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안 저지 한국당, 비난에도 '마지막 보루' 자처 이유는
공무원추가채용 80억원, 예비비로 가능
한국당 반대에도 '통과 강행' 가능성 높아
추가경정예산안을 둘러싼 여야 대치가 결국 집권여당 원내대표의 눈물샘까지 자극했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두 발 벗고 나서서 ‘추경안 재편성’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2일 4당 원내대표 합의문에 추경안 조항을 포함시키자던 민주당의 요구가 한국당의 반발로 좌절되자, 우원식 민주당 원내대표는 울먹이며 ‘한국당 대선불복론’마저 거론한 상황이다.
여당의 이 같은 원색적 비난에도 한국당의 추경안 재편성 기조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국가재정법상 요건에 맞지 않을 뿐더러, 무엇보다 그 내용으로는 일자리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한국당 간사인 김도읍 의원은 지난 22일 ‘추경안 어떻게 볼 것인가’ 간담회에서 “이번 추경은 일자리 창출보다 ‘생색내기용 추경’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한국당 의원들이 추경안을 다시 짜자고 주장하는 근거는 이렇다.
예비비가 있는데 왜?
정부가 공무원 채용에 필요하다며 편성한 예산은 굳이 추경이 아니더라도 본예산으로 충당 가능하다는 것이다. 정부는 올 하반기 공무원 1만 2000명 추가 고용에 필요한 80억원을 추경안에 넣었다.
그런데 지난 12월 여야는 이미 공무원 추가 수요를 감안해 목적 예비비 500억원이 반영된 예산안을 수정 통과시킨 바 있다. 김광림 한국당 의원도 "금년도 예산안을 통과시킬 때 예결위에서 교사, 소방공무원 등의 증원 논의가 있어서 목적 예비비 500억원을 공공부문 인력고용에 쓴다는 내용을 포함시켰다"며 "공무원 충원이 급하면 예비비를 우선 쓰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문 대통령이 집권 초반 "최대 고용주"가 되겠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국민세금을 낭비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의미다.
추경은 '일회성' 지출이어야
일회성 지출로 끝나지 않는 비용의 경우 본예산에서 다루는 게 맞다는 비판도 있다. 일반적으로 추경은 국가재난·대량실업 등의 상황에서 급한 불을 끄기 위한 ‘응급처방용’으로 사용된다. 역대 정부에서 추경을 편성했던 이유도 그랬다. 이명박 정부는 고유가와 글로벌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두 차례, 박근혜 정부는 세입결손·메르스·해운업 구조조정 등으로 세 차례 단기성 추경을 편성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추경은 공공부문 일자리가 골자여서 세금청구서가 ‘영구히‘ 발급되는 빚이라는 분석이다.
김승욱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와 관련, “문재인 정부는 지속적으로 지출이 필요한 공무원 채용은 늘리면서 정작 일시적 지출로 끝날 수 있는 SOC(사회기반시설) 사업은 배제했다”고 혹평했다. 높은 실업률이 걱정이라면 미국 대공황 당시 뉴딜정책의 일환으로 집행된 테네시 강 유역 개발과 같은 '일회성‘ SOC 사업이 포함된 추경안을 내놨어야 한다는 것이다.
질 낮은 일자리 우려 돼
추경으로 만들어질 일자리의 ‘질’ 문제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추경으로 직접 고용하는 5만 9000명의 일자리 중 3만명의 노인 일자리는 최대 1년이면 계약이 만료되는 단기 일자리다. 더욱이 월 급여가 40만원을 넘지 않는게 대다수다. 정태옥 한국당 원내대변인은 기자회견에서 “푼돈 나눠주기 아르바이트 추경”이라며 "아동 안전지킴이·산림 재해지원 등의 일자리는 1인당 20~40만원에 불과한 푼돈을 정부 재원으로 나눠주는 사업으로 장기 일자리가 만들어지는 사업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그럼에도 강행될 전망
다만, 한국당의 우려와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번 추경안은 강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정치권의 분석이다. 추경안은 상임위 심의를 거쳐 예결위 의결과 함께 본회의에 상정되는 절차를 밟는다. 이때 13개의 상임위 중 민주당이 위원장으로 있는 6개의 상임위의 경우 한국당 없이도 심의가 가능하다. 황태순 정치평론가는 “추경이 일단 심의에 들어가면 국가재정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걸 전제로 얼마나 깎이냐의 문제다. 즉 사실상 추경이 통과되는 절차에 들어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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