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FC 신성 최두호 '얼음 저격수'로 거듭나나
스완슨전 침착함 잃고 난타전에 말려
7월 필리전에서는 안정성 보여줘야
'슈퍼보이' 최두호(26·팀매드)가 무더운 여름 시원한 한 방을 안고 돌아온다.
최두호는 오는 7월 30일(한국시각) 미국 애너하임 혼다 센터에서 막을 올리는 'UFC 214'에서 안드레 필리(27·미국)와 붙는다. UFC 페더급 전 챔피언 코너 맥그리거 동료로 유명한 '러시안 해머' 아르템 로보프(30·아일랜드)가 다음 상대로 거론됐지만 최종적으로 필리와 싸우게 됐다.
최두호는 저격수 스타일이다. 맷집도 좋고 공수에서 균형 잡힌 그래플링도 갖췄지만 ‘슈퍼보이’로서 명성을 떨친 가장 큰 요인은 역시 가공할 카운터 펀치다. 남다른 동체시력은 물론 빼어난 핸드스피드까지 갖춰 빈틈이 보이면 놓치지 않는다. 위험한 펀치가 오가는 상황에서도 정타를 꽂는 능력이 있다.
최두호는 이런 특기를 살려 UFC 무대 입성하기 무섭게 후안 푸이그(27·멕시코), 샘 시실리아(31·미국), 티아고 타바레스(32·브라질) 등을 경기 초반 무너뜨렸다. 빅네임들은 아니지만 모두 UFC에서 뛰고 있는 파이터들이다. 이들에게 카운터 펀치를 꽂아 넉아웃 행진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최두호의 저격 본능은 상위 클래스로 평가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문제는 이러한 패턴이 상위 랭커에게도 통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그런 점에서 컵 스완슨(33·미국)전은 최두호의 UFC 초반 행보를 결정할 중요한 한판이었다. 단순하지만 강렬한 패턴이 상위 타격가 스완슨 앞에서도 통한다면 타이틀 도전도 가시권에 들어올 수 있었다.
기량과 상품성을 모두 갖춰 UFC 측의 지원이 뒤따를 가능성도 높았기 때문이다. 앳된 외ㅣ모의 아시아권 카운터 펀처는 UFC 모든 체급을 들춰봐도 최두호 밖에 없었다. 이전 '코리안 좀비' 정찬성(30·코리안좀비MMA)이 그랬듯 깔아준 판에서 승리만 거두면 됐다.
최두호는 결과적으로 스완슨이라는 벽을 넘지 못했다. 1라운드만 놓고 보면 최두호가 우세했다는 평가도 있었다. 스완슨은 최두호를 상대로 스텝을 살려 풀어가려 했지만 잘 통하지 않았다. 타격의 타이밍이나 스텝 싸움 등에서 최두호가 결코 밀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1라운드처럼만 진행됐으면 최두호의 승리도 가능했다. 그러나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스완슨은 결코 만만치 않았다. 최두호를 맞아 다양한 플랜을 준비해왔다. 깔끔한 타격전으로 어렵다고 판단한 스완슨은 곧바로 난타전으로 전략을 바꿨다.
최두호는 스완슨처럼 ‘플랜B’를 준비하지 못했다. 더 아쉬운 것은 투지를 앞세워 맞불을 놓은 것이다. 최두호는 스완슨 의도에 말려들지 않고 끝까지 거리 싸움을 하며 카운터를 노리는 것이 더 효과적이었다.
스완슨전에 이어 이번에 만나는 필리는 랭킹은 높지 않지만 만만치 않은 타격을 갖췄다. 킥과 펀치를 두루 활용한 다양한 콤비네이션은 물론 스위치 테크닉도 능하다. 기습적인 하이킥은 물론 예상치 못한 각도에서 나오는 펀치 등 공격옵션이 다양하다. 어떠 면에서는 최두호를 물리친 스완슨 스타일과도 닮았다.
뼈아픈 1패를 당하기는 했지만 최두호는 여전히 UFC가 주목하는 신성이다. 맥스 할로웨이(26·미국)가 그랬듯 패배를 거울삼아 발전한다면 스완슨전 패배가 전화위복이 될 수 있다. 승리 못지않게 지난 경기에서의 부족했던 부분을 보완한 경기력을 보여줘야 한다. 냉정해진 팬들은 갖춰진 ‘스나이퍼’ 최두호의 한 방을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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