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th BIFF] 부산국제영화제 개막 '반성·추모, 다시 시작'
부산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야외무대서 화려한 개막식
갈등 여전한 가운데 변화 의지 강조, 의미 있는 첫 발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잃어버린 위상과 품격을 되찾기 위한 몸부림을 시작한다.
부산국제영화제는 12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 야외무대에서 개막식을 갖고 열흘간의 대장정에 돌입했다.
하루 종일 내린 궂은 날씨로 인해 예년에 비해 차분한 분위기 속에 리허설이 진행됐지만, 개막식이 임박해오자 수많은 영화 팬들과 취재진들로 인산인해를 이루며 현장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개막식 사회는 국민배우 장동건과 소녀시대 윤아가 맡았다. 당초 김하늘이 여성 사회자로 낙점됐지만, 임신으로 인한 컨디션 조절을 위해 하차하면서 윤아가 대신 자리를 꿰찼다.
개막식의 하이라이트인 레드카펫은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스타들의 향연이었다. 썰렁한 분위기 속에 씁쓸한 뒷맛을 남긴 지난해와 달리, 모처럼 국제영화제에 걸맞은 라인업으로 현장에 모인 관객들의 환호를 이끌어냈다.
'한국영화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한 안성기를 비롯해 송일국, 문소리, 손예진, 문근영, 조진웅, 윤계상, 김재욱, 권해효, 김해숙, 김래원, 이정진, 박성웅, 윤승아, 오승훈, 유인영, 최민호, 서신애, 이솜 등 많은 스타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뿐만 아니라 아오이 유우, 나카야마 미호 등 아시아 전역의 톱스타들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여전히 3~4년 전 부산국제영화제 레드카펫에는 못 미친다는 지적이 일고 있지만, 침체된 분위기를 반전시켰다는 점은 큰 의미가 있었다.
개막식은 반성과 추모, 그리고 새출발에 대한 강한 의지가 담겼다. '한국영화공로상'과 '올해의 아시아 영화인상' 시상식이 이어졌고 올리버 스톤 등 심사위원단이 소개돼 이번 영화제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다.
뉴커런츠 심사위원으로 참여하는 올리버 스톤 감독은 "오랫동안 한국영화제 큰 존경을 가지고 있었다"면서 "조금 전 공연만 봐도 한국의 독창성을 엿볼 수 있었다. 또 한국 여배우들의 스타일도 뛰어나다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어 "부산에 오게 되는 건 중요한 시점이다. 한국이 위험에 처해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런 중요한 시기에 모든 이들이 평화를 향해 갈구하는 마음은 꼭 간직하길 바란다"고 격려의 메시지도 잊지 않았다.
고(故) 김지석 부집행위원장의 추모 영상은 분위기를 숙연하게 했다. 장동건은 "부산국제영화제가 성장하는 데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셨다"며 존경의 뜻을 전했다.
한편,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는 이날부터 오는 21일까지 10일간 부산 영화의전당, 롯데시네마 센텀시티, CGV센텀시티, 메가박스 해운대, 동서대학교 소향시어터 등 5개 극장 32개 스크린을 통해 진행된다.
총 75개국에서 초청된 300편의 작품이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으며 개막작은 신수원 감독이 연출하고 문근영이 출연하는 '유리정원', 폐막작은 대만 실비아 창 감독의 '상애상친'이 선정됐다.
무엇보다 관심은 최근 몇 년간 추락한 영화제의 위상을 얼마나 제자리로 돌려놓을 수 있느냐에 쏠린다. 우선 관심의 초점이 됐던 일부 영화단체의 보이콧이 여전히 철회되지 않았다는 점은 이번 영화제의 어두운 단면을 보여준다.
그간 영화제 독립성·자율성 보장을 요구해온 이들은 여전히 서병수 부산시장의 사과와 처벌, 이용관 전 집행위원장 복귀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김동호 이사장과 강수연 집행위원장은 이번 영화제를 끝으로 공식 사퇴를 표명해 리더십 부재를 걱정하는 시선도 많다.
하지만 영화인들과 팬들은 이번 영화제가 과거의 상처를 씻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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