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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노사 갈등 봉합 손 놓은 금융당국


입력 2017.09.01 06:00 수정 2017.09.01 06:29        배근미 기자

기은 뒤이어 수은, 산은, 예보도 합의…성과연봉제 폐지 '가속도'

산별교섭 1년 째 파행…성과연봉제로 촉발된 갈등에 당국 '모르쇠'

지난해 금융권 노사 갈등의 핵심인 성과연봉제는 폐지에 가속도가 붙고 있지만 후폭풍은 여전하다. 이로 인해 촉발된 금융권 노사 갈등의 골은 여전히 좁혀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그 도화선이 된 정책을 누구보다 강하게 밀어붙였던 금융당국은 여전히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어 갈등을 방치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금융위원회

지난해 금융권 노사 갈등의 중심에 있던 성과연봉제가 폐지된 이후에도 갈등은 고조되는데 금융당국은 뒷짐만 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의 압박 속에 성급하게 추진됐던 성과연봉제로 촉발된 금융권 노사 갈등의 골은 여전히 좁혀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데 갈등의 도화선 역할을 한 금융당국은 여전히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어서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31일 명동 은행연합회에서 진행된 금융권 3차 산별교섭 복원 시도가 또 한번 파국을 맞았다. 사측에 지속적으로 산별교섭 참여를 요구해 온 금융노조 측은 이날 33개 금융기관 사업장 대표 전원의 불참 속에 또사시 교섭이 무산되자 끝내 교섭결렬을 선언하고 향후 전면투쟁 기조로 전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금융당국의 성과연봉제 추진을 기점으로 촉발된 금융권 노사간 갈등은 이미 만 1년 이상 금융권 산별교섭 불발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노조 측 관계자는 "사용자단체가 복귀를 거부한 이상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신청을 접수할 계획"이라며 "특히 이번 사태를 이끈 하영구 은행연합회장 등 금융권 적폐청산 인사들에 대한 대대적인 퇴진투쟁도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새 정부 출범과 함께 금융권 내 성과연봉제 폐지에 가속도가 붙으면서 노사 간 관계 회복을 통한 산별교섭 역시 시간문제라는 기대감이 팽배해왔다. 실제로 예금보험공사는 이날 오후 3급 이하 비간부직을 대상으로 확대 도입했던 성과연봉제를 종전 상태로 환원시키는 노사 간 합의를 완료했고, 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 역시 지난 주 이사회를 열고 성과연봉제 확대 시행에 대한 폐기안건을 통과시켰다.

신용보증기금과 기술보증기금, 자산관리공사(캠코) 등 역시 일찌감치 성과연봉제 폐지를 완료했고 국책은행인 IKB기업은행 역시 지난 18일 이사회를 통해 성과연봉제 폐지 안건을 가결시켰다. 노조의 동의 없는 성과연봉제 도입은 불법이라고 판단한 1심법원의 판단을 이사회가 받아들이면서 기업은행은 1년 3개월여 만에 기존 임금체계인 호봉제로 복귀했다.

그러나 성과연봉제 폐지에도 불구하고 노사간의 갈등은 여전히 높은 상태다. 33개 은행장들로 구성된 사용자협의회 측은 산별교섭 재개의 전제조건으로 임금체계 개편(호봉제)을 요구하고 나섰고, 금융노조로 구성된 노동자 측은 교섭 안건 자체가 재개의 조건이 될 수 없다며 이에 맞서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금융당국이 노조와의 합의 대신 이사회 등을 통한 성과연봉제의 빠른 도입을 종용하면서 부담을 느낀 금융공공기관과 은행들이 압박감을 느끼고 사용자협의회 연쇄 탈퇴가 일어난 바 있다.

이러한 가운데 이번 사건을 촉발시킨 금융당국의 입장은 여전히 소극적인 태도만을 견지하고 있다. 2016년 안에 성과연봉제를 관철강하게 밀어붙이던 1년 전과 달리 성과연봉제 관련 질의에 대해 별도의 지침 없이 기재부 공문만을 그대로 전달해 금융위 하위기관들의 혼란을 가중시키는가 하면 최종구 위원장은 1년여 간 중단된 금융권 내 산별교섭과 관련해서도 사실상 큰 관심이 없다는 입장을 나타내며 빈축을 사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금융당국이 소극적인 태도보다는 책임있는 태도로 중재에 나서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정부에서도 성과연봉제 폐지에 대한 언급만 했지 그 공백에 따른 대안으로 직무급제나 다른 방향으로의 지침을 내린 적이 없는 상황”이라며 “결국 정부의 방향이 확실하지 않다보니 지난해 성과연봉제를 그렇게 강력하게 밀어붙였던 금융당국 입장에서도 앞으로 어떠한 방향으로 가야할 지 갈피를 못 잡고 있는 것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배근미 기자 (athena3507@daili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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