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이 꿈꾸는 '비문' 정계개편의 전도는?
김종인, 경제민주화·개헌·통합정부 '연대 대의' 제안
안철수 부정적, 홍준표·유승민 자강론…연대 불투명
물밑에서 꿈틀거렸던 ‘제3지대 빅텐트론’이 이제 본격 논의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기울어진 대선 판도에 ‘통합정부론’을 꺼내 들면서다. 다만 ‘안철수’라는 필수 조건 없이는 '찻잔 속 태풍'에 그칠 수 있는 만큼 김 전 대표의 역할에 시선이 쏠린다.
김 전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통합정부로 위기를 돌파하고 나라를 바로 세워야 한다”며 출사표를 던졌다. 김 전 대표는 △경제민주화 △개헌 △통합정부 등 세가지 대의에 공감하는 후보와 손을 잡겠다고 했다. 누가 당선되더라도 ‘여소야대’ 의회와 호흡을 맞춰야 하는 만큼 협치를 위해선 독자정부가 아닌 권력 분점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김 전 대표는 “(의석수) 180석 이상이 되지 않으면 다음 정부가 누가 돼도 정부 기능을 수행할 수 없다”며 “근데 180석이라는 게 현재 상황으로 봐선 어려운거 같이 보이지만, 대선이 끝날 때 180석 의석을 포함하는 통합정부라는 것이 불가능한 게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재 국회는 더불어민주당 120석, 자유한국당 93석, 국민의당 39석, 바른정당 33석, 정의당 6석, 무소속 8석 등으로 어떤 당이 집권하더라도 당 대 당 연대 없이는 입법 등이 순조롭지 않은 구조다.
이에 김 전 대표는 본인과 정운찬 동반성장연구소 이사장·홍석현 전 중앙일보 회장 3인의 단일화 후 한국당 홍준표·바른정당 유승민 후보와 단일화, 이후 문재인 민주당 후보의 ‘대세론’을 꺾을 유력 주자인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와의 연대를 이루겠다는 구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대표는 이를 실현하기 위해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 김무성 바른정당 의원, 정우택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등 기존 정당 인사들과의 접촉을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연대 거론 후보들 '동상이몽'
하지만 김 전 대표의 이 같은 구상이 대선 판세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는 불투명하다. 사실상 특정인을 반대하기 위한 연대로 분석되면서 대선 후보는 물론 국민의 호응을 얻지 못할 수 있다. 안 후보가 ‘인위적 단일화’로 표현하며 연대에 부정적인 이유다. 안 후보는 ‘정치인에 의한 공학적 연대’ ‘탄핵 반대세력에게 면죄부 주는 연대’ ‘특정인을 반대하기 위한 연대’ 등 3대 ‘연대불가론’을 제시했다.
또 김 전 대표의 세력이 거의 전무해 연대 대상으로 거론되는 후보들의 ‘구미’를 당길지도 미지수다. 김종인계로 분류되는 민주당 내 비문계 의원들의 추가 탈당 움직임은 아직 감지되지 않고 있다. 이언주 의원이 6일 탈당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국민의당에서 안 후보를 도울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이 의원의 이동이 안 후보와 김 전 대표의 가교 역할을 위한 것이라는 관측은 나온다.
특히 이들 모두 문 후보의 맞설 대항마가 본인이라고 강조하면서 ‘문재인 대 비문 후보’라는 양자 구도의 현실화 가능성이 점점 작아지고 있다는 관측이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본보에 “비문연대는 사실상 동력을 잃었다”며 “연대라는 건 서로 ‘득’이 될 수 있는 게 있어야 하는 것이지, 안 후보를 제외한 후보들은 지지율이 대선 판도에 영향을 미칠 정도의 수치는 아니지 않느냐. 비문연대는 찻잔 속의 태풍으로 그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다만 연대 대상으로 거론되는 이들의 지지율 정체가 장기화할 경우 대선 후보 등록일(15~16일)에 즈음해 연대 논의가 탄력을 받을 거란 관측이 나온다. 연대의 마지노선은 투표용지를 인쇄하는 오는 30일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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