인데, 이도 여러 방안의 안전장치를 마련해 둘 수 있다는 게 국토부의 판단이다.
사업 구상 단계에서 최소운영수입보장(MRG) 제도를 활용하거나 국제금융공사(IFC), 아시아개발은행(ADB), 유럽부흥개발은행(EBRD) 등 국제기구와 같이 가는 방안, 다자개발은행(MDB)의 프로젝트를 통해 안정적 사업 추진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이 같은 국제기구를 통한 투자는 월드뱅크의 차관사업 지원 여부와 맞물려 있어 발주 대상국의 재원 확보에 안전판이 될 것이라는 계산이다.
◇SK건설과 대림산업 선두주자, 후속·연계사업 지원한다…타당성 조사 실시
투자개발형 사업에는 미국의 벡텔과 스페인 ACS그룹, 프랑스 방시 등이 대표적인 선도기업이다. 국토부는 국내 대표 건설사들을 이들과 같은 PPP 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지원을 본격화 한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말 강호인 국토부 장관도 간담회를 통해 “해외건설이 어렵다고들 하지만 어떤 아이디어를 갖고 사업을 기획하느냐에 따라 기회는 많다”며 “업계 지원을 위한 전담기구를 만들어 한국에서도 글로벌 수준의 종합건설기업이 나오도록 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SK건설과 대림산업 등이 PPP 사업 선두주자로, 터키의 대륙 간 해저 유라시아터널사업을 수익보장을 받으며 운영하고 있고 2조3000억 원 규모의 이란 이스파한 정유공장 공사 수주전에 발 벗고 나서는 등 적지 않은 성과를 보태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국토부는 투자개발형 사업인 말레이시아~싱가포르 고속철도 상부시설 사업,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경전철 2단계 사업 및 카리안 상수도 사업, 브라질 육상 LNG 수입터미널 건설·운영 사업 등 4건에 대한 타당성조사를 실시한다.
기존 사업과 연계된 경우를 포함해 추가 수주를 염두에 두고 17억5000만원의 예산을 책정했다. 타당성조사 이후 개발단계에서 초기자금을 적절히 지원해주기 위해 글로벌인프라펀드(GIF)나 코리아해외인프라펀드(KOIF) 등의 투입도 검토할 계획이다.
정부가 올해 ‘해외건설 구조개편’을 내걸고 상반기 중 해외건설 전담기구 설립을 공표, 속도를 내고 있다.
때마침 해외건설 텃밭인 중동 산유국들도 최근 유가 상승 기류를 타고 미뤄왔던 개발공사를 발주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UAE 해저원유시설 공사나 4조원 규모 쿠웨이트 스마트시티 사업 등 대형 프로젝트가 구체화되고 있다.
또한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시장도 개발형 사업이 봇물을 이루고 있어, 맞춤형 전략 여부에 따라 수주 성공률을 높일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정부도 김경환 국토부 제1차관을 단장으로 한 수주지원단을 지난 연말 이라크에 발 빠르게 파견했다.
전후 복구 사업 등에 국내 기업의 수주를 지원하고, 이라크 알카에다(ISIL) 사태가 안정화된 이후의 협력방안을 논의하는 한편, 이라크 재건사업을 위해 개발정책금융 15억 달러 패키지를 계획 중인 세계은행과의 협력 방안도 모색했다.
정부가 건설사의 수주난 타개와 변화된 해외 건설시장 공략 지원에 나서며 모처럼 건설업계는 활로 찾기에 분주한 모양새다. 물론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의 성과를 담보할 수는 없지만 가능성은 열어뒀다.
하지만 의욕과 달리 아직까지 부족한 건설업계의 마인드와 관련 법 개정, 정책적 방향성에 대한 실효성 문제 등을 딛고 제도화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국토부 관계자는 “올해가 해외건설 재도약의 해가 될 것”이라며 “전담기구를 중심으로 자금 지원 등을 통해 국내 건설기업이 도급형 수주에서 벗어나 개발형 사업 수주로 고부가가치를 얻을 수 있도록 역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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