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동傳] 엄마로 칸에 가고픈 이나영, 인생작을 기대해
영화 ‘뷰티풀데이즈’ 통해 컴백
노개런티 출연으로 출연 '화제'
이나영의 컴백 소식을 접하며 문득 그의 대표작이 궁금해졌다. 개인적으로 기자는 이나영의 오랜 팬이다. 우선 영화 ‘휴아유’ 개봉 무렵 인터뷰를 하며 외모에 반했다. 이나영은 여느 여자 연예인과는 다소 다른 개성 있는 외모의 소유자로 실제 인터뷰를 위해 만났을 당시 화면으로 보는 것과는 다른 매력이 색다르게 다가왔다. ‘후아유’에서의 연기도 좋았다고 기억한다.
그리고 광팬이 된 건 드라마 ‘네 멋대로 해라’를 통해서였다. 그 드라마를 통해 이나영 뿐 아니라 양동근과 공효진 등의 팬이 되기도 했다. 이후 ‘아일랜드’에서의 이나영도 무척 좋았는데 엄밀히 따지자면 이나영의 팬이 되는 듯 실제론 ‘네 멋대로 해라’와 ‘아일랜드’의 인정옥 작가의 열성팬이 돼 버린 셈이다. 이나영에 대한 본격적인 얘기에 앞서 인 작가의 차기작을 하루 빨리 보고 싶다는 개인적인 욕심을 강하게 드러낸다.
‘네 멋대로 해라’는 출연 배우 모두가 대표적으로 내세우기에 전혀 손색이 없는 명작이다. 이나영에게도 대표적일 수 있다. 그렇지만 너무 오래됐다. 2002년 드라마이기 때문이다. 영화로 따지면 흥행 성적이 좋았던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이 있지만 그 역시 2006년 작이다.
2009년 영화 ‘아빠가 여자를 좋아해’, 2010년 드라마 ‘도망자 Plan.B’, 2012년 영화 ‘하울링’ 등에 주연으로 참여했지만 흥행과 평에서 모두 좋은 점수를 받진 못했다. ‘하울링’ 이후 오랜 공백이 이어지고 있다.
3년여의 공백을 깨고 2015년 5월 매스컴의 관심을 집중시켰지만 활동 재개가 아닌 원빈과의 결혼 때문이었다. 그해 12월 출산한 뒤 2년 정도 육아에 집중했다. 단편 영화 등에 출연하는 등 소소한 활동을 이어왔지만 '하울링' 이후 5년여의 공백이 이어지는 동안 이나영은 CF 모델로서의 활동을 지속해왔다.
남편인 원빈은 2010년 작인 영화 ‘아저씨’ 이후 7년째 공백을 이어가고 있으면서도 CF 활동은 지속하고 있다. 원빈과 이나영은 모두 주연급 배우이자 최정상급 톱스타다. 이들이 연기 활동을 오랜 기간 중단하고 CF 활동만 이어왔다. 그런 터라 이나영과 원빈의 대표작을 두고 네티즌들이 댓글에서 영화나 드라마가 아닌 CF라며 그들 출연 CF의 대표적인 CM송을 언급하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관건은 컴백의 성공 여부다. 올해 유난히 오랜 기간 활동을 중단했던 여배우들이 대거 연예계로 돌아왔다. 엄밀히 구분해 이영애와 고소영을 실패, 김희선과 이효리는 성공 구도다. 김희선과 이효리는 2~3년 정도의 공백을 가졌을 뿐임을 감안하면 오랜 공백을 가진 여배우의 컴백은 모두 실패했다. 이영애와 고소영은 모두 10년 넘는 공백기를 가졌음을 감안하면 이나영은 그 중간인 5년여의 공백이다. 결혼과 육아 등으로 공백기를 가졌으며 그 기간 동안 CF 활동을 지속해왔다는 부분은 유사하다. 아무래도 너무 오랜 공백은 실패 확률이 높다는 부분이 이번 이나영의 컴백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이나영의 컴백작은 드라마가 아닌 영화다. 상업영화이긴 하지만 흥행성 보다는 작품성에 무가의 추가 실리는 작품이다. 탈북 여성이 조선족 가족을 떠나 남한에 정착한 뒤 16년 만에 아들을 만나 겪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 ‘뷰티풀 데이즈’(제작 페퍼민트앤컴퍼니)로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공개된 영화 정보는 ‘탈북 여성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픽션’이 전부이며 캐스팅이 확정된 배우도 이나영이 전부다. 주인공인 이나영의 배역 역시 아직까진 ‘엄마’가 공식 호칭이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함께 공개된 유일한 영화 정보인 윤재호 감독이다.
