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보험 손해율 기준 논란 재점화(?)
국정기획위, "산정 방식 표준화해야"…문제는 사업비?
"포함해야" 對 "제외해야" 1년 전 논쟁 다시 벌어지나
정부와 보험사들이 실손의료보험 손해율 산정 방식을 둘러싸고 다시 갈등을 벌일 분위기다. 보험사들이 높은 손해율을 근거로 삼으며 실손보험료 인하 불가론을 펼치자, 정부는 현행 계산 방식이 손해율을 과도하게 높이고 있다며 조정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지난 정부가 건강보험공단을 앞세워 같은 주제로 보험업계와 한 바탕 설전을 벌인 지 불과 1년 만에 새 정부가 다시 이를 도마 위에 올리면서, 손해율 논쟁 2라운드의 승자는 어느 쪽이 될지 관심이 쏠린다.
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의 인수위원회 역할을 하고 있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는 최근 민간 실손보험 인하 방안을 발표하면서, 올해 안에 공-사 보험 정책협의체를 구성하고 손해율 산정 방식을 표준화하기로 했다.
손해율은 기본적으로 보험사가 가입자들로부터 받은 보험료 대비 지급한 보험금의 비율을 의미한다. 간단히 말해 손해율이 100%를 넘으면 보험사가 거둬들인 보험료 보다 내준 보험금이 더 많다는 의미고, 100% 아래면 그 반대라는 뜻이다.
하지만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상황은 간단치 않다. 현재 보험사들은 지급 보험금에 실제 사업비까지 더해 손해율을 산정하는 합산비율 방식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업비는 보험사가 보험 영업에 쓰는 돈이다. 설계사 수당과 판매촉진비, 점포운영비, 직원급여, 수금비용 등이 포함된다. 즉, 사업비 역시 보험 영업에서 불가피하게 쓸 수밖에 없는 돈인 만큼 손해율을 계산할 때 지급 보험금과 함께 비용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논리다.
보험업계는 국정기획위가 밝힌 손해율 표준화의 핵심은 이 같은 사업비를 손해율 계산 시 제외하자는 내용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손해율에 담기는 보험사의 수익은 그대로인 상태에서 비용만 줄어들게 돼 손해율이 낮아지는 효과가 생기게 된다.
이 같은 해석이 나오는 이유는 국정기획위의 실손보험료 인하 추진에 대해 보험사들이 높은 손해율을 근거로 반박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보험사들은 100%가 넘는 손해율을 근거로 들며, 안 그래도 적자를 보고 있는 실손보험의 보험료를 내리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주장한다. 실제 지난해 국내 생명·손해보험사들의 실손보험 손해율은 평균 120.7%를 나타냈다.
결국 손해율이 낮아지면 실손보험료 인하 불가론을 펼치고 있는 보험사들의 반대 논리가 약해지는 만큼, 정부가 사업비를 제외하는 방식으로 산정 기준 조정에 나설 것이란 얘기다.
이 같은 주장에 더욱 힘이 실리는 이유는 이미 앞선 정부에서 똑같은 시도가 있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 산하기관인 건강보험공단은 지난해 보험사들이 보험료 인상이 불가피한 이유로 제시하는 손해율이 과다하다고 주장해 보험업계와 갈등을 빚었다. 당시 건강보험공단은 2014년 실손보험 손해율이 80.2%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실제 손해율이 낮다는 근거는 역시 사업비를 제외하고 계산했기 때문이었다.
이번 정부가 이 같은 방식으로 다시 한 번 손해율 계산법을 바꿔야 한다고 나설 경우, 보험업계와 갈등은 불가피해 보인다.
정성희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실손보험의 수익성 판단을 위해서는 다양한 비율을 활용할 수 있다"며 "하지만 포함되는 비교 대상 변수를 정확히 적용해야 불필요한 논란을 축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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