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호에 취한다, 그래도 '옥에 티' 꼽자면
아르헨티나마저 잡으며 가장 먼저 16강행 확정
8강 이상 바라본다면 부족한 점 가다듬어야
거칠 것 없는 재능들이다. 지난 20일 대회 개막전에서 ‘미지의 팀’ 기니를 3-0으로 격파한 데 이어 U-20 월드컵 최다 우승국(6회) 아르헨티나까지 무너뜨렸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U-20 대표팀이 23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FIFA(국제축구연맹) U-20 월드컵 코리아 2017’ A조 조별리그 2차전 아르헨티나와 경기서 2-1 승리했다.
대표팀은 죽음의 조에 편성되면서 조별리그 통과도 장담하지 못했지만, 가장 먼저 16강 진출을 확정 짓는 쾌거를 이뤄냈다.
그러나 승리의 과정은 만만치 않았다. 잉글랜드와 첫 경기서 0-3으로 패하며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었던 아르헨티나는 매우 적극적이었다. 아르헨티나는 중원에서의 강한 압박과 함께 원활한 볼 흐름을 가져가며 초반 분위기를 주도했다. 특히, 유연한 드리블 능력을 뽐내며 여러 차례 반칙을 얻어냈고, 세트피스로 득점을 노렸다.
반면 신태용호는 패스 정확도가 아쉬웠다. 이진현과 이상헌이 상대와 중원 싸움에서 밀리다 보니 전반 중반까지 공격을 전개하는 데 애를 먹었다. 이때 기니전 승리의 주역 이승우가 다시 한 번 존재감을 드러냈다.
전반 18분 중앙선 부근에서 볼을 잡아낸 이승우가 스피드를 활용한 드리블 돌파로 골키퍼와 1대1 기회를 잡아냈고, 환상적인 칩샷으로 선제골을 뽑아냈다. 이승우는 자신을 뒤따르던 수비수는 스피드로, 가로막았던 이는 절묘한 드리블로, 골키퍼는 침착한 칩샷으로 무너뜨리며 대한민국을 넘어 이번 대회 최고의 재능임을 또다시 증명했다.
이승우의 선제골로 기세가 오른 대표팀은 전반 42분 추가골을 뽑아냈다. 김승우의 긴 패스를 받아낸 조영욱이 페널티박스 안쪽에서 페트롤리 골키퍼와 충돌하며 페널티킥을 얻어냈고, 이를 백승호가 득점으로 연결했다. 전반 추가 시간에는 조영욱이 페널티박스 우측 부근에서 수비수를 따돌린 뒤 강력한 슈팅을 시도하며, 추가 득점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승리가 눈앞에 다가온 듯 보였지만, 역대 최다 우승국 아르헨티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후반 시작과 함께 루이스 토레스와 브라이언 만시야를 투입하며 공격에 힘을 더했고, 효과가 있었다. 후반 5분 한국의 수비 뒷공간을 노린 패스가 토레스에게 향했고, 송범근 골키퍼와의 1대1 기회를 침착하게 득점으로 마무리하며 만회골을 뽑아냈다.
아르헨티나의 공세는 더욱 거세졌다. 특히, 교체 투입된 만시야의 스피드와 드리블은 후반전 내내 대표팀 수비진을 뒤흔들었다. 윤종규와 이진현 정태욱 등 협력 수비를 통해 그의 공격을 차단하려 했지만, 반칙이 아니면 막을 수 없는 수준이었다. 만시야의 활약 덕분에 아르헨티나는 공격적인 흐름을 유지할 수 있었고, 동점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았다.
하지만 신태용호의 스리백 수비진은 집중력을 잃지 않았고, 조영욱을 제외한 모든 선수가 수비에 힘을 더하며 더 이상의 실점을 막아내는 데 성공했다. 이로써 대표팀은 강력한 우승 후보 아르헨티나를 무너뜨리며, 조기에 16강 진출을 확정 지었다.
아직 만족은 이르다. 대표팀은 기니전에 이어 2연승을 거뒀지만, 경기력에서도 상대를 압도했는지는 의문이다. 무엇보다 빌드업 과정이 매끄럽지 못했다. 이승우와 조영욱을 향하는 패스는 성공 횟수보다 실패가 훨씬 많았고, 짧은 패스를 통해 슈팅까지 만들어가는 모습은 보기 어려웠다.
낮은 패스 성공률에도 불구하고, 긴 패스보다는 짧은 패스를 통해 공격을 시도했지만, 효과적이지 못했다. 측면에 위치했던 백승호를 중원에 위치시켜 볼의 흐름을 원활하게 만들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스리백 전술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양 측면 윙백 역시 잦은 패스 미스와 연계 플레이에 약점을 드러내며 아쉬움을 남겼다.
중원의 핵심인 한찬희의 복귀가 필요해 보인다. 그는 신태용호에서 가장 많은 경험을 가진 선수다. 지난 시즌 K리그 클래식 전남 드래곤즈의 로테이션 멤버로 자리하며 많은 경기를 소화했고, 올 시즌에도 상승세를 이어가는 중이었다. 그를 제외하면 프로팀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거나 대학 무대를 누비는 선수들이 대부분인 만큼, 한찬희 경험은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한찬희는 제2의 기성용이란 별명답게 안정적인 볼 트래핑과 빌드업 능력을 자랑하고, 킥 능력까지 갖췄다. 대회 개막을 코앞에 두고 부상을 당하며 아직까지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지만, 회복이 빠른 만큼 부담감이 덜한 잉글랜드전부터 중원 사령관 역할을 해줘야 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역대 최약체라지만, 영원한 우승 후보이자 대회 최다 우승국 아르헨티나를 무너뜨린 것은 역사적인 일이다. 하지만 8강 이상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더 높은 곳을 바라봐야 한다. 1~2차전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개선하고, 강점은 더욱 가다듬는다면 목표는 물론이고 2002 한-일 월드컵을 뛰어넘는 ‘신화’도 가능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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