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에 존재감 드러낸 북…'묘수'일까 '자충수'일까
전문가들 "중저강도 도발이지만 미국이 무시 못할 수준"
대북압박 강화될 수도…선제타격론 탄력 가능성에는 '분분'
전문가들 "중저강도 도발이지만 미국이 무시 못할 수준"
대북압박 강화될 수도…선제타격론 탄력 가능성에는 '분분'
북한이 12일 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한 것과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신 행정부를 겨냥한 교묘한 도발이라는 전문가들의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분위기를 살피며 관망하는 자세를 취해왔던 북한이 도발을 감행함에 따라 미국 내 일각에서 제기돼 왔던 '선제타격론' 등 대북 강경책에 힘이 실릴지 주목된다.
북한은 13일 관영 매체를 통해 "새로운 전략무기체계인 중장거리 전략탄도탄 '북극성 2형' 시험발사가 12일 성공적으로 진행됐다"고 밝혔다. 특히 북한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토대로 사거리를 연장한 새로운 무기체계를 개발했다면서 고체연료 엔진을 사용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아직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라 하기 어렵지만, 종국에는 이동발사가 용이한 고체추진 ICBM 개발이 시작되었다고 봐야 한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이번 발사는 지난해 8월 SLBM 북극성 1호와 유사해 그것을 지상발사로 전환한 정도의 수준으로 볼 수도 있다"면서도 "북극성이 SLBM이 아니라 새로운 탄도미사일 라인 즉, 고체엔진 라인의 이름일 수 있어 북극성 3호는 ICBM이 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역시 "무수단 미사일의 원형인 R-27계열 로켓의 기본성능이 확인됐다는 점에서 이번 발사시험은 중요하다"며 "R-27 계열 로켓의 성능이 개발됐다면 결국에는 ICBM도 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기 때문에 미국으로서는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도발"이라고 말했다.
북한으로서는 대북 군사적 옵션이나 키리졸브 훈련의 확대 등이 거론되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을 자극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라는 게 조 선임연구위원의 판단이다. 이번 발사를 통해 미국 본토를 겨냥한 핵개발을 지속하겠다는 모종의 신호를 보냄으로써 트럼프 행정부의 반응을 떠보려는 치밀한 계산이 깔려있다고 그는 분석했다.
실제 미국 본토를 겨냥한 ICBM 시험발사라는 전면적이고 직접적인 도발 대신 수위가 다소 낮은 새로운 개량형 미사일로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가늠해보려는 의도가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 사이의 대체적인 중론이다. 현재까지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트럼프 행정부의 관심을 유도해 협상 테이블로 나오도록 하기 위한 목적이라는 것이다.
다만 이번 도발이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강경 기조를 더욱 강화하는 계기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대북 제재와 압박의 강도를 높이는 단초를 제공해 결과적으로 이번 도발이 북한에게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더욱이 현재 미국 내 강경파들 사이에서 선제타격론이 거론되는 상황이라, 이 같은 주장에 더욱 힘이 실릴 가능성도 있다.
실제 앞서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미 상원 외교위원회 민주당 간사인 벤 카딘 상원의원에게 제출한 인준청문회 서면답변 자료에서 "(북한에 대한) 군사적 위협부터 외교 문호 개방까지 모든 옵션을 테이블 위에 올려둘 것"이라고 밝혔고,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역시 인준청문회에서 '선제타격도 선택지가 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어떤 것도 테이블에서 배제해서는 안 된다"며 가능성을 열어둔 바 있다.
"미국이 선제타격을 고려할 정도는 안 된다"…'세컨더리 보이콧' 활용 전망
그러나 이번 도발이 미국의 대북정책에 영향을 끼치기에는 미미한 수준이라는 시각도 있다. 미국 대북정책 향배의 결정적 요인이 될 만큼의 획기적인 도발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도발은 트럼프 행정부가 선제타격을 고려할 만큼의 고강도 반응을 불러일으킬 정도는 안 된다. 미국에게는 분명 부담스러운 것이지만, 강경대응을 유발하기에는 명분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각) 북한의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이후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예정에 없던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의 미사일 발사는 용납할 수 없는 것"이라는 아베 총리의 발언에 "일본의 입장을 100% 지지한다"고 입장을 밝힌 점이 눈길을 끈다. 이에 따라 향후 트럼프 행정부가 이번 북한의 도발에 대해 어떤 자세를 취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무엇보다 북한이 이번 도발에 이어 추가 핵실험이나 ICBM 시험발사에 나설 경우 한반도와 동아시아 정세가 더욱 급박하고 엄중한 상황에 내몰릴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이 '세컨더리 보이콧' 카드를 활용해 중국을 더욱 강하게 압박하고, 북한의 도발에 대응한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신속 배치에 대한 주장도 격화할 가능성이 있어 향후 역내 정세가 격랑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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