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적중률 이번 대선에선?
역대 대선 대부분 선거 두 달 전 여론조사 결과와 비슷
16대선 대세론 꺾인 적도…"이번엔 변수 많아 예측 불가"
‘장미 대선’ D-57(선거일 5월 9일 기준). 현재의 지지율이 곧 당선 가능성일까. 그간 대선에서는 선거 두 달을 앞두고 시행한 여론조사 결과가 대선 결과를 비슷하게 예측한 경우가 많았다. 대선이 총선·지방선거에 비해 관심도가 높다는 점에서다. 하지만 여론조사가 당선 여부를 오롯이 좌우하는 건 아니다. 역대 대선에선 여론조사에서 대세론을 형성한 후보가 실제 투표에서 패배한 사례도 있다. 13일로 50여 일 남은 이번 대선에선 여론조사가 당선에 얼마나 적중할 수 있을까.
역대 대선과 여론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2012년 12월 19일 치러진 18대 대선과 두 달 전(57일) 벌어진 여론조사에서의 결과가 같았다. 한국갤럽이 10월 24일 발표한 양자 구도 대결에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47%로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45%)를 2%p 앞섰다. 그 이후 발표된 조사에서도 2~3%p 차로 박 후보가 우위를 점했다. 실제 대선에서 뚜껑을 열어보니 3.6%p 차로 박 후보(51.6%)가 문 후보(48.0%)를 누르고 당선됐다.
17대 대선에서도 마찬가지다. 대선(2007년 12월 19일) 56일 전인 10월 25일에 발표된 리얼미터의 조사에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가 50.1%, 정동영 대통합민주신당 후보가 17.9%를 얻었다. 본선에서도 이와 엇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대세론을 이어가던 이 후보가 결국 48.7%를 얻으며 정 후보(26.1%)를 제치고 당선됐다.
김영삼·김대중·김종필 등 ‘3김’과 노태우 민주정의당 후보가 맞붙은 1987년 13대 대선에서도 지지율 수치의 변화는 있었지만 1위는 그대로였다. 노 후보는 선거 약 3개월 전부터 각종 여론조사에서 독보적으로 1위였다. 선거 59일 전인 10월 20일 발표된 한국갤럽의 조사에서 노 후보는 38.8%, 김영삼 통일민주당 후보(20.9%), 김대중 평화민주당 후보(23.7%) 순으로 나타났다. 이는 선거 결과로까지 이어졌다. 노 후보가 36.6%로 당선됐고, 김영삼 후보(28%), 김대중 후보(27.1%), 김종필 신민주공화당 후보(8.1%) 순으로 득표율을 기록했다.
1992년 12월 18일 치러진 14대 대선은 지지율 순위가 선거 약 두 달 전부터 고정된 후 선거에서도 그대로 나타났다. 김영삼 민주자유당 후보가 42%로 33.8%를 얻은 김대중 민주당 후보를 압승했다. 그 뒤는 정주영 통일국민당 후보는 16.3%, 박찬종 신정당 후보는 6.4% 순으로 득표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조기에 치러지는 19대 대선에서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후보가 지지율 1위를 유지하고 있다. 대선 예정일(5월 9일)의 정확히 60일 전인 지난 10일 발표된 한국갤럽 조사에서 문 전 대표는 32%의 지지를 얻었다. 안희정 충남도지사가 17%, 안철수 국민의당 전 상임대표가 9%,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9%, 이재명 성남시장이 8%를 기록했다.
다만 문 전 대표와 안 지사, 이 시장 중 단 한 명만이 민주당 주자로 나설 수 있는 데다, 현직 대통령 파면이라는 초유의 변수가 생긴 만큼 이 같은 흐름이 대선에서도 지속될지는 불투명하다. ‘대세론’이 뒤집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 선거 직전까지 여론조사에서 대세론을 유지하다, ‘샤이 지지층’의 결집 등으로 ‘대역전’을 이룬 선거가 일부 있다.
2002년 16대 대선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는 과반 이상의 지지율을 얻으며 대세론을 줄곧 유지했었다. 한국갤럽이 두 달 전(10월 19일) 발표한 조사에서도 이 후보는 59.7%로 정몽준 국민통합21 후보(13.1%),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후보(6.9%) 등을 큰 폭으로 앞섰다. 하지만 실제 선거에서는 노 후보가 48.9%를 얻으며 46.6%의 이 후보를 근소한 차로 눌렀다. 노 후보는 ‘이회창 대세론’을 꺾기 위해 단일화했던 정 후보가 선거 전날 심야에 선거 공조를 파기하면서 오히려 진보 진영과 2030 세대가 결집됐다고 분석된다.
홍형식 한길리서치소장은 본보와 통화에서 “역대 대선에서는 여론조사 결과가 대선 결과를 어느 정도 예측했다”며 “판을 흔들 수 있는 대형 변수가 나타나지 않으면 여론조사 결과랑 선거 결과가 연관된다고 분석됐다”고 말했다. 홍 소장은 “다만 이번 선거는 예측의 문제가 성립이 되지 않는다”며 “대선 기간이 짧고, 반문-비문 구도 문제와 개헌 등에 따른 연대 전선, 보수 진영의 단일 전선 구축, 안보 등이 변수가 될 가능성이 상당히 많다”고 강조했다.
‘샤이 보수’ 변수에 대해선 “이들의 수치는 5%가 넘지 않는다. 탄핵 이후 보수가 변화하고 반성하면 밖으로 나올 수 있지만, 비상식을 상식으로 전환시키지 않은 상황에서는 더 숨을 수밖에 없다”며 “박 전 대통령이나 친박계가 변하지 않는 한 ‘샤이 보수’는 움직이지 않을 것것이고, 선거 결과에서 큰 변수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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