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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지금 정치권을 떠나는 것이 답이다.


입력 2017.07.02 00:01 수정 2017.07.02 07:16        데스크 (desk@dailian.co.kr)

올무에 걸렸을 때 몸부림치면 더 조여와

과분한 국민들의 사랑에 보답할 때

안철수 국민의당 의원이 지난 5월10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당 선대위 해단식에서 19대 대통령선거 소회를 이야기하고 있다. ⓒ데일리안 김나윤 기자


1993년 1월 5일 김대중(DJ) 전 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서울 한 호텔에서 통일국민당 박철언 의원과 단 둘이 만났다. 당시 DJ는 14대 대통령선거에서 김영삼(YS) 후보에게 패배한 뒤 정계은퇴선언을 하고 영국으로 출국을 준비 중이었다. DJ가 박철언 의원을 만나자고 한 이유는 본격적으로 야당의 길을 걸어야 하는 통일국민당과 정주영 대표 그리고 박철언 의원에게 무엇이 야당의 길인가에 대해 자신의 경험을 알려주고 싶었던 것 같다.

방어적 공격이 중요하다

DJ는 박 의원에게 야당의 길에 대해 이렇게 충고했다. “정부·여당에 대해서는 강하게 공격하고, 내부적으로는 당의 기존 간부와 위원장이 더욱 결속을 다져야 합니다. 방어적 공격이 중요합니다. 살갗을 찢으면 살을 찢고, 살을 찢으면 뼈를 깎겠다는 강인한 의지가 있어야 야당으로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강하게 물고 늘어지고, 귀찮게 해야 합니다. 정부·여당이 두려움을 느낄 때 야당을 대접하는 법입니다.”(박철언, 바른 역사를 위한 증언 중)

그러나 검찰은 1월 15일 정주영 대표를 소환하여 고강도 조사를 벌였다. 그리고 정부는 정주영 대표의 현대그룹에 음으로 양으로 압박을 가했다. 결국 2월 9일 정주영 대표는 정계은퇴선언을 하고 통일국민당에서 손을 뗐다. 그러자 통일국민당 소속 31명 국회의원 중 상당수가 여당으로 투항하다시피 넘어갔다. 2월 25일 YS의 문민정부 출범 직후 통일국민당은 현대사옥에서 쫓겨나 광화문 인근 한 구석에 낡은 군용텐트를 치고 천막당사를 열었다.

문준용 특혜채용 증거조작, 입이 열 개라도

국민의당은 지금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다. 지난 6월 26일 박주선 비대위원장이 이유미 당원의 ‘문준용 특혜채용 증거조작’과 관련하여 머리 숙여 대국민사과를 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준용 씨에게도 거듭 사과했다. 앞으로 남아있는 쟁점이란 과연 국민의당이 당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증거조작에 관여했느냐 여부와 안철수 대통령 후보가 이 건에 대해서 알았느냐, 알았다면 어느 정도까지 알았느냐 정도일 것이다.

하지만 국민의당도 상당히 화가 나있다. 자신들이 자체 조사를 해보니 이유미 당원의 단독범행인데, 왜 민주당은 자꾸 이를 당 차원의 조직적 범행으로 몰아가려 하느냐며 강하게 반발한다. 민주당이 이번 사건을 기화로 국민의당을 공중분해하여 흡수합병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하고 있다. 여소야대의 껄끄러움에서 벗어나고 싶은 집권 여당의 속내,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 그것도 국민의당의 지지기반인 호남에서의 압도적 지지, 구심점 없이 흔들리는 국민의당의 현 주소 등을 고려해보면 그런 시나리오도 충분한 개연성을 내포하고 있다.

올무에 걸렸을 때 몸부림치면 더 조여와

국민의당은 벗어나기 힘든 올무에 걸려버린 처지다. 올무에서 벗어나려고 몸부림치면 칠수록 올무는 더욱 조여 온다. 지금 당장 국민의당이 할 수 있는 일도 별로 없다. ‘증거조작’이 내포하고 있는 정치적 함의(含意)는 함의고, 실정법 위반은 위반이다. 예를 들어 지난해 6월에 있었던 국민의당 리베이트 사건 당시를 돌아보자. 무엇인가 정치적 복선이 깔려있다고 짐작은 하면서도 왕주현 국민의당 사무부총장이 구속되자 그 이틀 후 당시 안철수-천정배 공동대표가 동반 사퇴했다.

