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월에 걸친 '이재용 재판'이 남긴 것은?
특검 "독대 당시 지원 지시" VS 삼성 "대통령 지시,정유라 언급 없어"
7일 결심공판 남기고 마무리...특검 공소장 허점만 결국 인정
특검 "독대 당시 지원 지시" VS 삼성 "대통령 지시,정유라 언급 없어"
7일 결심공판 남기고 마무리...공소장 허점만 결국 인정
5개월간의 치열했던 대장정이 마무리 됐다. 하지만 아무것도 없었다. 대통령의 대가성 뇌물지시도, 승계 위한 청탁도. '증거가 차고 넘친다'던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52회 공판과 68명의 증인, 3만여쪽에 달하는 공판자료에도 불구, 결심 사흘 앞두고 공소장 오류만 남겼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에게 433억원 상당의 뇌물을 제공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마지막 공판에서 삼성측 변호인단과 특검팀은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그러나 특검팀이 제기한 의혹들은 증거부족으로 혐의입증을 못한채 마무리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김진동 부장판사)는 4일 오후 52회 공판을 열어 사건의 핵심 쟁점에 대한 박영수 특검팀과 변호인단의 의견 진술을 들었다.
양측은 이날 승마지원과 관련 이 부회장의 개입, 정유라 인식 여부 등을 놓고 접전을 벌였다. 또한 이 부회장 등이 재산을 해외로 빼돌린 혐의와 이 부회장을 비롯해 재판에 넘겨진 삼성 전·현직 임원들이 회사 현안 해결이나 최씨 모녀 지원에 어떻게 관여했는지를 두고도 다퉜다. 양측은 전날 재판에서도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3차례 단독 면담에서 부정한 청탁과 뇌물 수수·공여에 대한 합의가 있었는지를 둘러싸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다.
특검과 삼성 양측은 전 대통령이 2014년 1차 독대에서 이 부회장에게 "승마협회 회장사를 삼성에서 맡아주고, 승마 유망주들이 올림픽에 참가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해달라고 요청했다"는 부분은 인정했다.
다만 특검팀은 이 요청이 겉으로는 승마 유망주를 위한 지원이지만 실제로는 박 전 대통령의 요청을 받고 정유라씨를 지원한 것이라며 이 부회장 등 삼성 관계자들이 승마지원이 정 씨에 대한 승마지원으로 충분히 인식했다고 봤다.
특검 측은 "2차 독대에서 박 전 대통령은 단순히 승마를 지원하라는 게 아니라 승마협회 임원까지 거론하며 그를 교체하라고 구체적으로 지시한다"며 2차 독대 이후부터 박 대통령과 최씨의 공모 관계를 인식했다는 배경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박 전 대통령이 2014년 이 부회장과 첫 독대 당시 삼성이 대한승마협회를 인수해주고 올림픽에 대비해 선수들에게 좋은 말을 사주고 전지훈련도 도와달라고 구체적으로 지시했다"며 "피고인들이 이때 정씨 지원에 대한 대통령의 지시를 인식했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검 "정유라 인식"...삼성 "공소장, 안종범 수첩 어디에도 '정유라' 없어"
이에 대해 삼성 측은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사이에는 어떤 대가성 합의도 이뤄지지 않았다"며 박 전 대통령이 독대 과정에서 정씨를 언급한 증거가 없다고 전면 반박했다.
삼성 측은 "특검의 공소장이나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의 수첩 어디에도 '정유라'는 나오지 않는다"며 특검측의 주장이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특히 삼성 측은 "KD코퍼레이션 지원과 이상화 전 KEB하나은행 글로벌영업2본부장 인사는 직접 지시한 박 전 대통령이 정씨 지원을 빙빙 둘러 말할 이유가 없다"고 강조했다.
삼성 측은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사이에는 어떠한 대가성 합의도 이뤄지지 않았다"며 "승마 지원으로 국민에게 실망감을 줬고 사회적 역할을 제대로 못한 점도 반성하지만, 정당하지 않다고 해서 모두 범죄라고 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삼성측은 "이 사건의 실체는 최순실이 대통령에게 삼성을 모략해 이 부회장이 질책을 들은 뒤 최지성 실장 등이 최씨의 영향력을 고려해 승마 지원을 하게 된 것"이라며 "최씨의 강요와 공갈이 먹힌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특검은 삼성 측이 최씨 측근인 박원오 전 승마협회 전무와 지원 협의를 하고 코어스포츠와 용역 계약을 체결한 점, 박 전 전무가 배제된 후 최씨가 직접 삼성관계자를 만난 점을 두고, '공모·공범 관계'가 인식된다고 주장했다. 지시는 박 전 대통령이 했지만 구체적인 요구는 최씨가 한 것으라는 것이다.
특검은 이런 판단을 통해 제3자 뇌물이 아닌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했다. 이에 대해 삼성 측은 "범행에 가담한 공무원(대통령)에게는 전혀 금품이 귀속되지 않고 비공무원(최순실)에게 전부 금품이 귀속된 경우 공무원에겐 제3자 뇌물 혐의가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삼성측은 "피고인들이 두 사람을 단순 뇌물 범행의 공범이란 걸 알려면 대통령과 최씨가 경제적 공동체라는 것을 인식했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최씨와 대통령과의 공모관계를 인식하지 못했다고 선을 그었다.
정유라 말 이외에도 양측은 국정농단 사태 후 해체된 미래전략실이 범행 과정 전반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 이 부회장이 실제 미전실을 지배했는지를 두고 특검과 변호인단은 첨예하게 대립했다.
변호인단은 정씨 승마 지원 등이 최지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주도로 이뤄졌다며 이 부회장이 개입하지 않았다고 주장했고 특검팀은 미전실의 특성상 모든 지원이 이 부회장 지시로 이뤄졌다고 봐야 한다고 맞섰다.
사건 심리는 이날 공판을 끝으로 사실상 끝났다.
재판부는 7일 오후 2시 특검팀의 논고(의견 진술)와 구형, 변호인단의 최종 변론과 이 부회장 등 당사자들의 최후 진술을 듣는 결심공판을 진행한다.
선고는 통상 결심공판 2∼3주 뒤에 이뤄진다. 이 부회장의 1심 구속 만기가 이달 27일인 점을 고려하면 그 직전에 선고 기일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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