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중]정부가 특정 요금제까지 손봐?... 우려 반 기대 반
<보편요금제 인상 논란-중>정부의 과도한 시장개입 도마...사용자간 자율적인 요금경쟁 실종
요금제 산정방식 적정성 문제도...기준 범위 지나치게 넓고 재량권 논란도
<보편요금제 인상 논란-중>정부의 과도한 시장개입 도마...사용자간 자율적인 요금경쟁 실종
요금제 산정방식 적정성 문제도...기준 범위 지나치게 넓고 재량권 논란도
미래창조과학부가 보편요금제 도입 근거를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연내 발의한다. 정부가 사업자들의 보편요금제 출시를 의무화함으로써 가계통신비 절감에 직접 나서겠다는 것이다. 이에앞서 지난 21일 미래부가 공개한 보편요금제 초안에 따르면, 월 1만원 요금 인하의 효과가 기대되지만, 정부의 과도한 시장 개입이란 지적도 일고 있다. 여기에 시민단체들은 가계통신비 경감 수준이 부족하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보편요금제가 첫 발을 뗐지만, 시장 개입 논란 등과 함께 법안 통과 시행까지 험로가 예상되고 있다. 비록 초안이지만, 정부의 의중이 담긴 만큼 소비자들에게 얼마만큼의 혜택이 돌아가고, 이통업계에 미치는 영향은 또 무엇인지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정부가 야심차게 보편요금제를 선보였지만 개정안 발의까지 험난한 과정이 예상된다. 보편요금제의 골자는 정부가 직접 나서서 요금제를 설정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보편요금제의 법적 도입 근거, 실효성 등에 대해 업계의 의견의 분분하다.
◆ “해외 유례 없는 강력한 규제”
보편요금제의 주요 쟁점은 정부의 과도한 시장 개입이다. 기존에는 이동통신사 지배적 사업자(SK텔레콤)가 약관을 제출하면, 미래창조과학부가 검토해 허가 또는 불허를 결정하는 ‘요금 인가제’ 방식을 취했다. 그러나 보편요금제 도입으로 미래부가 특정 요금을 설계하고, 이통사의 출시를 의무화 하겠다는 것이다. 해외에서도 유례를 찾기 힘든 정책이다.
요금제 산정방식의 적정성도 거론되고 있다. 미래부는 보편요금제의 데이터 제공량은 무제한 요금제를 제외한 평균 데이터 제공량 50~70%에서 결정하고, 데이터당 평균 요금은 100~200%를 넘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나 기준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 재량권 논란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충성 KT 상무는 지난 21일 열린 정책 토론회에서 “데이터 제공량 하한을 50~70%라고 했는데 정부 재량권까지 고려하면 제공량의 45~75%로 굉장히 큰 요금 설정 권한이다”고 우려를 표했다. 김충성 상무는 “보편요금제는 수요와 공급이 아닌 수요측면의 요소만 고려됐다”고 꼬집었다.
이상헌 SK텔레콤 실장은 “정부가 하위 요금제만 손대겠다고 하지만 결국 전체 라인이 다 바뀔 것”이라며 “민간 서비스 ‘통신’의 요금설정 권한은 전기, 가스 등과 비교했을 때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이통사 관계자는 “정부가 보편요금제 도입 근거로 저소득층의 통신비 부담을 내세우고 있지만, 소득이 낮은 가구일수록 특정 재화에 대한 비중이 높은 것은 비단 통신만이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민간 산업자의 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시장 원칙에 위배된다”며 “사업자간 자율적인 요금경쟁이 실종돼 소비자 후생은 오히려 저하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위 사업자 죽는다”...알뜰폰‘특례’는?
후발 주자들은 수익 급감에 따른 직격탄을 맞을 위기에 처했다. 특히 알뜰폰(이동통신 재판매, MVNO)은 ‘생존 위협’까지 체감하고 있다. 보편요금제가 도입되면 가입자당 월평균 매출액(ARPU)이 1만원 이상 하락해, 정상적인 사업 운영이 불가능해진다.
김규태 LGU+ 상무는 “정부가 통신사 가격 결정에 개입하면 모든 요금제가 특장점 없이 비슷해질 것”이라며 “2위 사업자는 버틸 여력이라도 있으나 3위 사업자는 경쟁력을 상실할 정도의 손실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통사로부터 망을 빌려쓰는 알뜰폰은 상황이 더욱 열악하다. 알뜰폰은 이통사 대비 40% 저렴한 요금제를 제공하고 있으나, 이통사에서 2만원대 보편요금제가 출시되면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는 것은 불 보듯 뻔하다. 이는 저가 요금제를 통해 시장 경쟁을 활성화 시키겠다는 알뜰폰 출범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 40여개의 알뜰폰 업체의 전체 시장 점유율은 3% 수준이며, 대부분이 적자이다.
정부는 보편요금제가 나와도 도매대가 인하 등을 통해 알뜰폰 피해를 최소화 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알뜰폰 업체는 부정적이다. 윤석구 알뜰폰 협회장은 “LGU+가 문닫는 마당인데 알뜰폰은 설 자리가 없을 것”이라며 “알뜰폰 평균 ARPU가 1만5000원 수준인데, 2만원 요금제와 비교해서 가입자 유치 경쟁력이 없다”고 설명했다.
윤석구 협회장은 “미래부가 알뜰폰에 ‘특례’를 적용하겠다고 했지만, 이동통신사가 그만큼의 손해를 보고 도매대가를 산정해주겠냐”며 “여러모로 걱정이 많다. 초기 단계인만큼 상황을 주시할 것”이라고 전했다.
◆ 시민단체‘원론적 찬성’, 미래부“반드시 필요”
시민단체는 보편요금제의 통신비 절감이라는 취지에 공감하며 환영하는 입장이다. 단 부작용에 대해서는 정부의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공진기 참여연대 실행위원은 “이제라도 보편요금제가 출시되는 것에 대해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며 “보편요금제가 따로 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데이터 제공량은 1.8GB까지 더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석현 서울 YMCA 팀장은 “기존 이통3사가 고착되는 상황에서 보편요금제를 내는 것은 효과가 없다”며 “신규 사업자가 진입해 경쟁 활성화가 이뤄진 다음 도입을 검토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전했다.
미래부는 이같은 비판과 우려에도 보편요금제 출시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전영수 미래부 통신이용제도과장은 “이통사들은 고가요금제 혜택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경쟁해왔다”며 “저가 요금제에서는 요금 인하에 대한 혜택을 제공하지 않고 고가로 모는 마케팅을 활용해왔다”고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정창림 미래부 통신정책기획과장은 “오는 9월 말 전파 사용료 감면과 도매대가 인하 방안을 시행할 예정”이라며 “보편요금제가 도입되면 특례를 둬서 알뜰폰이 더 저렴한 도매대가 하에서 사업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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