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증 때 마다 난항...'청문회 제도 개선' 필요성 대두
배제 사항 감점해 수치화, 일정 점수 이상이면 합격
"인재 발굴과 발탁에서 융통성과 유연성을 발휘해야"
문재인 정부가 1기 내각 구성 과정에서 후보자 자질 논란으로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학계를 중심으로 인사청문회 제도 자체에 대한 변화 필요성이 제기된다.
최근 이낙연 초대 국무총리 후보자를 비롯해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강경화 외교부 장관 후보자 등 초대 인사 상당수가 위장전입 논란에 휩싸이면서 여야 간 대치 국면이 이어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대선 당시부터 ‘5대 비리 배제’를 공약한 데다 인사에 대해선 도덕성과 투명성을 강조해왔던 진보정권인 만큼, 새 정부에 대한 검증 기준도 한층 높아진 까닭이다.
청와대는 투기 목적 등의 비리가 아닌 이상 과거 정권의 후보자와 비교할 때 ‘결정적 하자’는 없다는 입장인 반면,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엄연한 공약 파기’라며 낙마는 물론 국회 일정 보이콧까지 거론하고 나선 상황이다. 특히 야당으로서는 정권 초반이자 내년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전략적 공세’의 일환이기도 하다.
이러한 가운데 학계를 중심으로 '인사청문회 등급제'를 도입하자는 주장이 제기됐다. 문재인 정부뿐 아니라 역대 정권에서도 실력을 갖췄지만 사생활 문제로 검증에서 떨어진 인사들이 적지 않은 만큼, 도덕성·전문성·사회기여도 영역으로 나눠 합리적 기준으로 당락을 결정하자는 주장이다.
송호근 서울대 교수는 7일 열린 국가정책포럼에서 "국정이 속히 정상화되려면, 도덕성 검증과 논쟁에 시간을 허비하는 것보다 상식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새로운 기준을 세워 해결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며 "미래 세대를 위해서라도 조금 더 합리적, 상식적 기준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는 문 대통령이 제시했던 ‘5대 비리’를 △병역 기피 10점, 논문표절 5점, 세금 면탈 10점, 위장전입 5점, 불법 투기 10점 등으로 수치화하고 △이를 합산해서 100점 만점 중 80점 이상이면 공직을 수행할 자격이 있다고 인정하고 대체로 통과시키는 방법이다.
송 교수는 "불가항력적으로 위장전입을 한 경우, 그를 도덕적으로 타락했다고 낙인찍는 것은 반성의 기회까지도 차단하는 너무 가혹한 평가"라며 "청문회에서 도덕성 하나만을 갖고 낙마시키면 사회기여도와 전문성을 검토하고 평가할 방법이 없다". 인재 발굴과 발탁에서 융통성과 유연성을 발휘해야한다"고 말했다.
반면 도덕성을 점수화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는 반론도 나온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세금 면탈이나 투기만 해도 규모가 다를 수 있는데, 액수를 무시하기도, 액수에 따라 점수를 따로 매기기도 애매하다”면서 “위장전입 역시 목적에 따라 평가를 달리 받을 수 있는 문제라서, 수치화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 교수는 이어 “도덕성이라는 것이 또 개인마다 판단이 다를 수 있다. 오히려 정치권보다는 언론에 의해 상당 부분 평가가 이뤄진다”며 “언론 보도를 비롯해 각종 제보가 상당한데, 이 단계에서 이미 국민적 평가가 끝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투기 목적이 아닌 위장전입 등 각종 기준에 대한 무조건적인 배제는 지양해야 한다는 데 힘을 실었다. 그는 “어쨌든 이 정권이 과거에 비해 투명한 인사를 하려고 기준을 제시한 것 자체는 높이 평가하는 게 맞다”며 정치권이 ‘주도권 잡기’식의 전략적 공세를 벗어나는 게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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