연출을 맡은 윤재호 감독은 아직 영화계에서 생소한 이름으로 2001년 프랑스로 이주해 대학에서 사진과 영상을 전공한 뒤 2003년부터 단편영화 작업을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전주국제영화제 초청 다큐멘터리 영화 ‘마담B’를 통해 국내에서도 알려지기 시작했지만 그는 아직 한국이 아닌 프랑스 영화계에서 더 알려져 있는 감독이다.
프랑스를 중심으로 해외에선 국내보다 더 잘 알려진 인물이다. 2013년 ‘타이페이 팩토리’와 ‘더 피그’가 나란히 칸 국제영화제의 초청을 받았으며 지난 해 칸 국제영화제에서도 그의 단편 영화 ‘히치하이커’와 ‘마담B’가 소개됐다. 칸이 주목하는 젊은 감독인 만큼 ‘뷰티풀 데이즈’는 칸 국제영화제에 공식 초청될 가능성이 크다. 제작사 측은 이나영의 출연 결정에는 윤 감독의 작품 세계에 대한 확신이 바탕이 됐다고 밝히고 있다. 감독의 작품 세계에 대한 확신은 대부분의 배우가 출연작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중요시하는 대목이다. 여기에 칸 국제영화제 레드카펫에 대한 기대감도 한몫 했을 것으로 보인다.
배우로서의 변신의 기회도 작품 선택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영화 ‘뷰티풀 데이즈’에서 이나영은 10대, 20대, 30대를 모두 선보여야 한다. 그것도 그 시간을 거치며 한 여인이 겪은 고통스러운 삶을 보여줘야 한다. 또한 그 안에 희망까지 녹여 내야 하는 캐릭터다. 이런 캐릭터를 제대로 소화해내며 한 단계 더 성장하고 싶은 배우로서의 욕심도 살짝 드러나는 출연 결정이다.
이번 영화에 대한 이나영의 애착은 노개런티 출연으로 다시 한 번 확인된다. 상업영화이긴 하지만 제작비가 풍족한 영화는 아닌 만큼 조금이나마 제작진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이나영은 개런티를 받지 않기도 했다. 5년여 만에 컴백작인 만큼 보다 흥행성이 보장되는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거액의 개런티를 받고 돌아올 수도 있었을 것이다. 이나영이라면 탐을 내는 드라마와 영화 제작사가 꽤 여럿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나영의 결정은 그 반대였다.
다만 우려되는 부분은 ‘엄마’라는 캐릭터다. 탈북 여성이 조선족 가족을 떠나 남한에 정착한 뒤 16년 만에 아들을 만나 겪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인만큼 이나영의 모성애 연기는 영화의 가장 큰 축이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다 보니 현재 시점까지 공개된 캐릭터 이름조차 ‘엄마’일 정도다. 이영애의 ‘사임당, 빛의 일기’처럼 결혼과 출산, 육아 등으로 오랜 공백기를 가진 여성 스타가 모성애를 강조한 작품으로 컴백했다가 기대 이하의 성적을 거둔 사례가 종종 있어왔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여배우의 결혼과 출산이 곧 은퇴를 의미하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많이 달라졌다. 오히려 결혼과 출산 이후 미시족을 겨냥한 CF가 쏟아져 들어오며 더 활발한 활동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다만 몇몇 성공 사례가 있을 뿐 대다수의 이야기는 아직 아니다. 모성애를 강조하다보면 스타성이 반감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나영의 이번 복귀작 캐릭터는 ‘엄마’이자 ‘탈북 여성’이며 ‘16년 만에 아들을 만나는 설정’이 가미돼 있다. 럭셔리한 미시족 이미지를 발산할 수 있는 캐릭터와 작품은 절대 아니라는 것. 그만큼 이나영의 이번 결정은 큰 도전이 아닐 수 없다.
좋은 배우, 매력적인 스타는 쉽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런 힘든 타이틀을 확보하고도 오랜 기간 활동을 중단했던 이나영에겐 아쉬움도 많았다. CF를 대표작이라는 댓글을 다는 네티즌들 역시 비슷한 아쉬움을 가졌던 게 아닌가 싶다. 이제 이나영이 다시 배우로 대중 곁으로 다가오려 한다. 부디 그의 도전이 성공을 거두며 다시 우리에게 좋은 배우이자 매력적인 스타로 되돌아올 수 있기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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