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한 고비 넘겼지만..이번엔 면세점에서
매출 비중 큰 면세사업부 부진으로 상장 시기 지연
호텔롯데 상장…일본 롯데로부터 독립경영 완성
사드 여파로 중국 단체 관광객에 의존했던 면세점들의 실적이 악화되면서 롯데그룹에도 불똥이 튀었다. 롯데면세점의 실적이 급감하면서 모기업인 호텔롯데의 실적을 끌어내렸고, 이는 호텔롯데의 상장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호텔롯데 상장을 통해 한국롯데의 지배력을 강화하려던 신동빈 회장의 계획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1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 상반기 호텔롯데의 면세점 사업부문 매출액은 2조5530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 대비 5.3% 줄었고, 영업이익은 74억원으로 96.8%나 감소했다.
같은 기간 호텔롯데는 연결기준 매출액 3조355억원, 영업손실 9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매출액은 5%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적자로 전환됐다. 특히 지난해 상반기 1587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낸 것과 비교하면 하락 폭이 2500억원에 달한다.
사드 문제로 중국 단체 관광객이 감소하면서 면세점은 물론 호텔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특히 호텔롯데 매출액의 80%이상을 차지하는 면세 사업부문의 부진이 장기화된 점도 호텔롯데 전체 실적을 악화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재무부담 해소를 위해 올 들어 잇따라 사채 등을 발행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어서 고민이 깊은 상황이다.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호텔롯데는 올 들어 지난달 29일까지 10회에 걸쳐 총 8000억원 규모의 공모채와 사모채를 발행했다.
한국롯데 계열사의 사실상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는 호텔롯데의 재무구조 악화로 상장 시기가 지연되면서 롯데그룹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신 회장의 재판도 악재다.
지주사 전환 이후 신동빈 회장의 그룹 지배력 강화를 위해서는 호텔롯데 상장을 통해 얻은 자금으로 지주사 지분율을 높여야 하기 때문이다.
내달 초 설립되는 롯데지주에 대한 신 회장의 지분은 10% 안팎으로 추정된다. 현재 호텔롯데 지분의 대부분은 일본 주주들이 보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롯데지주가 명실상부한 지주사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호텔롯데 상장을 통해 얻은 자금으로 일본 측 지분율을 낮출 필요가 있다. 일본 롯데로부터 완전히 독립하기 위한 필수 과정인 셈이다.
이 같은 사정 때문에 재계에서는 호텔롯데 상장이 신 회장을 중심으로 한 ‘뉴롯데’ 탄생의 핵심 작업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상황이 여의치 않은 호텔롯데 대신 그룹 내 알짜회사로 꼽히는 세븐일레븐, 롯데정보통신, 롯데리아 등 3개 계열사의 상장이 우선적으로 추진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지난해 10월 신 회장은 “호텔롯데 외에도 우량 계열사들을 차례로 상장해 기업을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다음달 출범하는 롯데지주는 신 회장과 황각규 경영혁신실장(사장)이 초대 공동대표를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봉철 경영혁신실 재무혁신팀장(부사장)도 두 대표와 함께 사내이사로 내정됐다.
사외이사 후보는 이윤호 전 지식경제부 장관, 권오곤 국제형사재판소(ICC) 당사국총회 의장, 곽수근‧김병도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등으로 구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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