당시 국민의당 리베이트 사건과 관련 박선숙-김수민 두 의원도 검찰에 출두하여 조사를 받고 기소됐다. 물론 현재는 1심과 2심에서 모두 무죄를 받고 대법원의 확정판결만 남아있다. 만약 1년 전 안철수 대표가 멈칫멈칫하면서 시간을 끌었다면 안 전 대표는 오히려 정치적으로 더 큰 상처를 입었을 것이다. 안철수 전 대표가 마치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끊듯 자신의 진퇴를 분명히 함으로써 위기의 당도 살고 자신의 정치적 입지도 지킬 수 있었다.

이제는 안철수가 직접 나서야

2003년 연말 검찰의 불법대선자금 수사로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은 풍비박산이 났다. 차떼기 정당의 낙인이 찍힌 채 2002년 대선 당시 핵심 당직자들이 줄줄이 잡혀갔다. 대선 패배 이후 칩거 중이던 이회장 전 총재가 12월 15일 기자회견을 했다. 기업들로부터 불법대선자금을 받은데 대해 대국민사과를 하면서, 기업들이 자신을 보고 당에다 돈을 주었지 누구를 보고 주었겠느냐고 모든 책임을 자기에게 돌렸다. 이회창 전 총재는 “대선후보이자 최종책임자인 제가 처벌을 받는 것이 마땅합니다. 제가 이 모든 짐을 짊어지고 감옥에 가겠습니다”며 검찰에 출두했다. 미처 조사 준비가 돼있지 않았던 검찰은 난감했다. 참고인 진술만 청취한 가운데 이 전 총재를 귀가시켰다. 하지만 이 전 총재의 검찰 출두는 그 다음날 노무현 대통령의 “불법자금 수사받겠다”는 기자회견을 이끌어냈다.

이유미 당원의 문준용 특혜채용 증거조작이 단독범행이든 아니든 이유미 당원은 안철수 후보의 대통령 당선을 위해서 그런 불법행위를 저지른 것이다. 안 전 대표의 실정법 위반 여부와 상관없이 정치적·도의적으로 안 전 대표가 그에 대해서 무한책임을 지는 모습이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 전 대표는 박주선 비대위원장이 대국민사과를 한 지 일주일이 넘도록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안 전 대표의 침묵이 길어지면 질수록 국민의당은 더욱 수렁으로 빠져들 수밖에 없고, 안 전 대표를 옭죄는 올무도 더욱 살 속 깊이 파고들 수밖에 없다.

안철수, 과분한 국민들의 사랑에 보답할 때

사실 대한민국 정치사를 통틀어 안철수 전 대표만큼 국민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기대를 한 몸에 모았던 정치인도 드물다. 현존하는 인물로 초등학교 교과서에 전기(傳記)가 실리는가 하면, 청춘 콘서트로 젊은이들의 우상이 되었고, 2011년 ‘안철수 현상’이 만들어지기까지 했다. 2012년 대선 그리고 2017년 대선에 출마하여 선전한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이제 ‘증거조작’이란 주홍글씨가 찍히려니 본인도 어찌할 바를 모를 수 있다. 하지만 크게 생각해야 한다. 그동안 그토록 과분한 국민들의 사랑을 받았는데 만약 자신의 정치적 이해득실을 따지고 계산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자칫 구차한 기억으로 남을 수도 있다.

떠나라. 지금 당장 국민들 앞에 사과의 말씀을 드리고, 훌훌 털고 떠나라. 솔직히 안철수 전 대표가 내년 서울시장에 나올 것도 아니지 않은가. 그렇다고 2020년 총선에 또 출마할 것인가. 이제는 3김(YS-DJ-JP)외에 자신 말고는 누가 40석 정당을 만들었는가는 과거의 추억에서도 벗어나라. 어차피 ‘안보는 보수요 경제는 진보’라고 주장했던 안 전 대표와 햇볕정책을 신봉하는 국민의당과는 처음부터 잘 맞지도 않았다. 한 인물의 진가는 위기의 순간에 어떻게 행동하느냐가 결정한다. 그게 바로 사즉생(死則生)의 길이기도 하다.

글 / 황태순 정치평론가

데스크 기자 (desk@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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