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계 '쉰들러 리스트' 만들어야 하지 않나요?"(종합)
영화인 1052인 "블랙리스트 부역자 구속하라"
김세훈 영진위 위원장·서병수 부산시장 지목
"탄압받고 억압받고 좌천됐던 영진위(영화진흥위원회) 문체부(문화체육관광부) 소속 공무원과 영화인들이 많습니다. 이제는 그들을 위한 '쉰들러 리스트' 같은 거라도 만들어서 복원시키고 복권시켜야 하지 않나, 그런 생각이 들어요."(시네마 달 김일권 대표)
영화인 1052인이 문화계 블랙리스트 부역자로 김세훈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과 서병수 부산시장을 지목하고 이들의 즉각적인 사퇴와 구속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영화인들은 7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관수동 서울아트시네마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영화진흥사업을 편법으로 운영한 문화부역자 김세훈 위원장, 부산국제영화제의 독립성을 훼손하고 이용관 집행위원장을 정치적으로 탄압한 서병수 시장은 즉각 사퇴하라"고 촉구했다.
또 "특검은 영화진흥위원회와 부산시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하고 김세훈 위원장과 서병수 시장을 즉각 소환해 구속 수사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특히 행사의 사회를 맡은 고영재 한국독립영화협회 대표는 "언론에 보도된 분들만 블랙리스트 피해자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며 블랙리스트 사태가 악화되는 과정을 여러 단계로 구분해 눈길을 끌었다.
고 대표는 "블랙리스트 사태는 세월호 사태 이전과 이후로 바라봤으면 좋겠다. 중요한 건 세월호 사태 이전에도 블랙리스트가 있었다는 점이다"고 전했다.
이어 고(故)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비망록을 언급하며 "부산국제영화제와 관련된 일련의 사태를 한 축으로 바라봐야 한다. 피해 당사자가 부산국제영화제"라며 '다이빙벨' '불안한 외출' 등 영화에 대한 조직적인 탄압 사례를 들었다.
또 모태펀드를 악용해 투자를 막은 것과 특정 정치인을 지지했다는 이유로 블랙리스트에 올리는 행태 등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영화인들은 각자의 분야에서 겪었던 피해 사례를 직접 소개했다. 류승완 감독(한국영화감독조합 부대표)은 "최근 몇 년간의 문제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2010년 영화 '부당거래'를 만들고 해외 영화제에 나갈 때도 담당 프로그래머들이 곤란을 겪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이후에도 계속 이런 얘기들이 들렸다"고 털어놨다.
이어 "영화계뿐만 아니라 공연, 미술, 문화 전반에 걸쳐 벌어지는 이 사태를 그냥 지나치면 사회 전반을 국가가 통제하는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며 "저는 제대로 된 처벌을 원한다. 이 문제에 대해서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들은 책임을 져야 한다. 이제는 이런 일들을 끝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 담겼다는 이유로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았던 영화 '자가당착'의 김선 감독은 "제한상영가 등급 사유로 황당하고 경악할 만한 문장들이 있었다"며 '국가원수를 죽이려는 살인무기 같은 영화' '한 사람의 인권을 무자비하게 해치는 극악무도한 영화' 등의 문구를 공개했다.
그러면서 "인형으로 만들어진 애니메이션 작품인데 폭력성 잣대를 들이대니 황망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 영화는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당시 변호사)의 도움으로 5년간의 소송 끝에 극장에서 상영할 수 있었다.
세월호 변호사로 잘 알려진 박주민 변호사와 함께 소송을 하게 된다. 5년 소송 끝에 취소 판정을 받고 개봉을 했다.
'천안함 프로젝트'의 백승우 감독도 개봉 첫 날 다양성 영화 부문 1위였는데 바로 다음날 모든 극장에서 내려야 했던 쓰라린 경험이 있다.
백 감독은 "한국 문화 콘텐츠가 전 세계가 열광하는 고급문화로 발돋움하고 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수준이 낮은 게 정치인 집단이다"며 "젤 못하는 사람들이 젤 잘하는 사람들한테 이래라 저래라 한다는 거다"고 일갈했다.
한편, 영화인들은 이날 '1052인 선언'과 함께 법적 투쟁도 병행해나갈 방침이다. 당장 김세훈 위원장과 서병수 시장을 검찰에 고발해 발 빠른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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