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14일 대우조선 ‘운명’ 결정 짓는다
채무조정안 거부시 P플랜 가동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찬성 여파로 갈팡질팡”
“특정 기업 지원 위해 기금 사용 하면 안된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대우조선해양 채무 재조정안에 대한 최종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13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관계자는 “오는 금요일(14일) 오후 쯤 대우조선해양 채무 조정안에 대한 최종 입장을 밝힐 예정”이라며 “반대 혹은 찬성 둘 중 하나에 대한 답변을 내놓을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같은 결정은 지난 12일 정용석 산업은행 부행장이 전주에 위치한 국민연금을 방문해 대우조선 채무 재조정을 3개월 정도 미루는 것에 대한 반대의사를 표했기 때문이다.
산은은 국민연금이 요구한 ▲산은의 추가 감자 ▲출자전환 가격조정 ▲4월 만기 회사채 우선상환 ▲만기유예 회사채 상환보증 등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로 인해 국민연금 투자위원회는 오는 17∼18일 열리는 사채권자 집회에 앞서 늦어도 14일 오후까지 당국이 제시한 채무 재조정안에 찬성할지, 반대할지, 기권할지 등 입장을 결정할 방침이다.
국민연금이 채무 재조정안을 받아들일 경우 사채권자 집회에서 채무 재조정이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
국민연금이 대우조선 회사채 전체 발행 잔액 1조3500억원의 30%에 육박하는 3887억원어치를 보유한 탓이다. 특히 오는 21일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 4400억원 중 국민연금은 2000억원(45.45%)을 들고 있다.
국민연금의 찬성 결정으로 대우조선 회사채와 기업어음(CP)의 50% 출자전환, 나머지 50%는 만기를 연장하는 채무 재조정이 이뤄지면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은 대우조선에 신규 자금 2009억원을 투입할 방침이다.
만약 국민연금이 채무 재조정안에 대해 거부할 경우 대우조선은 일종의 단기 법정관리인 P플랜에 돌입하게 된다.
일각에선 국민연금이 반대의사를 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업계관계자는 “국민연금으로서는 채무조정안을 수용할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불미스러운 일들이 생겨 여론에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국민연금은 “특정 기업을 살리기 위해 국민 노후자금의 손실을 감내하는 선택이 될 수 있다”며 “이는 2000만 국민연금 가입자의 이익을 위해 기금을 관리해 하는 본연의 목적에서 벗어나게 되는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기업 또는 투자 증권의 가치 상승에 대한 투자 관점보다, 특정 기업 또는 사업을 지원하기 위해 기금이 쓰이는 선례로 인용될 수 있어 향후에도 계속 기금운용의 원칙을 훼손시키는 결과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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