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리인상 폭탄 '째깍째깍'…속타는 한은
이달 미국 금리인상 유력…이주열 한은 총재 고심 커져
한은, 경기둔화·가계부채·외국계 자본유출 3대 리스크에 딜레마
이달 미국 금리인상이 기정사실화되면서 한국은행의 속이 타들어가고 있다. 외국인 유동성 이탈 가능성을 고려하면 동반 인상이 답이지만 불확실상 경제상황 때문에 단행이 쉽지 않아서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오는 14~15일(현지시간) 열리는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기존 연 0.75%에서 연 1%로 올리는 방안이 확실시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0.25%포인트 인상한 이후 3개월 만이다.
하지만 최근 국내시장을 둘러싼 대외환경에 대응해야하는 한은으로서는 고민이 커질수밖에 없다. 한은이 국내 경기 둔화를 이유로 불가피하게 동결 기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미국 금리인상이 본격화되면 금리 차이로 발생할 수 있는 외국인 자본 유출 우려라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 있어서다.
금융권은 한은이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동결을 결정할 가능성이 어느때보다 높다는 분석을 내놨다. 특히 한은이 내달 금통위에서 뿐 아니라 올해 연말까지 기준금리 동결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금리 인하? 인상? 동결? 한은의 딜레마
미국의 2월 고용지표가 뚜렷한 호조세를 보이면서 이달 미국의 금리인상은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이와 관련해 오는 14~15일(현지시간) 열리는 3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재닛 옐런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기준 금리 인상 관련 발언에 촉각이 모아질 예정이다.
때문에 당분간 동결 기조를 유지해야하는 한은 역시 초조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 역시 미국 금리인상에 대한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이 총재는 뒤늦게 지난 6일 열린 정례 임원회의에서 미국 금리인상에 따른 대응방안 구체화를 주문했다. 미국의 금리인상 시기에 따른 정책에 뒷북 행보를 보인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해외 투자은행(IB)들도 당초 예상했던 6월에서 3월로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시기가 앞당겨질 것으로 점치는 동시에 올해에만 기준금리를 세차례 이상 올릴 가능성이 높다며 기존 입장을 바꾸고 있다. 그만큼 미국 금리인상이 속도전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풀이된다.
연내 미국이 두차례의 금리인상을 할 것으로 예상했던 한은으로서는 더욱 고민이 커질 수 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한은이 국내의 경기둔화에 집중한 나머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직면했다고 지적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금리산정 모델로 따지면 우리나라 지금의 경제상황은 금리인하가 적절하지만 미국의 금리인상이 본격화되는 지금상황에서는 인하를 하기에는 부담이 매우 크다"며 "결국 국내와 해외의 금리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하면 국내 시장금리의 가파른 상승은 물론 자본 유출 우려가 발생할텐데 작금의 국내 경제상황으로는 금리를 따라 올릴수도 없어 동결 가능성이 유력하다"고 말했다.
앞서 대부분의 해외 IB들도 연내 한은이 동결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했지만 일부 해외 IB는 금리모형에 근거해 한은이 올해 연말에 기준금리를 한차례 인하할 수 있다고 점치기도했다. 올해 초 블룸버그에서는 우리나라 예상금리를 1.1%로 잡았다.
전문가 "금리 추가인하 어려울 것"
하지만 전문가들은 한은이 추가로 금리인하를 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현재 한국은행의 기준금리는 연 1.25%이고, 미 연준의 정책금리는 0.50~0.75% 수준이다. 향후 연준이 0.25%포인트(25bp)씩 3차례만 금리를 올려도 한은의 현재 기준금리보다 높아지는 역전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이는 외국인 투자자금 유출로 이어져 국내 경제상황은 더욱 어려워질 가능성이 커진다.
또 기준금리 인하는 가계부채 부담을 더욱 높이는 요인이 될 수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한국의 작년 3분기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91.6%로 전년 같은 기간의 87.0%에 비해 4.6%포인트 상승세를 보였다.
이와 반대로 금리인상을 하기도 쉽지 않다. 대출을 받은 가계나 기업의 이자부담을 늘려 가뜩이나 어려운 국내 경제에 더욱 큰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는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때문에 지금의 경제상황에서 기준금리를 인상 혹은 인하하기에는 경제적 부담이 클 수 밖에 없다. 사실상 한은이 동결 유지로 손을 놓고 있을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있다는 지적이다.
안재욱 경희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나빠진 기업들의 수출환경, 가계부채, 미국 금리인상 등과 같은 대내외적 환경을 즉각 반영해 기준금리를 설정하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당장 미국 금리 인상이 본격화되기 시작하면 금리격차로 인한 외국자본 이탈 등을 걱정해야할 판국인데 지금의 한은으로서는 선택지가 많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한은이 금리조정보다는 통화안정증권 발행이나 금융중개지원대출 범위 확대 등의 시장안정화 정책을 펼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이에 금융권 관계자는 "전세계적으로 통화정책만으로 경기부양을 하는 것은 한계가 있는데 한은도 통화정책에만 의존하지 않고 여러가지 카드를 활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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