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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무비] '악녀'에게 '킬빌'은 호재였나 악재였나


입력 2017.06.19 08:46 수정 2017.06.19 18:43        이한철 기자

영화 개봉 전부터 '한국판 킬빌' 기대감 상승

역효과 더 컸나? 엇갈리는 반응-관객층 제한

배우 김옥빈이 영화 '악녀'를 통해 새로운 여전사로 각광받고 있다. ⓒ NEW

"'킬빌'의 우마 서먼과의 비교, 기분 정말 좋죠. 꾸준히 비교돼서 계속 화제가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칸영화제 초청작 '악녀(감독 정병길)'로 이슈의 중심에 선 김옥빈(30)은 우마 서먼과의 비교를 마다하지 않았다. 오히려 계속해서 이야깃거리가 된다는 사실에 흡족해했고, 그만큼 작품에 대한 자신감도 있었다.

실제로 '악녀'는 개봉 전부터 한국판 '킬빌'이라는 수식어를 얻으며 큰 화제를 뿌렸다. 김옥빈에게도 '여전사'의 이미지를 하나 더 장착하는 기회가 됐다. 배우로서 스펙트럼을 한 단계 더 넓혔다는 점은 향후 여배우로서 큰 무기가 될 것이 분명하다.

홍보 마케팅 측면에서도 '킬빌'의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그것을 의도하진 않았다 할지라도 최소한 입소문이 퍼져나가는 것을 반기거나, 최소한 방치한 건 사실이다.

사실 개봉 전 공개한 스틸컷과 예고편은 이 같은 의도가 드러나는 듯 보였다. 특히 웨딩드레스를 입고 총을 겨누는 김옥빈의 포스터는 '킬빌'의 우마 서먼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어떻게 보면 유사성 논란에 휩싸일 수도 있는 대목이지만, 영화에 대한 호기심을 높이고 접근성을 용이하게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가 많았다. 한국 영화에서 극히 드문 여배우의 원톱 영화라는 점은 물론이고, 그것도 잔혹 액션이라는 새로운 장을 열어젖힌다는 점은 기대치를 최고조로 끌어올렸다.

기대한 대로 액션영화에 목말라 했던 관객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폐건물의 좁은 복도에서 1인칭 시점으로 펼쳐지는 액션신은 관객들로 하여금 마치 슈팅게임을 즐기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또 자동차 보닛 위에 매달려 달리는 아찔하고 속도감 넘치는 버스 추격신은 압권이었다.

순식간에 상대의 급소를 찌르고 상대의 숨통을 끊는 잔혹한 장면이 쉴 새 없이 이어지지만, 적절한 수준으로 수위를 조절해 여성 관객들이 보기에도 큰 불편함이 없어 보였다. 김옥빈은 칼과 총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며 고난도 액션 장면을 멋지게 소화해냈다.

'킬빌'의 우마 서면은 잔혹 액션연기의 1인자로 손꼽힌다. ⓒ 미라맥스

하지만 '악녀'의 독창성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관객들은 다른 영화가 시도한 것들을 차용한 듯한 장면이 지나치게 많다는 점을 지적한다.

앞서 언급한대로 웨딩드레스를 입은 여성 스나이퍼와 휘파람을 이용한 효과음, 피로 뿜어져 나오는 잔혹액션은 '킬빌'의 향수를 강하게 느끼게 한다.

뿐만 아니라 '하드코어 헨리' '블랙 레인' 등 기존 할리우드 영화의 기법을 오마주한 듯한 장면이 여러 군데서 포착된다.

때문에 '우린 액션배우다'(2008)', '내가 살인범이다'(2012) 등을 통해 보여준 정병길 감독의 독창적 액션 미학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개봉 후 '악녀'가 할리우드 영화들 틈 속에서 기대만큼 선전하지 못하는 결정적인 원인이다.

할리우드 영화와 차별화된 '악녀'만의 매력이 크게 두드러지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 스토리는 단조로운 얼개를 필요 이상으로 복잡하게 꼬아놓은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지나치게 탁하고 어두운 분위기의 색감도 관객들의 확장성을 방해한다.

실제로 관객들의 평가는 크게 엇갈리고 있다. 관객들은 "김옥빈 걸크러쉬 매력에 빠져들었다" "김옥빈이라는 배우를 새롭게 인식하게 된 계기가 됐다"라며 액션스타로 떠오른 김옥빈에게 대체로 후한 점수를 주고 있다.

하지만 액션에 대해선 긍정적인 반응과 함께 "현란한 액션들이 볼만하지만, 할리우드 영화에서 이미 봤던 장면"이라거나 "칼 쓰는 장면이 흥미롭긴 한데 너무 '킬빌'스러움을 떨칠 수가 없더라"는 부정적인 반응이 적지 않았다.

물론 장르의 특성이 갖고 있는 흥행의 한계를 감안하면 충분히 선전하고 있다고 항변할 수는 있다. 19세 관람가 영화인 데다, 영화 흥행의 판도를 가장 크게 좌우하는 20대 여성 관객층은 잔혹 액션 영화, 그것도 여전사의 등장이라면 큰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봉 전 칸 영화제 호평이라는 호재를 타고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조금은 아쉬운 대목이다. 기대했던 진한 발자국을 남기진 못했다.

이한철 기자 (qur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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