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인터뷰] 조진웅 "'해빙' 버거워, 철저히 혼자였다"
내과의사 승훈 역 맡아 열연
"불안한 캐릭터에 몰입해 연기"
내과의사 승훈 역 맡아 열연
"불안한 캐릭터에 몰입해 연기"
"이렇게까지 외로울 줄 몰랐어요. 철저하게 혼자였습니다."
심리 스릴러 '해빙'(이수연 감독)에서 주연으로 나선 조진웅(40·본명 조원준)이 털어놓은 고충이다.
'해빙'은 살인 사건의 공포와 맞닥뜨리는 한 의사의 이야기를 그린 심리 스릴러물이다. 박신양 전지현이 주연한 심령스릴러 '4인용 식탁'(2003)의 이수연 감독이 14년 만에 선보이는 작품이다.
조진웅은 극 중 미제연쇄살인사건으로 유명했던 경기도 신도시 병원의 내시경 전문의사 승훈 역을 맡았다. 강남에서 병원을 개업했다가 망하고 이혼, 아파트와 외제차, 아들의 양육권까지 내준 후 계약직 의사로 전락한 인물이다. 그는 정육식당을 하는 집주인 부자에게서 살인 행각과 관련된 수상한 점을 발견하면서 공포에 빠진다.
'해빙'은 조진웅이 처음부터 끝까지 이끄는 영화다. 영화를 보노라면 조진웅이 왜 저런 고충을 고백했는지 가늠할 수 있다. 극도로 불안하고 두려워하는 캐릭터를 표정, 눈빛, 손짓 등을 통해 실감 나게 표현했다.
최근 서울 팔판동에서 조진웅을 만났다. 연극배우로 활약하던 조진웅은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2004)로 영화계에 데뷔해 '우리 형'(2004), '야수'(2005), '솔약국집 아들들'(2009), '추노'(2010),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2011) 등에 출연했다.
그러다 이선균과 주연한 '끝까지 간다'(2013)로 이름을 알린 뒤 '군도:민란의 시대'(2014), '시그널'(2016), '아가씨'(2016), '사냥'(2106), '안투라지'(2016) 등 다양한 작품에 나왔다. 특히 '시그널'에선 이재한 형사로 분해 시청자의 사랑을 듬뿍 받았다. 개봉을 앞둔 영화는 '해빙' 외에 '보안관', '대장 김창수', '공작' 등 세 편이나 된다.
이번 '해빙'은 그에겐 중요한 작품이다. 배우의 말처럼 홀로 해야 될 게 많았다.
조진웅은 "심리 스릴러는 첫 도전인데 시나리오를 읽고 뭐에 홀린 듯한 느낌이 들었다"며 "아무것도 안 보이고 이 작품만 보였다"고 영화에 출연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미쳤구나', '큰일 났네' 싶었어요. 믿을 건 감독님, 동료들뿐이었는데 캐릭터 때문인지 외로웠어요. 스태프들을 보니 표정의 변화도 없고...이게 뭔가 싶었는데 감독님이 의도하신 부분인 것 같아요. 그래야 오롯이 승훈이 되니까."
배우는 촬영 당시 느꼈던 고독과 외로움이 오히려 재밌었다고 했다. 연극 무대에 홀로 선 느낌이랄까. 배우만 쳐다보는 듯한 기분이 들어 좋았단다. 연기 몰입도는 자연스럽게 올라갔다.
주인공 재훈의 시선으로 따라가는 '해빙'은 극 중반을 넘어서며 사건의 비밀을 한 꺼풀씩 벗겨낸다. 극 말미 드러나는 반전과 이후 또 등장하는 비밀을 보는 재미가 있다. 하지만 사건과 각 캐릭터에 대한 설명이 친절하지 않은 건 관객들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는 지점이다.
조진웅은 "이 작품을 끝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한다"며 "관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잘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승훈이와 계속 붙어 지내면서 섬세한 심리를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이번 작품은 독특했어요. 캐릭터의 내면을 표현해야 했으니까요. 감독님이 정한 이정표를 따라가다가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있었어요. 관객들이 이 부분을 어떻게 해석할지 궁금합니다."
캐릭터가 너무 버거웠다는 그는 "이렇게까지 빠질 줄은 몰랐다"며 "촬영하기 전에는 액션도 없어 쉬울 것 같았는데 촬영하다 보니 '쉬운 일이 없구나' 싶었다"고 웃었다.
