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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입은행 건전성 악화일로…"대우조선 지원 여력 있나"


입력 2017.03.30 06:00 수정 2017.03.30 09:29        부광우 기자

1조 적자 내는 사이…이익잉여금 1년 만에 절반 날아가

부실채권 5조7000억 돌파…국내 은행 전체의 1/4 쏠려

BIS비율 11.15%로 꼴찌…은행권 평균의 3/4 수준 그쳐

한국수출입은행이 대우조선해양 부실 사태에 골병을 앓고 있다. 1조원 대에 달하는 적자의 늪에 빠진 사이, 곳간에 쌓아뒀던 현금은 1년 만에 절반이 날아갔다. 눈덩이처럼 불어나 5조7000억원을 넘어선 부실채권은 앞으로가 더 걱정이고, 자본 여력은 은행권 최하위에 머무는 등 어디 하나 성한 곳이 없는 모양새다.ⓒ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한국수출입은행이 대우조선해양 부실 사태에 골병을 앓고 있다. 1조원 대에 달하는 적자의 늪에 빠진 사이, 곳간에 쌓아뒀던 현금은 1년 만에 절반이 날아갔다. 눈덩이처럼 불어나 5조7000억원을 넘어선 부실채권은 앞으로가 더 걱정이고, 자본 여력은 은행권 최하위에 머무는 등 어디 하나 성한 곳이 없는 모양새다.

30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수출입은행의 지난해 말 기준 이익잉여금은 1조1055억원으로 전년 말(2조814억원) 대비 46.9%(9759억원) 급감했다.

수은의 이 같은 이익잉여금 규모는 7년 전으로 후퇴한 수준이다. 2009년 말 1조1051억원으로 지난해와 거의 같았던 수은의 이익잉여금은 이후 해마다 꾸준히 증가, 2014년에는 마침내 2조원을 넘어섰다. 그러다 불과 1년 새 반 토막이 나면서 1조원 선을 겨우 지켰다.

이 같은 배경에는 대규모 적자가 자리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수은은 지난해 1조2952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손실도 9747억원에 달했다. 수은이 이처럼 대규모 적자를 기록한 것은 대우조선에 내준 여신에 대한 충당금을 대거 적립해야했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는 수익성보다 당장 더 시급한 문제는 여신 건전성이다. 수은의 지난해 말 고정이하여신은 5조769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말 4조374억원보다 42.9%(1조7318억원) 늘어난 액수다.

금융기관의 여신은 현 상태를 기준으로 정상과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로 구분한다. 이 중 고정과 회수의문, 추정손실을 합친 액수가 고정이하여신으로, 흔히 부실채권이라 부른다.

이 같은 수은의 부실채권 규모는 국내 은행들이 보유한 전체 부실채권의 4분의 1에 육박한다. 수은의 고정이하여신은 은행권 총합 24조6355억원 대비 23.4%다.

수은의 전체 여신에서 고정이하여신이 차지하는 비율은 4.52%로 국내 은행들 중 가장 높다. 은행의 건전성을 보여주는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의 경우, 수은은 지난해 말 11.15%로 국내 모든 은행들 중 가장 낮았다.ⓒ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이에 따른 수은의 부실채권 비율은 은행권 평균의 3배를 훌쩍 넘는다. 수은의 전체 여신에서 고정이하여신이 차지하는 비율은 4.52%로 국내 은행들 중 가장 높다. 은행권 평균 고정이하여신비율 1.34%의 3.4배에 달한다.

문제는 앞으로 부실채권이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이다. 수은은 대우조선에 대한 여신을 요주의로 분류해 놓은 상태다. 상황이 악화돼 대우조선 여신 등급을 고정 아래로 낮춰야 하는 상황이 되면 고정이하여신은 또 다시 크게 불어날 수밖에 없다.

자본 여력도 은행권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은행의 건전성을 보여주는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의 경우, 수은은 지난해 말 11.15%로 국내 모든 은행들 중 가장 낮았다. 은행권 평균(14.86%) 대비 4분의 3 수준으로, 3.71%포인트 낮은 수치다.

이런 상황에서 KDB산업은행과 함께 대우조선에 2조9000억원의 자금을 추가 수혈하기로 하면서 수은의 건전성은 더욱 악화될 위기다. 이 같은 지원에 나설 경우 수은의 BIS비율은 1.1%포인트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렇게 되면 수은의 BIS비율은 10.05%로, 정부가 잡고 있는 수은의 적정 BIS비율 10.5%를 밑돌게 된다.

대우조선 부실 역풍을 함께 맞고 있는 산은은 그나마 상황이 나은 편이다. 산은의 지난해 말 이익잉여금은 3조5089억원으로 전년 말(5조2293억원) 대비 32.9%(1조7204억원) 줄기는 했지만, 수은의 3배가 넘는다. 부실채권비율은 3.56%로 수은보다 1%포인트 정도 낮다. BIS비율은 15.18%로, 수은은 물론 아직 은행권 평균보다도 높은 수준을 유지 중이다.

결국 가장 큰 문제는 수은의 경우 스스로 손실을 보전할 수 없게 되면 정부가 이를 메꿔줘야 하는 손실보전 공공기관이라는 점이다. 결국 수은에 문제가 생기면 혈세 투입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금융권 관계자는 "대우조선이 끝내 회생하지 못하게 되면 따라 수은의 실적과 건전성은 이미 최악의 상황인 지난해보다 더 악화될 것"이라며 "이에 따른 부담은 결국 국민에게 지워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부광우 기자 (boo0731@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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