불안하고 예민한 캐릭터를 표현한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계산해서 연기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배우는 "많은 고민을 했는데 오히려 계산하고 연기하니 재미가 없더라. 서서히 조여오는 심리를 표현하고 싶었고, 이 부분은 내게 도전이었다"고 했다.
악몽도 꿨다. 시사회 때 관객석이 텅텅 비어 있는 꿈이었단다. 그가 느꼈을 불안, 초조가 말을 통해 전해졌다. "처참하고 잔혹한 상황이 승훈이 앞에 닥치죠. 답답한 상황의 연속인 겁니다. 연기하면서 이해 안 되는 장면도 있지만 그걸 다 신경 쓰면 잘 안 되더라고요. '승훈이라면 이럴 수 있어'라는 생각으로 연기했어요. 불안하고 초조하더라도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수밖에 없어요."
이번 작품을 통해 '한 단계 도약했다'는 기자의 평가에 조진웅은 얼굴을 붉히며 쑥스러워했다.
주연 배우로서 짊어진 책임감도 엄청났을 법하다. 그는 "감독님, 동료들과 함께 정해놓은 이정표를 따라가는 게 무엇보다 중요했다"며 "모든 팀원이 집중하면서 영화에 나오는 중요 지점들을 하나씩 짚으면서 갔다. 어느 정도 생각의 충돌의 생기는 부분은 예상했다. 배우로서는 신기한 경험이었다"고 설명했다.
'해빙'은 마지막까지 긴장을 놓쳐선 안 되는 영화다. 각 장면이 하나의 퍼즐인데 반전을 위한 '억지 장치'라고 느끼는 관객들도 있을 수 있다. 배우도 이 점에 동의했다. "변명의 여지가 없죠. 영화를 다 찍고 시나리오를 봤는데 '이걸 내가 했단 말이야?'라는 생각이 들었죠. 시나리오와 영화는 또 다르잖아요. 관점에 따라 다르게 해석할 수 있는 작품입니다. 제가 나온 작품에 대해서는 칭찬을 못 하겠어요. 쑥스러워서(웃음)."
극 중 승훈은 "나는 함정에 빠졌다"고 한다. 영화의 결말을 내포한 이 대사에 대해선 "이런 함정을 의도한 거구나 싶었다"면서 "혼란과 불안, 초조한 지점을 통과해 잘 끝낸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조진웅은 작품에 대한 기대치가 높은 듯했다. "항상 그래요. 촬영할 때마다 행복한 건 아니거든요. 저 산을 어떻게 넘지 고민하는데 이번 영화를 찍을 때 특히 그랬죠. 승훈이에게 취해서 촬영했습니다."
'대선배' 신구와의 호흡은 말할 것도 없었다. 연륜에서 나오는 내공에 말을 잃었단다. "신구 선생님을 뵙고 '나도 꼭 저렇게 늙어야지' 마음먹어요. 배우가 가져야 할 다짐, 철학을 선생님을 뵙고 되새김했습니다. 경이로운 전시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배우로서 흥행 성적은 부담이다. '해빙'에 올인한 그를 본 아내가 이런 얘길 했다고. "당신이 언제부터 주인공이었어?" 정확한 지적이었다. "'해빙'이 가슴에서 떠나지 않는다고 하자 아내가 그랬어요. 겉멋 들 뻔했는데 아내의 얘기를 듣고 연기에만 집중하게 됐어요."
조진웅은 하루에 '해빙', '사냥', '아가씨' 세 편을 찍은 적을 있을 정도로 바쁘게 지냈다. "'다작왕' 이경영 선배한테 여쭤봐야겠어요. 하하. 저처럼 하루에 여러 작품을 한 적 있는지."
'시그널'의 인기로 '꽃중년', '아재파탈'(아재'+ '옴므파탈'의 합성어로 멋있는 남자라는 뜻) 등의 수식어를 얻은 그는 "내겐 머쓱한 수식어"라고 말했다.
이미지 변신이라는 숙제에 대해선 "고민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그 인간이 그 인간이고, 범주가 다르겠냐는 거다. 그냥 연기에만 몸을 던지겠다는 올곧은 철학이 입에서 나왔다.
경성대학교 연극영화학과를 졸업한 조진웅의 모태는 '연극'이다. "연극 무대에 다시 오르고 싶어요. 만약 연극 무대에 오른다면 부산에서 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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